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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ouchable D23

Untouchable 2019. 4. 29. 18:32 |

그녀보다 날카로워 보이는 그 여성의 생각지도 못한 발언에 나는 오히려 나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제 1계층이라는 사람들은 이성적이며 그저 이 관계를 유지하면 지금보다 더 악화된 무엇인가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그 여성은 손짓으로 옷을 입은 것들 중 여자에게 먹을 것을 가져 올 것을 명령하고, 그 여자는 그녀들에게 대접했던 음식과는 달리 지하로 달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이 돌아왔고 그녀의 손에는 비닐로 쌓여진 개밥그릇이 두개 있었다. 눈 앞에 내려진 개밥그릇에 특별한 음식은 없었다. 그저 먹을 것이 있었다. 축사에서 우리에게 허용되었던, 지겹도록 먹고, 질릴대로 질려버린, 그 가루.

눈앞에 내려진 가루를 보며 그 둘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표정을 보고 있자면 난처함 그 자체였다. 이틀을 굶다시피 했기에 배가 고픈것은 당연했지만, 가장 시급한 욕구는 갈증이었으며 이 가루는 갈증이 없을 때도 먹기 힘든 그저 가루였다.

'마음껏 먹어.'

그 여성은 누구보다 해맑은 얼굴로 말했다. 이 상황만 아니었다면 심지어 사랑스러워 보일 정도로 맑은 표정. 그 얼굴은 진심이었다.

그것들은 가루에 입을 가져다댄다. 그리고는 평소와 같은 반응. 기침의 반복. 침이 흘러나오기를 기다려보지만 갈증으로 말라버린 침은 아마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 것이기에. 그들의 목 너머로 넘어간 양 보다 기침에 바닥에 날린 가루가 더 많아 보였다. 아마 이것은 제 1계층에게 거짓을 말한 대가인지도 모른다.

'빨리 먹어. 늦게 먹는 놈은 후회하게 될거야.'

그녀들이 그것들의 상황을 신경쓰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는 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참혹하기 그지 없었다. 그것들은 그저 가루를 한모금씩 더 머금기만 할 뿐 삼키지 못하고 있었다. 불가능 하기 때문에. 더욱이 머금으면 머금을수록, 나오던 침이 흡수되어 전혀 삼킬 수 있는 상태가 될리 만무했다.

그렇게 그들이 쩔쩔매는 것을 보던 그녀는 짜증이 난 듯 하다. 그리곤 우리쪽으로 눈을 돌린다.

'뭘 쳐다봐?'

질문 아닌 질문. 나는 그저 다시 바닥을 바라볼 뿐이었다.

'니들은 목마르다 했지?'

'.......네..'

'거기. 저거 벗겨줘'

그 여성은 자신의 발 아래에 있는 옷입은 것에게 우리의 무엇인가를 벗기라 명한다. 우리는 움찔하지만 손 발은 움직일 수 없는 상태. 다시 스스로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체념한다. 우리들의 가까이로 온 그 옷입은 것은 우리의 아래를 가리고 있던 철쪼가리를 분리해냈다. 얼마만일지 모를 해방감과 동시에 처음 만난 그들에게서 완전한 나체를 보여야 하는 수치심이 나의 머리 속을 덮쳐온다. 알 수 없는 감정 투성이다. 나를 다음으로 나머지 3명의 그것도 벗겨졌다. 그리고 나는 충격적인 것을 발견한다. 그것들의 아랫도리에 달려있는 수많은 징들. 아니 자세히 보니 피어싱이다. 하지만 충격적임에는 변함이 없었다. 저마다 갯수가 달랐으며 많아 보이는 것은 7개 정도였다. 온 몸에 소름이 끼쳤다. 저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고싶지도 않았다.

'너희 끼리 짝지어서 해결해. 지금까지 쌓인 물 많잖아?'

내가 그 여성의 말을 이해하기도 전에 내 옆에 있던 녀석이 나의 아랫도리에 얼굴을 들이밀기 시작했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반사적으로 허리를 빼려 했지만 그것은 미꾸라지처럼 따라붙어 아랫도리에 다가올 뿐이었다. 그리고 참을 수 없는 감각이 나를 덮쳤다. 아무런 자극도 없던 축사에서 쓰일 일도 없었던 내 그것이 갑작스레 여기서 심지어 남자의 입에 닿는다는 것은 오묘한 느낌이었다. 신체적 감각은 그 자체로 좋을지도 모르는 것이었으나, 여자에게는 '받았다'고 표현할 것이 같은 남자에게는 '당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이 상황에 내 머리는 혼란 그 자체였다. 

그리고 들리는 그 여성의 목소리.

'목마르다고 해놓고 거짓말 한놈도 후회할거야.'

그 여성은 우리를 경쟁하게 만드는 것임에 틀림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 행동을 쉽게 하지 못했다. 이런 가혹한 현실에서도 아직 내 안에는 무엇인가 남아있음이 분명했다. 남자의 성기를 핥는다는 것에. 일반적인 남자라면 거부감과 경멸감을 느낄 그 역겨움에. 심지어 내 앞에는 내가 사랑하는 그녀가 있었다. 이것은 그저 그러한 성욕을 가지고 있다 아니다의 문제가 아닌 자존심에 대한 문제였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것은 내 아랫도리를 자신의 입에 넣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고, 내 눈앞에는 그녀석의 피어싱 박힌 아래가 덜렁대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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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ouchable D22

Untouchable 2018. 12. 29. 12:56 |

문이 열리고, 빛이 새어나온다. 아니 빛이 새어나와 문을 연 것인지도 모른다.

'따각 따각.. 따각.. 따각'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그녀가 들어올 법한 방향의 바닥을 바라본다. 하지만 내가 본 것은 말과 비슷한 모양을 한 다리 4개. 이상하게도 그것들은 앞뒤가 아닌 나란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 걸음은 겉보기에는 품격있었지만 매우 부자연스러워보이는 그런 걸음이었다. 걷는다기 보다는 무릎을 치켜올리는데 초점을 둔 듯한 걸음으로 매우 좁은 보폭으로 다가왔다. 다가오면 다가 올 수록 나는 그 다리를 동정하게 된다. 말발굽처럼 보였던 무엇인가는 마치 발레를 하는 것 처럼 뒤꿈치가 없는 형태의 부츠로 발 전체로 땅을 닿을 수 없게 강제하고 있었으며, 얼마나 그 자세를 유지해 왔던건지 다리는 쉼없이 떨리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무너질 듯한 모습에도 무릎을 치켜올리고 그 자세를 유지하려 안간힘을 쓰는 그것은 이미 가혹함 그 자체였다.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무릎위로 시선을 올리자, 발걸이 위에 보여지는 승마용 부츠,  등과 목에 연결된 안장과 굴레, 완전한 귀족의 모습으로 승마복을 갖춘 그녀와 다른 한 여성이 그것들 위에 타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앞에 간신히 멈춰선 그 탈것들은 거친 숨과 신음소리만을 낼 뿐이었다.

그녀들은 안장에서 내려왔고, 그 곁을 따르던 옷입은 것들은 그것들을 이끌어 지하로 내려가 버렸다.

벌거벗은 것들은 그 자체만으로 더 이상 아무런 표현도 할 수 없었다.
자유의 대가는 생각보다 더 가혹한 것이었기에.


벌거벗은 것들을 이끌었던 옷입은 것들은 다시금 자유를 찾아 앉을 것이 되거나 놓을 것이 되는 등 제자리로 돌아갔다. 잠시 후 2층에서 여자들이 마실 것을 들고 내려온다. 그리고 자신들이 탁자인양 그녀들 앞에 무릎꿇어 잔과 주전자를 손에 쥐고 그녀들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우리들에게 그러한 음료는 그림의 떡일 것이다. 제 1계층의 부름이 가까워지는 것을 의미하는 배식의 감소 및 중단. 눈앞의 음료는 생명수보다 성수에 가까웠기에 모두가 그것을 집중해서 볼 수 밖에 없었다. 주전자에서 나와 그녀들의 잔에 차오르는 음료, 그녀들의 입에서 목으로 넘어가는 그 모습 하나하나가 그저 자극적으로 보일 뿐이었다. 나는 그것의 향을 맡게된다. 그것은 레몬에이드였다. 배고픔과 목마름으로 가득찬 나의 입에서는 끊임없이 침이 흘러나왔다. 아마 이자리의 모든 벌거벗은 것들이 같은 반응을 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의 시선은 모두 그녀들을 주시하는 반면 그녀들의 눈에 우리는 없었다. 바람이 시원했다는 이야기, 어떻게 말을 조련시켜야 하는 지에 대한 이야기, 일상적이면서도 일상적이지 않은 그러한 이야기가 오갈 뿐이었다.

침을 삼킨다.

그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다른 여성은 눈을 돌려 우리를 잠시 쳐다보았다. 아마 우리의 상황을 이해한 듯 하다. 그리고 의미모를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겠지만 기분이 조금 나빠보이는 것 같았다. 그 웃음의 원인은 벌거벗은 자들의 상태가 그녀들의 상대적 지위를 올려줌으로써 아래에 있는 것들에게서 느끼는 경멸감일 것이고, 그런 것들이 감히 자신들의 목마름을 외부로 드러내어 그녀의 시선을 끌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여성은 우리에게 물었다.

'뭘 쳐다봐? 목이 말라?'

'..........'

우리 중 아무도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그 여성의 말에는 덫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yes를 말하건 no를 말하건 그것이 초래할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었기에.

'대답 안해?'

그 여성은 단 한마디로 다시 우리를 선택의 절벽으로 내민다. 여기서 버티다가는 yes, no가 아닌 더 처참한 꼴이 날 것은 분명했다.

'..... 목이.... 말라요..''괜...찮아요....'

대답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yes 4, no 2

나는 솔직하게 답하기로 했다. 지난번 그녀가 나를 기억하고 이야기 걸어 주었던 것처럼 어쩌면 그녀가 나에게 마실것을 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그 여성이었다.


'목이 마른 애들한테는 마실걸 줄거고, 목마른 애들한테만 마실 것을 주는건 불공평하니, 너희에게는 먹을 걸 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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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ouchable D21

Untouchable 2018. 12. 25. 13:30 |

축사에서의 생활이 다시 시작되었다.

먹고, 걷고, 자고, 싸고, 듣는.

밤과 낮을 구분할 수 있는 햇빛이 없었기에, 시간 감각은 잃어버린지 오래, 이러한 생활 패턴의 수를 세어서 날짜를 가늠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 루틴이 하루라는 보장은 없었다. 처음 이곳에 끌려왔을 때의 긴장감은 곧 피곤함으로 덮쳐왔고 음식으 먹지 않겠다는 오기로 버텨왔던 것 때문이었는지, 그 가루를 먹고 물을 마시게 됨으로써 점차 육체의 피로는 줄어갔다. 아마 그녀들은 우리를 이러한 패턴에 적응시켜 수면시간을 줄여나가는지도 모른다.

그 만남은 매우 강렬한 충격이었다. 빛도 없는 곳, 무미무취한 존재, 변화없는 날들에 불현듯 찾아온, 어쩌면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영적체험과 같은. 심지어 그녀를 처음 만나 첫눈에 반했던 기억보다 더 강한. 태양을 보고싶어 나간 곳에서 보았던 그녀의 모습. 그리고 다가갈 수 없었던 그 당시의 나. 그 장면은 나의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태양따위는 더 이상 내 머리속에 있지 않았다. 다시금 나는 살고싶다고 생각한다.


나는 다시

먹고, 걷고, 자고, 싸고, 들었다.

나는 다시

먹고, 걷고, 자고, 싸고, 들었다.

나는 다시

먹고, 걷고, 자고, 싸고, 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오지 않았다. 기대는 절망으로 바뀌어 간다. 

'당신은 죄인입니다. 더 비천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법과 복지에 의해 몸에 맞지 않는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살았던 것 중대한 불법입니다. 하지만 당신에게도 기회가 있습니다. 이렇게 여기서 열심히 먹고, 움직여서 제 1계층에게 선택받아 봉사하십시오. 그렇게 된다면 당신의 죄는 씻겨질 것입니다.'

끊임 없이 흘러나오는 방송. 처음에는 그저 말도 안돼는 개소리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주지 않는 상황에서 봉사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 자들에게는 이 방송조차도 희망고문 그 자체였다.


멀리서부터 신음과 애원소리가 들려온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2가지, 새로이 끌려온 자들이 이곳에 적응해 나가는 소리, 그리고 제 1계급에게 봉사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소리, 나는 다시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나의 뒤에서 다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신발을 신은 누군가의 발소리는 아니다. 발소리는 나의 뒤에서 멈추어 섰다. 이것은 그때와 비슷한 상황, 나는 기대감으로 가득찼다. 내가 강아지였다면 내 꼬리는 쉬지 않고 흔들려 마치 떨어질 것 처럼 보였을 것이다.

와이어가 풀어지고 나를 포함한 6명정도가 다시 계단을 따라 올라간다. 그리고 일전에 있었던 그 단계를 차근차근히 밟아간다. 무서운 것은 축사에서의 생활처럼 이 단계는 점차 당연한 것이 되어가고 제 1계층을 만나기 위한 당연한 절차처럼 받아들여져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구가 되기 위해 견뎌야 하는 시험은 익숙해 질 수가 없었다. 정말 나의 몸이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버티는 수 밖에 없었다. 저번에 2명이 이것을 버티지 못하고 지옥으로 떨어졌던 것을 감안할 때 이번에는 모두 생각보다 각오를 단단히 한 것 같다.

그렇게 다시금 지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나의 마음은 기대로 부푼다. 이 위에는 저번처럼 그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지금의 고통따위는 잊을 수 있는 따뜻한 말을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옷을입은 것들이 계단을 걸어 올라가고 벌거벗은 것들도 뒤를 따랐다. 지상으로 올라온 뒤, 옷을 입은 자들은 옷을 입지 않은 자들에게 뒤로엄지손가락에 손가락 수갑을 채웠다. 옷을 입지 않은 자들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그저 받아들일 뿐이었다. 그렇게 엄지손가락이 봉해진 것으로 팔 전체를 쓰지 못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인간은 참 불편한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뒤이어 그들은 엄지발가락에도 마찬가지로 수갑을 채웠다. 이 모습은 자신이 죽을 것을 알고도 죽음을 받아들이려는 시한부 환자의 모습과 비슷한지도 모른다. 오히려 사형을 앞에 둔 사형수의 반응이 더 격동적이지 않았을까. 그리고 모두는 제 1계층이 들어오는 입구를 향하여 그녀들을 맞이할 준비를 끝마쳤다.


육체의 자유를 하나 하나 잃어가는 단계가,
그녀를 만나 자유를 얻는 단계와 닿아있다는 것에 대한 이 아이러니함.

절망과 희망의 사이에서 나는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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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ouchable D20

Untouchable 2018. 12. 24. 10:19 |

자유롭지 못한 자들을 움직이게 하는 방법은 명령 뿐이다.

자유가 없어진 순간부터, 그들에게 자신이 무엇이 되고싶다는 것에 대한 의지는 쓸모 없는 것이 된다.


이곳에서 자유를 누리는 자들은 원죄를 이해하고 내면화하여 제 1계층에게 스스로 봉사하기를 택하게 된 자들이며, 그 대가로 3계층이 얻지 못하는 것을 얻게 되었다. 새로운 생활공간과 몸을 가릴 것. 이미 그들은 자유를 누리고 있기에 다른 것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것 만으로 충분했다.


그녀의 앞에 남아 벌거벗은 이들은 버려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녀는 눈을 돌려 남은 것들을 바라봤다. 나는 감히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눈길을 아래로 돌린다. 그녀는 더 이상 내가 바라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토록 사랑해서 그녀를 얻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금의 나는 나조차도 알 수 없는 이상한 존재였다. 그녀를 얻기 위해 했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가고, 내 얼굴을 붉어졌다. 비참함에서 오는 반응이었다.


'안녕하세요 오빠.'


나는 귀를 의심한다.


'보고싶었어요.'


나는 놀라서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는 정확히 나를 바라보며 이야기 하고 있었다.


'이곳 생활은 어때요?'


내 헐벗은 모습을 보고도 하는 말이라면 필시 조롱일지도 모르겠으나, 그녀의 얼굴에는 진지함이 묻어 있었다. 일방적인 그녀의 질문에도 나는 아무 대답을 하지 못한다.


'오빠... 아직 나를 사랑하나요?'


그 말은 내 가슴과 머리를 강하게 흔들었다. 그녀가 말했듯 이것은 그녀만의 사랑방식인지도 모른다고, 그녀가 원하는 대로 있으면 그녀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고,


'.........응.....'


'고마워요. 하지만 아직 저는 오빠에 대해 더 알고 싶어요. 그리고 또 다른 모습을 보고 싶어요. 오빠가 몰랐던 오빠의 모습까지도.. 그렇게 해 줄건가요?'


나는 섣불리 대답하지 못한다.

다시금 지금의 참혹함을 깨닿는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끔찍한 경험들, 이미 잃을게 없다면 없는 나였지만, 쉽게 답하지 못하는 이유였다.


'.....역시 ..제가 싫어졌겠죠?... 이런 곳으로 보낸 제가..'


이 따스한 말은 지금까지 그녀의 어떠한 말 보다도 더 차갑게 느껴졌다. 그녀가 나를 생각해서 나오는 마음이 담긴 걱정이 아니라는 것. 나는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여기서 내가 좋던 싫던 그녀의 심기를 건드려서 버림받는다면, 미래는 없었다. 왜곡되었지만 그들이 주입시키는 자유도, 태양도, 그리고 내가 사랑했던 그녀도.

어떻게든 그녀의 마음을 얻어야 했다. 거짓말을 해서라도.


'아냐.. 난 괜찮아.. 아직.. 널.. 좋아해.'


진실과 거짓이 모두 담긴 한마디였다.

사실 그녀는 내 진심을 읽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안심한 듯한 표정과 동시에 미소가 번졌다.


'고마워요...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그렇게 우리의 대화가 끝났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그녀를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이상하게도 아니, 당연하게도. 다만 시선에서 그녀의 발끝 만이 보였다.




'그럼 이만. 오늘은 쉬고 싶네요. 여러분도 돌아가서 쉬세요.'


그녀의 한마디는 여기 있는 모두가 그녀의 입을 다시 주목하게 만들었다. 자유가 없다는 공포심은 사라졌고, 쓰여지지 못했다는 허탈감이 남았다. 그리고 그 허탈감은 다시 절망감으로 변했다. 다시 그 지옥같은 축사로 돌아가야한다. 그녀로부터의 쓰여지지 못할 경우에 어떻게 되는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아.....'


나는 그녀의 옷자락이라도 붙잡고 싶었지만 내 몸은 그녀를 붙잡지 못했다. 그렇게 그녀는 2층으로 가는 계단을 통해 사라져 갔다. 그녀를 뒤따라 앉을 것과 놓을 것이 뒤따라 갔으며 두 여자들 또한 그녀를 뒤따랐다.


그녀의 발아래 웅크려 있던 것들이 다시 일어서 우리를 내려다 본다.


'내려가.'


그것들은 그들이 되어 다시 우리를 축사로 이끌고 있었다. 우리라고 불렸던 것들 중 아무도 그녀에게 사용되지 못했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우리가 했던 것들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이렇게 희망을 짓밟을거라면, 차라리 그 인내의 시간을 견딜 필요도 없이 축사에 있는 편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것들은 다시금 나를 축사로 밀어넣었고, 양 손에는 다시금 와이어가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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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ouchable D19

Untouchable 2018. 12. 24. 10:17 |

자유라는 말은 모순 투성이이다.
자신의 의지대로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것이 정말 자신의 의지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심지어 태어날 때 부터 우리는 스스로 태어난 것이 아니며, 자유라는 개념 자체가 사회로 부터 주입된 것에 의해 변형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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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계단으로 굴러떨어진 2명을 제외한 모두는 다시금 계단 앞에 섰다. 이 계단이 지상과 이어진 마지막 계단이다. 비록 실내이지만 햇빛을 볼 수 있는 최초의 공간이기도 했다.

지금 배고픔과 목마름같은 하찮은 욕구는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정말 간절한 마지막 소원과 같은 햇빛을 볼 수있는 어쩌면 마지막 기회였기에,

그들과 우리는 모두 그 계단을 향해 올라갔다. 그렇게 우리는 햇빛을 맞이했다. 빛이 너무 밝아서인지, 아니면 이런 내 모습이 처량해서인지 알 수 없지만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러 나왔다. 그런 우리의 상태는 아랑곳 없이, 옷을 입은 자들은 올라왔던 계단의 반대쪽으로 나아가 윗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앞에서 멈추어 섰다. 그리고 무릎을 꿇었다. 옷을 입은 자들에게서 볼 수 없던 행동에 우리도 이유 없이 그들과 같은 행동을 취한다.

잠시 후 문이 열렸다. 그것은 진짜 태양빛이었다. 하지만 그 외에도 한가지 더 보이는 게 있었다. 어떤 이의 실루엣, 마치 온 햇빛이 그를 비추는 스포트라이트처럼 내리쬐어 바로 쳐다볼 수도 없을 정도의 광경. 그는 신에 틀림없었다. 눈이 햇빛에 적응해 갈 때 즈음, 그는 앞으로 점차 걸어오기 시작했고 점차 윤곽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어떤 이는 여자였으며, 내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바로 나를 여기 있게 만든 그 장본인.

'또각. 또각.'

눈물만이 흐를 뿐이었다. 어떠한 감정에서 나오는 것인지 모를. 그렇게 비합리적이고 잔인한 일을 당했지만 왠지 그녀에 대한 원한이 생기지 않았다. 너무나 사랑해서 보고싶었기 때문이었는지, 그보다 그녀가 내 눈앞에 있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아서 였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감정이 욕구에 우선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모습은 제 1계층에 대한 인식을 확실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녀는 우리들 앞에 멈추어 섰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자신의 발꿈치를 보는 듯 했다.


그때였다. 옷을 입고 있던 남자 중 2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상상도 못한 그들의 반응에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 체계 속에서 그녀를 덮쳐 탈출하려는 것이라 생각했다. 마치 맹수에게 뒷모습을 보이면 안된다는 이야기처럼. 그들은 그녀의 빈틈을 노리고자 한 것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들 중 한명은 그녀의 발꿈치로 다가가 자신을 굽혀 앉을 곳이 되었다. 다른 한 명은 그 앉을 곳의 앞에 몸을 굽혀 마치 탁자와 같은 형태가 되었다.

마치 본인이 바로 그 물건인 양.

나를 묶고, 괴롭히고, 강제하던 그들의 모습에 비해 지금 그녀 앞에서의 그들은 한낱 사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그녀는 그것 위에 앉았다.

2명의 여자들은 그녀의 소지품을 받아들고 그 자리에서 옷걸이가 된냥 물품들을 맡아 몸에 지니고 있었고, 다른 두 명은 계단 위로 달려갔다.

나머지 남자 2명은 그저 그녀의 발끝에 입을 맞춘 뒤 머리를 조아려 그 자세로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나는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도 알기 힘들었다.
시간이 한참이나 흐르고 나서야 나는 그 모습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거실과 같았다.
그녀를 중심으로 쇼파와 탁자, 옷걸이가 준비되었으며 발 아래에는 두 마리의 무언가가 있었다.

잠시 후 나는 생각을 다시 바꾼다. 그곳은 거실이 아니었다. 왕좌와 다름 없었다.


왕좌를 구성하는 것들은, 자유로운 자들, 누구로부터도 명령받지 않고 자신의 의지로 주어진 역할을 행하는 자유를 누리는 자들이었다. 우리와 다른 그들은 어느 누구보다 행복해보였다.


그렇게 그녀 앞에는 벌거벗은 네명이 있었고,
자유가 없는, 자유에 대해 알지 못하는, 불행한 자들. 우리들은 자신들이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 지 알지 못한채 두려움에 떨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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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ouchable D18

Untouchable 2018. 12. 16. 13:08 |

그렇게 최종적으로 옷을 입은 남자 4명 여자 4명과 벌거벗은 6명 정도가 계단을 통해 올라갔다.

처음 여기 들어왔을 때에는 그저 지나쳤던 이곳, 하지만 그들은 이 곳을 지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옷을 입은 그들 중 한 명이 돌아서며 이야기 한다.

'당신들은 제 1계층을 모실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너희를 선택한 그 분은 우선 너희들을 시험하기를 원하신다. 시험 결과에 따라 그분을 모시는 영광을 받을수도 아니면 축사로 돌아가게 될 수도 있다. 이해했나.'

'...네..'

우리들은 그렇게 대답할 밖에 없었다.

'3계급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이 도구로써 사용된다는 자각이다. 그렇기에 이 시험은 순전히 너희가 도구인지 아닌지만을 판단하는 시험이 될 것이다.'

'꿇어.'

'??'

모두는 의아해 하면서도 그 자리에 무릎을 꿇어 앉기 시작했다. 그것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 뿐이었기에 더욱 어려운 시험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더 이상 우리에게 명령하지 않았다. 다리가 저려온다.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모두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참고 견딜 뿐이었다.

힘든 자세는 실제시간과 체감시간에 변화를 가져다 준다. 아마 2시간은 넘은 것 같은 시간이 1시간 일지도 모른다는 것에 절망한다. 발의 모든 면이 저려오다 못해 감각이 없어졌고, 숨이 가빠왔다. 지금이라도 그만두고 싶다는 목소리가 턱끝까지 올라왔다. 심지어 구토감까지 느껴졌다. 그저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다시 한 번 깨우쳐 주는 것이었다. 이것이 그들이 원하는 도구로써의 인간의 자세일 것이다.

'저거 끌어내'

'??'

그의 손 끝이 누군가를 가리켰다.

'다..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세요!! 움직이지 않을게요!'

그것이 대화의 끝이었다. 흰 옷을 입은 남자 둘은 그를 잡아 끌어 계단으로 내던져버렸다. 그는 지옥으로 다시 굴러 떨어졌다.

'으흑... 흑흑...'

계단 아래에서 그의 흐느낌이 울려퍼졌다. 약 1분도 되지 않은 사건에, 남은이들에게 고통따위는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버텨야 한다는 것 뿐.

'일어나.'

체감시간이 4시간을 넘겼다. 그의 명령에도 다리는 움직여지지 않았고 마치 목각처럼 펴지지 않았다.

'어흑.... 어흑...'

모두가 그저 요상한 신음소리를 내며 자신의 다리를 마사지 할 뿐이었다.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렇게 약 10분이 지난 후 우리들은 일어설 수 있었다. 하지만 다리는 멈추지 않고 후들거렸다.

'발목잡아. 그리고 소리내지마.'

지난 시험의 고통이 가시기도 전에 그는 새로운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주사기를 든 여자들이 우리의 뒤로 다가왔다. 그리고 잠시 후 엉덩이에서 뜨거운 느낌이 느껴졌다. 마치 끓는 물을 넣은 듯한 느낌. 하지만 이 느낌은 엉덩이에 있는 그것 만큼의 넓이에서만 느껴졌다.

'흐.....후우.......'

가쁜 숨의 연속이었다. 신음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막아내는 듯한 느낌.

'몸에 해롭지 않다. 생강즙을 주입했다. 느낌 뿐이다. 느낌을 피하려 노력하지마라. 더 큰 고통이 올거다.'

왜 이런짓을 하는지에 대한 사고를 할 수 없을 만큼의 뜨거움. 그저 견디는 수 밖에 없다. 당초에 무슨말인지도 모를 저런 명령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느낌을 스스로 알게되었다. 괄약근은 자의와는 관계없이 무의식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끄악! 끅.. 아악!'

하마터면 저 소리를 내는 것이 나였을지도 모른다. 고통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애쓴 자의 말로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가차없이 그들은 그도 아래로 내던져버렸다. 이상하게도 이렇게 모두를 괴롭히던 뜨거움은 약 10분이 지나고 나서는 아무런 느낌도 나지 않게 되었다.*Figging.

벌거벗은 이들이 4명으로 줄어들었다. 어떻게든 태양을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버텨왔지만, 참으로 수치스럽고 굴욕적일 수 밖에 없었다. 고통 속에서 그 누구도 나를 고통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고, 결론적으로 그 고통은 모두 내가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 이런식으로 쓸모있어진다는 것. 소름이 끼칠 정도로 변화된 나를 볼 수 있었다. 아무 것도 없었던 아래와 달리 어쩌면 위에서는 아래와는 다른 지옥이 펼쳐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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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ouchable D17

Untouchable 2018. 10. 11. 11:25 |

'또각 또각'

구두 소리가 점차 가까워져 간다.

'주세....흐어걱'

'누구.....끄앙'

이곳의 모두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말이라기보다 그저 비명에 가까웠다. 마치 지옥에 간 이들의 음성을 듣는다면 이에 가깝지 않을까.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구두를 신은 누군가는 다시 올라가버렸다.

지옥에는 절망만이 남았다.

어떤 이는 자신이 처한 상황의 비참함과 구두를 신은 누군가에 대해 욕을 하는 이도 있었으며, 그저 끊임없이 흐느끼는 이도 있었다. 그 안의 모두에게 그것은 당연한 반응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약 1시간이 지났다.

이번에는 발자국 소리가 난다. 아까 구두소리에 비하면 자그마한 소리지만 누군가가 이곳으로 내려왔음을 짐작하게 하는 그런 소리였다. 이번에도 사람들은 애원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아까보다 더 큰소리로 애원하는 듯 했다. 내가 있던 사회 어느 곳에서도 이런 경험을 해 본적이 없었기에 나는 그저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 집중할 뿐이었다.

'툭.'

내 몸에 변화가 생겼다. 나를 항상 이끌던 와이어가 더이상 내 팔을 붙들고 있지 않는 것.

'나와.'

비명과 고성이 어우러진 지옥이었지만 그 소리만큼은 명확히 들렸다. 내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부르고 있다. 나는 뒤를 돌아 그를 따라 간다. 감히 이 부당한 대우에서 도망치거나 앞에 있는 그를 때려눕혀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아마 여태까지 그들이 보여주었던 철저한 통제에서 얻은 깨달음일 것이다. 이렇게 재사회화가 되어 이 추악한 공간을 만든 누군가에게 쓰임을 당하기 위해 나간다는 처량함 따위는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태양을 보고 싶었고, 그 뒤에는 죽고싶다는 생각을 할 뿐이었다.

나는 그를 따라 계단앞에 서 있었고 몇 명의 사람들이 뒤를 따라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는 모두를 이끌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으며, 그 공간은 다시금 절망과 슬픔 그리고 분노로 가득 찼다.

계단을 올라난 나는 마치 태양을 본 것 처럼 눈을찌푸리며 이 공간을 기억해 낸다. 거의 빛이 없는 것과 같은 공간인 저 축사에 갇히기 전에 보았던 감옥이라 생각했던 이곳은, 매우 쾌적해 보였고 심지어 나에게 잠시나마 이 곳에 살 수 있다면 행복할 지도 모르겠다는 이상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확실히 이곳은 내가 살고 있는 곳과는 차원이 다른공간이었다. 그렇게 나는 선망의 공간을 지나, 나는 다시금 계단을 오른다.

그리고 변기만이 있는 공간에 다다른다.

'자리잡아.'

그를 따라 올라온 인원은 약 6명. 나를 포함한 그들은 그저 변기에 자리를 잡을 뿐이다.

'발목잡아.'

이는 또 무슨 고문인가 생각이 들기도 전에, 나를 제외한 모두는 발목을 잡고 엉덩이가 가장 높이 있도록 묘한 자세를 취했다. 여기서 괜히 버텼다가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나도 그들과 같은 자세를 취한다.

뒤로 온 그는 엉덩이에 호스를 연결한다. 모두의 엉덩이에 호스가 연결되었고 곧이어 무엇인가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흐으어... 아....으윽....'

나를 포함한 전부가 신음소리를 냈다. 당황스러움과 고통에서 나오는 신음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양의 액체가 흘러들어왔기 때문이다. 그 후 그는 호스를 몸으로 부터 분리시켰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변의 뿐이었다. 플러그의 이물감과 가득찬 뱃속, 불편한 자세, 무엇하나 견디기에 쉽지 않았다. 그리고 온몸에 힘이 들어가 다리가 떨려오기 시작했다. 그는 한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고 시계만을 바라보았다.

'으으... 어...  아..... 읍....'

모두 입에서 신음이 끊임 없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다.

'모두 앉아.'

우리는 모두 변기에 자세를 취했다. 똥마려운 강아지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모두가 안절부절하며 그저 신호만을 기다렸다. 그는 변을 보라는 신호를 주지 않았다. 그저 우리는 어느 순간 우리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배출해대고 있었다. 너무 갑작스러워 엉덩이에 힘이 들어갔지만 멈춰지지도 않았다. 그렇게 굴욕적인 배출 후, 우리는 다시 계단을 따라 위층으로 걸어올라갔다.

위층에는 옷을 입고있는 그들이 이미 위로 올라갈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를 세척실로 인도했고 불필요한 털들을 제거, 관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몸을 세척했다. 옷을 입은 그들과 그럴 권리조차 없는 우리가 이 공간에서의 위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게 관리를 받은 나는 곧 태양을 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계단앞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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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ouchable D16

Untouchable 2018. 10. 4. 11:53 |

그 통보가 있은 후 3번의 일과가 끝났다.

배식, 배출, 노동, 배식, 노동, 세척, 잠.

배식, 배출, 노동, 배식, 노동, 세척, 잠.

배식, 배출, 노동, 배식, 노동, 세척, 잠.


햇빛을 다시 한 번 보겠다는 의지로 먹기 시작한 가루에도 점차 적응하게 되었다. 이런 것에 적응하게 되다니. 굴욕감과 스스로에 대한 멸시로 가득찼다. 아마 이대로 생활이 지속된다면 점차 이런 것도 당연하게 느끼지 않을까 스스로를 걱정하며 잠이 든다.

사이렌 소리가 나의 잠을 깨우고 다시 지옥이 반복된다. 하지만 첫번째 노동이 끝난 후 나는 위화감을 느낀다. 두번째 배식으로 나와야 할 가루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당황한다. 고장인가? 아니면 내가 물레방아를 그들이 원하는 만큼 돌리지 못했기 때문일까?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지만 누가 있는지도 알 수 없었으며 누가 있다 한들 답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역겨웠던 가루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당연하게 주어졌던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 배급조차 아쉽게 느껴졌다. 잠시 후 목을 축일 물이 나왔고 나는 가루 대신 목이라도 축일 심정으로 달려들어 물을 흡입한다.

'제길...'

세번째에 맞춰 나오는 가루는 평소와 다름 없었다. 나는 일시적인 고장이었거나 심지어 내가 물레방아를 더 돌려야 한다는 자책하는 생각마저 하게 되었다. 그렇게 무의미한 일과가 끝나고. 다음 날, 첫번째 배급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만약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렇게 배급이 줄어든다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말라죽을 것이 당연했기 때문이다. 죽기로 생각했던 이전과는 달리 예상치 못했던 배급의 중단에 초조함이 앞선다. 하지만 그 뒤에 나오는 식수는 충분히 배급되었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두번째 가루배급은 문제없이 잘 나왔다.

'정말.... 물레방아를 열심히 돌리지 않아서일까...'

 배급에 대한 알 수 없는 조건 때문에 더 심각한 자책을 하게 된다. 바보같은 이 생각에 나는 더 열정적으로 물레방아를 돌리기 시작했다. 피폐해진 정신에서 나올 수 있는 비굴한 모습의 결과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번째 가루배급은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들 두 조건의 차이점을 확인할 길은 없었고, 물레방아를 더 열심히 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잠이 든다. 어쩌면 이것이 원죄개념의 내면화 중 하나인지도 모르겠다.


사이렌이 울렸다. 배고픔에 굶주린 내 몸의 상태와는 관계 없이. 오늘이 며칠인지는 상관 없이. 나는 와이어에 이끌려 먹이통에 얼굴을 들이민다. 가루가 나오지 않았다. 나는 거의 울상인 채로 다음에 나오는 식수만을 마셔댈 뿐이다. 그 후 다시 뒤로 끌려가 배변을 당했다. 이미 배출에 대한 것은 더 이상 내 관할이 아니었다. 그들의 통제에 따라 마치 수도꼭지처럼 내 몸속에서 나오는 것들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생각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 와이어가 나를 물레방아로 이끌지 않는 것. 처음의 나에게는 이것이 노동을 피할 수 있는 오류라고 행복했을 것이나, 지금의 나에게는 저 물레방아를 돌려 가루를 어떻게든 받아먹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와이어를 당기며 앞으로 나아가 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렇게 조금 시간이 흘렀다. 나는 이 곳에서 단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소리를 듣게 된다.

'또각. 또각. 또각.'

사회에서 들어봤던 소리. 하지만 이곳에서 들을 수 없었던, 모두가 복장을 착용하지 않았기에.

그리고 이 곳의 사람들의 새로운 반응을 듣게된다.

'제... 제발.... 으윽!'

사람들은 무엇인가 말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올바르게 말하지 못하고, 그저 무엇인가에 대한 호소와 신음으로 이 공간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살려주...이익!'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온 단어 하나에 나는 상황을 깨닫는다.

'구..원! 악!...'

구원? 구두소리? 이는 곧 여기 있는 사람들이 아닌 누군가가 이 공간에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마 그 사람이 그렇게 떠들어대던 1계층인가 무언가 일것이다. 그들은 선택받기 위해, 살기 위해 소리치고 있는 것이었다. 구두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나 또한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구. 으으흐그!'

목에 감겨진 목걸이에서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 마치 이전에 아래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한. 심지어 내가 낸 소리는 크지도 안았는데도 불구하고, 이 공간의 사람들은 그 고통을 감내하면서 저정도의 큰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살려. 이햐아악!'

어떻게든 선택을 받아야 했기에 아까보다 더 큰 소리를 냈다. 대신 목걸이의 충격도 더 강해졌다. 하지만 극심한 고통에 나는 말을 잇지 못한다.


이렇게 우리에게서 발언을 차단해 왔고,
이는 마치 이 공간의 사람들의 호소는 그들에게 의미가 없다는 것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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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ouchable D15

Untouchable 2018. 10. 4. 11:49 |

나는 그저 이 물레방아를 돌릴 뿐이었다. 말도 안되는 내용의 방송을 들으며, 체력은 고갈되어갔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점점 정신이 혼미해져간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도 없이 다시 사이렌이 울렸다.

'허억... 허억....'

나 뿐만 아닌 이 공간의 모두가 가쁜 숨을 쉬어 댈 뿐이었다. 갈증과 배고픔이 밀려왔다. 정작 죽기로 마음먹었지만 이 배고픔 속에서 저런 노동에 참여한다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가혹한 일이었다.

와이어는 나를 다시 앉게 만들었고 눈 앞에는 그 흰 가루가 있는 밥그릇 뿐이었다. 여기저기서 다시 기침 소리가 들려온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는 것일까? 이 가혹한 현실에서 차라리 죽음을 택하려는 사람은 없는 것일까?'

어떻게든 여기의 누군가와 이야기 해보고 싶었지만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그저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고, 벽으로 둘러쌓인 곳에서 누구와 눈을 마주치지도 말을 걸 수도 없었다. 집단행동이 불가능 한 것. 그것 또한 이공간을 유지하는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다시 물이 흘러나왔고 나는 그 물만을 마셨다.

잠시 후 다시 사이렌이 울리며 와이어는 나를 뒤로 끌어당겼다. 이번에 멈춰선 곳은 샤워기의 앞. 이 좁은 공간에서 이런 것 까지 있다는 것이 어찌 보면 놀랍기도 하지만 그저 사람들을 관리하는 목적외에는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와이어가 조금 느슨해지며 샤워기에서 물이 나왔다. 따뜻한 물 따위는 없었다. 피할 공간도 없이 그저 물을 맞는다고 표현하는게 맞을지도 모른다. 그저 물이 흘러내리며 조금의 때를 씻어냈을 것이다. 물이 조금 미끈거리는 것으로 보아 약한 염기성의 활성제가 들어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약 10분간 나는 물을 맞고 서 있었다. 잠시 후 묘한 바람이 느껴졌다. 흐름은 알 수 없었지만 이는 점차 강해졌다. 아마 몸을 조금 말리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먹고, 마시고, 배출하고, 일하고, 씻겨졌다.

사이렌이 울리며 다시 와이어가 내 몸을 낮춰 바닥에 붙여버렸다. 아마 취침시간인 듯 하다. 희미한 전등마저 소등되고 다시 작은소리로 그 말도 안되는 설교가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세뇌시키려는 듯. 절망에 빠졌던 어제와는 달리, 먹지도 못하고 지쳐버린 몸뚱아리는 그저 아무 생각없이 휴식만을 원하게 되었다.


다시 울리는 사이렌 소리, 와이어는 다시 나를 잡아 위로 끌어올린다. 희미한 조명에 지금이 몇시인지, 밤인지 낮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이전과 같은 사육이 시작되었다.

배식, 배출, 노동, 배식, 노동, 세척, 잠.

배식, 배출, 노동, 배식, 노동, 세척, 잠.

배식, 배출, 노동, 배식, 노동, 세척, 잠.

그리고 끊임 없이 들려오는 신음, 절규, 비명, 그리고 설교.

나는 그 가루를 먹지 않았기 때문에 점점 약해져 가고 있었다. 정면에 있는 거울에 비친 내모습은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몸은 점점 말라갔고 표정에는 감정이 없었다. 마치 시체처럼. 시간감각도 없었고 감각도 점점 희미해지는 것 같았다. 며칠이 지났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2번째 식사가 끝났을 때, 나온 방송은 나에게 변화를 주기에 충분했다.

'여려분, 머지않아 제 1계층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겁니다. 모두 기쁜 마음으로 그분들의 선택을 기다리십시오.'

짤막한 멘트. 그리고 그 내용은 어쩌면 이 공간에서 나갈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죽음을 각오한 나이지만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 해서든 여기서 나가고 싶다.'

3번째 식사, 나는 그 가루를 입에 대기 시작했다. 이유는 단 하나 뿐이었다. 다시 한 번 해를 보고 싶다. 정말 죽기 전에... 그 뿐이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목숨을 내어 줘도 좋다고 생각했다. 이런 소박한 것에 목숨을 걸게 될 줄이야... 이런 지옥 속에서만 가능한 생각이었다. 역시 그 가루는 최악이었다. 가루 그대로의 식감에, 갈증만 야기시키는. 기침을 수 없이 하고, 삼키지 못해 헛구역질을 하며 나는 남기지 않고 먹게 되었다. 스스로에게 자괴감이 들었지만, 마지막으로 보는 태양을 생각하며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밀어넣었다.

하지만 방송에서 나왔던 그 1계층인가 뭔가에 대한 소식은 다시 들려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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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ouchable D14

Untouchable 2018. 10. 2. 08:26 |

자연스럽게 기침이 나왔다. 가루의 반 정도는 그릇 바깥에 흩날려버렸다.

그 가루는 밀가루와 무엇인가가 섞여있는 듯한 가루였다. 냄새도 없었고 맛도 없었다. 이런 것을 먹으라고 준 것인지... 도대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뭐라고 생각하는건지 설움이 복받혔다. 옆에서도 끊임 없이 기침소리가 들려 왔다. 이것을 먹으려 하는 사람들의 갈증에서 나오는 자연스런 현상이었을 것이다. 겨우 한입 입에 머금었을 뿐인데 모든 침을 흡수해버리는 듯한 느낌. 이래선 쉽게 삼킬 수도 없다. 살짝 맛을 보려 한 것 뿐인데 오히려 갈증을 불러왔다. 그렇게 나는 물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내가 기억했던 것처럼 잠시 후 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물은 가루 위에 얹혀져 마치 반죽이 되기 전의 모습이었다. 나는 가루 대신 물만을 마시기 위해 목을 뻗어 그 물로 목을 축인다. 다행히 이것은 그냥 물이었다. 그렇게 물을 마시고 나는 남은 가루를 먹지 않기로 했다. 여기서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발버둥이었다.

그렇게 다시 세찬 물이 가루를 모두 씻어나갔다. 배는 너무 고팠지만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투쟁이었다. 잠시 후 다시 사이렌이 울리고 와이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마 다시 저 물레방아로 나를 끌어당기려는 듯 했다. 나는 버텨보려 노력했지만 양 팔이 벌어져 있는 상태여서 힘을 줄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검은 발판위로 올라왔다. 옆에서는 다시 탄식과 한숨, 신음과 비명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으윽.'

다시 전류가 흐른다. 따끔할 정도의 전류. 나는 다리를 이리 저리 옮기며 전류가 약한 곳을 찾아보았지만 큰 소용은 없었다.

'끄학..!'

조금 더 강한 전류가 흘러나왔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의 연속, 나는 다시 물레방아에 발을 얹는다. 하염없이 물레방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는 다시 이 이상한 노동에 참여해야 했다. 잠시 후 들려오는 그 말도 안되는 방송.

'당신은 죄인입니다. 더 비천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법과 복지에 의해 몸에 맞지 않는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살았던 것 중대한 불법입니다. 하지만 당신에게도 기회가 있습니다. 이렇게 여기서 열심히 먹고, 움직여서 제 1계층에게 선택받아 봉사하십시오. 그렇게 된다면 당신의 죄는 씻겨질 것입니다.

.....중략......

사회에서 쓸모없어진 당신이 여기 있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자비로운 제 1계층의 덕입니다. 이곳에서 주어지는 모든 것이 제 1계층의 자비입니다. 식사에는 모든 영양소가 골고루 배합되어 있으며, 목을 축일 수 있는 식수도 제공됩니다. 이 모든것이 제 1계층께서 내려주신 선물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합시다.

.....중략......

하지만 모든 이가 선택받는 것은 아닙니다. 당신의 쓸모를 증명하십시오. 제 1계층을 찬양하여 그들을 감동시키십시오. 그것이 당신들이 죄를 씻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입니다.

.....중략......

지금 당신들은 이 활동이 의미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는 여러분이 생활하는데 필요한 전기를 만드는 활동으로써, 여러분을 이끌어주는 와이어, 배식, 배변, 여러분이 게으름을 피울 때 마다 징벌하는 발판에 까지 모든 곳에 공급됩니다. 이 활동을 하게 해주신 제 1계층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어처구니가 없는 말 투성이었다. 이유없이 붙잡혀 있는 사람에게 죄인이라는 신분을 안겨주는 것도 모자라 권리를 폄하하고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충성해야 한다는... 음식이라고 내놓은 것들은 갈증만 야기시키는 가루더미, 이는 내가 차용한 것으로 되어있는 돈을 사용한다고 생각해도 매우 부족한 것이었다.

'이런것에 감사하라니... 도대체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것일까...'

분노가 치밀었다. 심지어 마지막의 내용에 나는 숨이 막혔다. 이 물레방아가 전기를 만들고 이 공간에 들어가는 전력으로 생활한다는 것. 즉. 외부와 독립적으로 설계된 공간이라는 것에... 일어날 때 부터 울렸던 사이렌부터 와이어의 움직임, 배식, 배설, 심지어 이 움직임을 강제하는 전류까지. 이곳의 모두가 만들어낸 것이었다.

이곳을 알아가게 되는 것이, 아무것도 모른 채 처음 끌려와서 이곳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절망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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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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