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XX일

한 카페


나는 E앞에 앉아있다.

E의 것이 되기 위해. 그리고 나의 존재를 포기하기 위해.

우리는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꽤나 긴 대화를 했다. 그 시간은 자그마치 2달이 걸리는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E는 나에게 있어 그저 먼저 이야기를 걸어준 사람일 뿐이었지만 지난 2개월은 인간으로써의 E를 판단하기에 층분한 시간이었으며 돔으로써의 자질 또한 판단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물론 보시다시피 나는 E에게 푹 빠졌고 나는 내 발로 이 자리에 나왔다. E가 다시 한 번 나를 확인하겠지만 나 또한 그럴 것이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의 눈으로.


E의 첫 인상은 귀여웠다. 본인이 아무리 귀엽지 않다고 한들 자신의 겉을 쉽사리 바꾸지는 못하리라. 외모와 앳된 목소리는 갓 새내기를 벗어난 대학생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미소. 가징 인상깊은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귀여움을 담고있지만 한편으로는 왠지모를 위화감을 느끼게 하는. 나의 본능이 E가 돔이라는 것을 스스로 깨달은 건지도 모른다.


나는 최대한 침착하려 했다. 나의 본능을 숨기기 위해 가끔씩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려오면 깊게 심호흡을 하고 대화를 이어갔다. 하지만 대화를 하면 할 수록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오늘은 최대한 사람인 척 해야해. 스스로 당당한 모습을 보여줄거야.


마음속에서 몇 번이고 되뇌였지만, 어느순간부터 E가 내가 찾고 있는 사람이란 것 그리고 E에게 내 모든것을 맡기고 싶다는 느낌이 절실해진다. 


속마음을 들키지 않을꺼야.


나는 더 이상 E의 눈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다. 이대로라면 내 마음를 읽혀버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지만 내 얼굴은 달아올랐을 것이다. 평범한 미팅이었으면 여자를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찌질한 변태로 보였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것이 내 마음을 숨기는 유일한 방법이다.


어느 순간보다 길었던 첫 만남.


하지만 나는 E에게 아직 이야기 하지 못했다. 타이밍을 노리다가 미루고 미뤄져 이야기가 끝났음에도 아직 이야기 하지 못한 것이다.


만남은 거의 막바지로 가고, 마지막 인사를 남겨둔 참이다.


지금은 타이밍이 좋지 않아... 하지만... 지금이라도 이야기 해야해.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나는 돌아서서 걸어가는 E를 불렀다. 그리고 말했다.


E를 모시고 싶어요. 어떤 것이던 할 수 있다는 거짓말은 하지 않을 거에요. 하지만 열심히 해 볼게요. 앞에선 모든 것을 다 내려 놓을게요.


E는 알고 있었다는 듯 미소짓는다. 그리고는 말한다.


글쎄요.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천천히 알려드릴게요.


나는 오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관계의 시작은 스스로의 포기로 부터 시작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틀렸다.

이 관계는 내가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E가 나를 인정함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었다.


나는 멀어져가는 E를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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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는 자신의 손을 이용하여 여러 모양을 만들었고 나는 그에 맞게 움직여야 한다. 이를태면 E가 손을 곧게 펴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면 나는 엎드린다. 손을 뒤집으면 따라 몸을 뒤집어야 하고, 손을 곧게 세우면 일어나야 한다. 


나는 마리오네트이다. 

그리고 아마 내 몸에는 보이지 않는 실이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E는 나를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한다. 아마 자신의 손짓 하나 하나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나는 움직이면 움직일 수록 지쳐간다. 하지만 E는 멈추지 않는다. E가 나에게 흥미를 잃으면 버림받을 것을 알기에 지친 몸을 이끌어 계속 움직인다. 제자리에서 동동 뛰다, 엎드리고, 한쪽다리를 들었다 내리고, 허리를 굽히고, 구르는 등, 의미가 없는 동작을 반복한다. 그저 관심을 받기 위해, E의 흥미를 잃지 않기 위해, E의 손 모양을 보고 기억해내서 움직인다. 시간이 흐를수록 온 몸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다리는 후들거리고 팔에도 더 이상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해야 한다. E의 유희가 끝나지 않았으며 E의 손이 내 움직임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는 아직 나에게 흥미가 있다는 의미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나의 움직임을 기대하고 직접 자신의 손을 움직이는 E를 움직임으로서 보답하는 것 뿐이다. 그럼에도 마음과 달리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고장이 난 것이다. 나는 슬펐다. 힘이 드는데도 나에게 움직임을 요구하는 E가 미워서가 아니다. 더 이상 E를 즐겁게 해줄 수 없고, 내가 버림받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힘들어?


인형에게까지 말을 걸어주는 상냥한 E.


......죄..송해요... 정말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요....


나는 바닥에 널부러져 슬픈 눈으로 E를 올려다 볼 뿐 이었다.


알겠어.


E는 손에 케인을 들었다. 나는 너무 기뻤다. E는 고장이 나 흥미가 없어질 법한 나를 버리지 않고, 고장난 나를 고치기 위한 방법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움직여.


나는 움직이지 못한다.


쫘악~!쨔악! 쫙!짜악!


E는 움직이지 못하는 나를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 나는 케인을 피할 힘도 없이 몸을 말아 가며 움직이지 못하는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사과한다.


악.... 죄..송해요 익.... 음.......으헉.....


E는 아랑곳 않고 나를 고치는데만 집중한다.


쨔악! 쫙!짜악! 쨔! 쫙!짜악! 쫙!짜악!


더 이상 E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나는 절규한다


움직일게요! 용서해주세요!


E는 다시 손을 움직인다. 부들부들 떨리지만 몸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E의 노력이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나는 움직이지 못하는 고장난 나를 버리지 않아서, 나를 고치기 위해서 노력한 E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E의 관심과 흥미를 받을 수 있고, 또 다시 E를 위해 움직일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그러다 나는 무심코 거울을 보고 깨닫는다.

왜 E가 케인을 들었는지.


나는 보이지 않는 실에 의해 움직이는 E의 마리오네트.

E는 나를 다시 움직이기 위해, 내 온몸에 붉은 실을 감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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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king (이하 스팽)은 고대로부터 자행되어온 고문이며 가장 보편화된 체벌의 방법이다. 피가학자에게 손 혹은 특정 도구를 이용해 타격을 통해 고통을 준다. 타격을 주는 부위는 피부이다.(도구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피부를 단련시키는 방법은 없기에 그리고 많은 감각세포가 있어 가해진 가학은 고스란히 피가학자에게 전달된다. 도구는 채찍, 패들, 케인 등 사실은 손에 잡히는 대부분의 것이다.


에셈에서는 아주 기본적인 플레이이자 체벌이다. 가장 원시적이지만 효과적이며 심지어 스팽 자체만을 플레이로 삼는 스팽커 스팽키 들도 있으며 그것 만으로도 쾌락을 느낀다고 하니 그런 이들에게는 가장 매력적인 플레이라 할 것이다. E또한 스팽을 즐긴다. 새어나오는 신음소리, 한줄 두줄 세겨지는 붉은 선, 고통에 부들부들 떠는 몸, 스스로 자세를 지키기 위해 움켜쥔 손, 동동 구르는 발... 어느 모습을 보기 위한 스팽인지 나로써는 알 수가 없다.


나는 마조가 아니다. 섭이다. 고통은 나에게 있어 쾌락이 되지 못한다. 그렇기에 스팽은 또한 E가 만족할 때까지 견뎌야하는 대상일 뿐이다. 이는 내가 충성심을 표현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역시 이 시간을 견뎌내는 것은 힘들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몸은 그 고통을 피하고싶어 몸부림친다.


나는 침대 모서리에 걸쳐 자세를 취한다. E는 편히 의자에 앉아 나의 몸을 훑어보고 있을 것이다.


후우웅!


나는 있는 힘껏 몸을 움추렸다. 스팽은 나에게 이런 존재였다. 하지만 고통은 오지 않았다. 그저 케인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에도 최대한 고통을 피해보려는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부우웅. 쫙! 쨕! 쫘악! 쨔아악! 쫙! 쨕! 쫘! 쫙! 쨕! 쫘악! 쨔아악!


E의 스팽은 나에게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내 머리는 고통을 견디려고 노력하나 몸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양 손은 침대를 움켜쥐고, 다리에는 힘이 빠싹 들어가 발꿈치를 들고 있는 모양새가 되었고, 엉덩이는 몸이 비틀어지지 않으려는 듯 흔들렸다.


약 50대의 스팽이 끝났다. 엉덩이는 화끈거리고. 붉은 줄이 겹겹이 그려져 붉은 연필로 스케치를 한 모습이다.


아파?


네.....


나는 솔직했다.


그만할까?


...........아....아뇨......


내 몸이 이 이야기를 들었다면 나에게 배신감을 느꼈을 지도 모른다. 그냥 아픈... 나에게 더 좋을 것이 없을 행위를 다시 한 번 겪겠다고 하는 비이성적 대답.

그리고 나는 다시 자세를 잡는다.


쨔아악! 쫙! 쨕! 쫘! 쫙! 쨕! 쫘악!


스팽은 다시 시작된다. 강한 자극으로 인해 부풀어올라 민감해진 엉덩이에겐 아마 더 큰 고통으로 다가왔으리라..


몸은 내 생각과 별개로 뒤집혔다.


..자세...


하지만 몸은 좀처럼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자세.


E의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방금까지도 움직일 것 같지 않던 몸은... 스스로 반응하여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몸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자세를 취하지 않으면 여태 해온 것 마저 무너지는 거라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이윽고. 떨리는 몸은 다시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쐐기를 박는 한마디.


힘들어? 그만할까?


이번엔 다시 머리가 번쩍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다시 몸에게 이야기한다.


잘들어. 이 고통은 니 의지와 관계 없이 E가 원하는 것이며, E가 너를 받아준 것에 대한 유일한 보답이야.. 또한 니가 E에게 속해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거야. 그리고 너 또한 느끼고 있어. 증거를 보여줄까? 아래를 봐.


아래에는 언제 흘렸는지 모를 더러운 물이 바닥을 더럽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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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자는 상당히 수준높은 훈육법이다. 몸에 물리적인 힘을 가하는 체벌과 달리 피대상자에게 스스로가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을 줌으로서 같은 잘못을 다시 저지르지 않게 한다. 일반적으로는 그렇다. 대부분의 잘못이 비양심작 행동이나 순간적인 잘못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섭이 저지르는 잘못은 이와 다르다. 서로간의 역할과 질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명령불복종, 약속위반처럼 죄질이 나쁘며 그 중 반은 욕구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돔은 조금 더 강한 처벌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 또한 그 나쁜 섭 중 하나이다. 마음은 항상 E를 따르며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몸은 쉽게 따라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E에게 부탁했다. 


제가 E의 교육할당량을 채우지 못하거나 유희로써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그때부턴 어떠한 방법을 써서 강제로라도 할당량을 채울 수 있게 해주세요.


잘못한 주제에 벌받는 방식마저 스스로 정해버리는못되먹은 나의 요청을 자비로운 E는 받아주었다. 하지만 방법을 듣고나서는 나는 후회했다. 내가 여태 떠들고다녔던 모든 방법이 이 벌칙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 형태는... 내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잔혹했다.


기본적으로는 의자이다. 그 의자에는 구리판이 있는데.. 그 구리판의 후면에는 저주파 자극기가 달려있어 저주파 자극기의 가동시간 동안 전기가 흐른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그 구리판의 위치는... 내가 힘이 풀려 주저앉으면 내 구슬들이 닿는 위치이다. 한마디로 마음대로 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더 잔인한 것은.. 책상이다. 책상과 의자 사이의 공간이 내게 허용된 공간이기에 최대한 서려고 노력한들 책상에 부딛혀 설 수 없다. 그렇다고 조금이라도 힘을 뺀다면 의자에 앉게되어 찌릿찌릿한 맛을보며 잘못을 늬우쳐야 하는 것이다. 팔은 의자 등받이에 고정되어 도망 칠 수도 없다.


지금 나는 한계다. 그리고 주저 앉는다.


으으응으윽! 으으으응!


무방비한 가장 약한 부위에서 느껴지는 전류, 움직일 수 없을 줄 알았던 두 다리는 다시 모든 힘을 쏟아 버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충격으로 다리가 놀랐을 뿐 이미 두 다리는 힘이 들어가지 않아 추위에 떨듯 떨려왔고..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으으으느그으그....으으으그으윽!


물밖으로 나온 생선이 살기위해 퍼덕이듯 내 몸도 내 약한 부위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고자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힘이 한번 풀린 다리는 좀처럼 버티지 못하고 앉는 빈도는 늘어만 갔다.


으악으으느악그으그....으으으그악으윽!


이젠 더 이상 일어날 힘도 없었다.


나는 가만히 앉아 가장 약한 부분을 통해 흘러드는 고통을 느낄 수 밖이 없다. 그리고는 스스로 내가 잘못한 것들을 생각한다.


생각의자. 스스로를 반성하게 만드는 훈육적인 의자이다. 일반적으로 벽을보고 혼자 고민하게 하지만. 지금 내 앞에는 미소지으며 손가락 하나로 전류를 올리며 나를 반성하게 만드는 E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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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글은 사견이다. 누군가가 자격이 없다거나 누군가를 비난하려는 의도는 절대 아니다. 그저 내 성향을 더 확실히 하기 위한 스스로의 생각일 뿐이다.


사람마다 성향은 다르다.


나는 Submissive 성향자이다. 그리고 이는 나의 의견이다.



최근에 한 분의 Slave 성향자(수직관계가 더 뚜렷한, 더욱 피동적인)와 이야기 하고 스스로의 성향을 더 고착화 할 수 있었다.


질문과 답변의 요약은 아래와 같다.


왜 따르죠?


소유권이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다른 분께 소유권이 넘어간다면 어땠을까요?


그 분을 따르겠죠.


그럼 자신을 소유하는게 굳이 지금 그 분이 아니라도 상관 없나요?


네. 소유권을 넘겨주었기 때문에 따르는 것 입니다.


물론 노예로써 사용됨에 있어, 소유권은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서 충성심에 대한 모순이 생긴다.

A가 B에게 소유권을 주었다고 가정할 때, X는

A를 따르기 때문에 B를 따르는 것인가? 그렇다면 현재 B를 따른다면, B를 따르는 것은 거짓인가? 이 모순은 해결 될 수 없다. 이는 충성심이 누구를 향하는지 명확히 나타낸다고 볼 수 없다. 또한 또 다른 문제점은 자신의 생각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물론 주인의 앞에서 날을 세우며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라는 것은 아니다. 이는 내가 어떤 이유로 스스로 그 사람을 따르기로 했느냐와 관련된다. 인간적, 일, 능력적, 등 사람으로써 존경할 수 없는 사람을 따르는 것은, 그 사람이 마스터/미스트리스/돔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따른다는 의미이며 왜 그 사람이어야 하는가와는 전혀 관계 없다. 그런의미에서 Submissive 와 Slave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는 물론 사용당하는 노예가 되고싶다. 하지만, 사람으로써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분의 섭이 되고싶다. 그 매력 앞에서 스스로를 내려놓는, 존경심을 가지고 숭배하고 따르는, 그로 인해 나 자신도 그분에게 맞는 섭이 되도록 노력하고 싶다.


어제 쓰여진 동전은 주인이 누가 되는지를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제 버려진 강아지는 주인만을 기다릴 것이다. 설령 주인을 대신해 누가 맡아준다 하더라도, 주인을 그리워 할 것이고, 다시 주인을 만났을 때 다시 꼬리를 흔들 것이다. 나는 그런 강아지이고 싶다.


PS. 물론..... 상대적으로 Slave성향자에 비해 무섭고 꺼려지는 플레이 앞에서 머뭇거리고 쩔쩔매는 모습을 보일지도 모른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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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이라는 것은 많은 의미를 가진다. 야생에서는 털이 많은 짐승이 상대방보다 우수한 개체임을 나타내기도, 자외선 및 해충으로부터 개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맡기도 한다.

인간에게 있어 털은 더 복잡한 의미를 갖는다. 털을 관리한다는 것은 얼마나 문명화 되어있는가를 나타낸다. 털을 관리함으로써 더 깔끔하고 위생적이 될 수 있고, 사회적, 시간적 여유나 자신의 개성을 표현한다. 요약하자면 개체의 우열 혹은 성숙과 미성숙, 보호막, 문명적, 위생적, 여유 및 개성이 털의 역할이 되겠다.


그렇다면, 위를 기반으로 털을 관리 당한다면, 피관리자에게는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자. 열등함, 미성숙함, 약화, 피문명화되어 위생관리를 당하는, 그리고 개성을 통제당하는 존재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역사적 기록에서 볼 수 있는 노예, 포로들이 그 예이다. 조금 더 추가하면 섭으로써 돔에게 체모를 관리당한다는 것은 피소유, 애정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겠다.


그리고 나는 오늘 E에게 이끌려 관리당하러 간다.

애완동물에게 애견 미용실이나 동물병원이 있다면,

섭에게도 합법적으로 체모를 관리할 수 있다. 왁싱샵. 아마 E가 주로 이용하던 곳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끌려가는 내 모습이 옆집 강아지와 오버랩되어 마음 한쪽이 처량하기도 하다..


한 명과 한 마리기에 당연히 한 마리분의 비용만 지불한다. 직원은 의아했지만 결제한다. 그리고 어느 방으로 인도한다. 한 마리가 앞장서고 한 명이 뒤따른다. 


같이 안들어오셔도 돼요.


들어갈건데요.


직원은 당황했지만, 방으로 안내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묻는다.


여자친구분 굳이 안들어오셔도 돼요. 남자친구분 부끄러워요.


그거 보려고 들어가는건데요? 그리고 남자친구 아닌데요?


E는 웃으며 말했다.


당돌한 태도에 직원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리고는....


야. 난 너한테 뭐야?


내 심장을 망치로 때리는 한 마디. 설마 여기서... 갑자기!? 나는 당황해서 귀 끝까지 달아올랐다.


대답안해?


이런 곳에서 갑자기 그걸... 말하라니.... 하..지만 말해야 한다.......


제.... ㅈ. 주인.. 님이요.....


말했다.. 그리고 마음속에서 무엇인가 무거운 것이 쿵 하고 떨어졌다... 아마 지금 내 얼굴은 사과보다 더 잘 익었을 것이다. 직원 또한 당황하여 재빨리 돌아갔다. 한마디로 한 사람과 한 마리를 당황하게 만드는 E였다.


방에는 침대 하나 한 마리. 한 명이 있었다. 잠시후 미용사가 가운을 들고 들어왔다. 들어가서 가운을 입고 나오란다.


얘는 가운 필요 없어요. 그렇지?


....네......


나는 드디어 고개를 들지 못하게 되었다. 하나둘씩 벗어낼 때는 절대 부풀어오르지 않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침대위에서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이 저주받은 몸뚱이가 참지 못하는 그 더러운 것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E외에는 보여준 적 없는 모습, 그리고 이 자세를 취하는 것은 나에게 트라우마가 있다. 이유는 E만이 아는.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을 E에게 보여진다... 이런 와중에도 나는 부풀지 않는 것에만 집중했다. 애국가, 국기에 대한 경례, 세상에서 제일 슬픈 이야기를 생각하며 필사적으로.


닿았다. 무언가 끈적끈적하고 따뜻한 것.


으음....므 으..... 윽.......


내 몸은 이제 자극에 대한 신음이 자동적으로 나오게 되었다. 이는 다시금 스스로를 자극하는 신호가 되었다. 그 결과...


부풀었다. 제 3자가 보기에 이건 완전 변태새끼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틀린말은 아니지만...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 아닌 사람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다니....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다. 


크크킄


아 괜찮아요 이런 분들 많아요.


미용사는 애써 나를 위로하는 듯 했다. 그리곤 한장의 페이퍼를 덧대었다. 때가 온 것이다.


쫘악.


신음도 낼 수 없는 고통이 나를 덮쳐왔다. 하지만, 그 고통은 내가 미성숙하고 불완전한 존재임을 다시 되새기는 순간이며, 또한 그렇게 미성숙하고 불완전한 나를 E가 애정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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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나는  흠칫한다. 누군가 초인종을 울렸다. E는 아니다. E라면, 문을 따고 들어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조심스레 문으로 향한다. 그리고 밖을 바라본다.

택배왔습니다~

??? 나는 시킨적이 없는데? 하지만 이대로 있을 수 없어 문을 연다.

Mongle씨 맞으시죠?

네. 그런데요?

여깄습니다. 수고하세요~

택배배달원이 나와 할 이야기는 없다. 나는 박스를 받아들고 방으로 돌아온다. 꽤 큰 박스이다.

까톡.

때마침 들려오는 메신져의 소리. 나는 메신져를 확인한다.

열지마. 내꺼야.

그 한 문장에 나는 그 박스를 신줏단지 모시듯 방 한 곳에 가지런히 놓아둔다. 어떻게 이렇게 정확히 메시지를 보냈는지에 대한 생각은 필요 없다.


그리고 얼마 후 E와의 세션.
나는 E의 앞에 자리한다. 그리고는 앞으로의 E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거 어딨어? 가져와.

네.

나는 E에게 박스를 가져다 준다.

무엇인지 궁금해?

네. 하지만 괜찮아요.

맞춰봐.

죄송해요. 잘 모르겠어요.

그래? 잘 모르겠어? 그럼 몸으로 배워.

E는 형틀에 나를 묶는다. 그리고는 눈을 가린다. 나는 공포에 몸이 떨리기 시작한다. 이렇게 사용될 물건이란건 잘 알고 있었지만 무서운건 어쩔 수 없다.

니가 맞출 때 까지 계속 할거야. 그럼 시작한다.


고통이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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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몸은 번식을 위해 쾌락을 택한다.

하지만 번식행위가 종료되는 시점부터는 생존을 위해 그 감각을 쾌락으로 느끼지 않는다.

터널의 끝을 향해 달리는, 터널의 끝이 도달하였을 때 해방되고 싶다고 느끼는 헤어나올 수 없는 그 감각은 매우 불쾌한 감각으로 변하고 그 자극을 주었던 것이 누가 되더라도 잊어버리게 된다. 심지어는 그 감각이 계속 될 경우 고통으로 변해 더 이상의 자극을 피하게 된다. 아무리 자연일지라도 목적을 위한 선택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퀸스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남자는 멸종했을지도 모른다.


이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남자라 하더라도 예외는 아니다. 절정의 전에는 아무리 모진 일을 당해도 견뎌낼 수 있을 지 모른다. 끝에 있을지도 모르는 그 순간을 위해. 끝에 절정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더한 것이라도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절정 후에는 복종심과 함께 쾌락도 없어져 버린다. 어떤 주인이 절정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이를 깨달은 것이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마인드에 앞서 본능에 따라 움직인 다는 것을. 역으로, 상대방에게 순수한 고통만을 안겨주고 싶다면, 먼저 절정을 느끼게 하는.... 아주 잔인한 방법도 있을 것이다.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놓고 볼 때,

E가 나에게 원하는 것은 순수한 고통인지도 모르겠다.



E는 언제나 그렇듯 오늘 일어날 일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나는 따라야 하는 입장일 뿐이다.

평소와는 다르게 나를 바닥에 눕게 한 뒤 아주 편하게 대해주었다. 그리고는 손 발 끝으로 부터 점차 가운데로 시야와 언로까지 나의 자유를 뺏어간다. 이 순간이 나에게 있어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가장 기쁜 순간이기도 하다. 이제부터는 내가 없으며 E의 유희만을 위한 장난감이 되는, E와 나의 위치가 확연히 드러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내게 허락된 상자를 벗겨낸다.

나의 얼굴은 붉어진다. 그리고 아래는 아주 당연한 반응. E에게 보여진다면 이세상 누구라도 같은 반응을 보일 것이다.

E는 자비로운 손길로 나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의지와는 다르게 바로 신음이 나올정도로 쾌락을 느낀다. 하지만 마음대로 절정에 다다라선 안된다는 것 또한 알고 있기에 두려움이 앞서기도 한다.


오늘은 마음대로 해도 돼.


이 관계에서 처음 들어본 말이기에 내심 걱정스럽긴 하지만 나에게는 E의 손길을 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다시 올 지 모르는 기회인 것이다. 그리고는 절정! 너무 기뻤다. 나로써는 최고의 포상이었기에 다음부터 더 열심히 따라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래에서 이상한 이질감. 쾌락에 끝에 느껴지는 해방감과는 다른. 느낌이... 너무 이상하다. 그리고 이윽고 이는 고통으로 변해간다.


읍...으브븝 읍.....!


나는 필사적으로 내가 이미 절정에 다다랐음을 표현한다.


그러나 E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손 아귀에 힘이 더 들어간 것 같다.


이제 나는 이질감이 아닌 순수한 고통만을 느끼게 되었다. 나의 아래는 충혈되어 점점 붉게 물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으으! 으으읍! 응 아모에어요!


이윽고 재갈이 벗겨졌다.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전개 그리고 다름 가학과는 다른 고통에 나는 울부짖기 시작했다.


잠시 후. 시야가 가려진 내 얼굴에 무언가 닿았다. E의 발이었다. 나는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최대한 정성스레 핥기 시작했다. E의 마음에 드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통을 피하려 시작한 것은, 핥으면 핥을 수록 나는 다른 감정을 느끼게 했다. 망가뜨려질 듯한 아래의 고통이 점점 다시 쾌락으로 변해가는 것. 전혀 경험해본 적이 없는 새로운 경험. 아마 내 몸이 이 행위를 하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아닐까. E의 가장 낮은 부위를 핥는다는 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자신도 모르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윽고 내 몸은 E의 손길을 다시 쾌락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나의 입은 마치 젖을 문 아기처럼 고요해졌고 혀는 E를 기쁘게 하기 위해 움직일 뿐이었다.


그렇게 또 한번 나는 E의 취향대로 길들여져 가고 있었다.


나의 몸은 번식을 위한 쾌락을 선택하고, 절정 후에는 생존을 위한 고통을 선택하였다.


하지만 나의 정신은 이미 E에게 길들어져, 생존을 위한 고통에도 E의 기쁨을 나의 쾌락과 동일시하도록 선택해버린건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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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내면에 깃들어있는 것이 더 많다.

주변에서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생각 외로 숨어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래는 한 가지 사례이다.


계약이 9개월 남은 내 자취방에 E가 찾아온 것을 겉으로 보이는 것이라 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남자가 사는 곳에 놀러온 여자친구, 대학 선후배, 와이프.. 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리고 벌어질 일을 조심스럽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방 안을 들여다 보자. 남자 한 명이 산다고 하기엔 아주 깔끔한 방이다. 아마 나의 방을 찾아온 E가 그를 잘 보살펴 주고 있는 듯 하다. E가 더러운 방을 보고 짜증을 낸다면, 자신이 정성스레 정돈해놓은 방이 더러워져 속상하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E는 침대에 걸터 앉고 나는 음료수와 다과를 내어온다. 그리고 E의 발 밑에 앉아 발과 다리 맛사지를 시작한다. 맛사지가 끝난 후 나는 샤워실로 들어갔다. 그러면 그렇지. 내가 여태 해온 일들은 모두 이 순간을 위해서 였던 것이다. 남자들이 다 그렇듯이. 자기 자취방을 찾아온 여자에게 원하는 것은.. 그것 밖에 없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음을 당신이 생각해 낼 수 있을까?

위를 보고 아래에 깃들어 있는 것을 읽어냈다면. 당신도 우리와 같은 종류의 사람이다.




나는 실오라기 걸치지 않은 채 샤워실에서 나왔다. 그래서일까, 나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고 있다. 사실 그녀가 오기 1시간 전 부터, E가 현관을 통해 들어왔을 때, 지저분 하다고 핀잔을 받을 때, 흥미를 얻기 위한 발 맛사지를 할 때도, 심장이 떨려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나는 부끄럼쟁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이 공간에서 내 몸에 입도록 허락된 것은 둥글고 긴 작은 플라스틱 상자 뿐이었기 때문인 지도 모르겠다, 내가 E의 자비로움을 느끼게하는. E는 내가 방을 계약 한 이유 줄 곧 여기에 찾아왔지만 내가 이 상황이 익숙해 질 리는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나는 E에게 다가가 조용히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는 E에게 주제넘게 상자를 열어 달라고 애원한다. 자비로운 E는 애원을 바로 내치지 않고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잠시 후 미소를 띄우며 E는 고개를 젓는다. 아마 열쇠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의미인 듯 하다. 나로서는 알 수 없다. 나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 조금 실망했지만, 가슴 속 깊은 곳에서는 이유모를 뭉클함과 같은 감각을 느낀다. 플라스틱 상자가 나에게 있어 E에게 종속된다는 감정을 느끼게 하기 때문인 지도 모른다.

플라스틱 상자 아래로 더럽고 끈적거리는 물이 흘러내려 방을 더럽힌다.

이런 칠칠맞은 나임에도 이 곳을 찾아주는, E는 참 자비로운 것 같다.


이제 E는 이 방을 어떤 용도로 쓸 것인지 정하는 차례이다. 주로 E는 하얗고 가는 손가락으로 나의 위치를 가리키고, 그 때부터 나를 포함한, 이 방의 용도가 정해진다.


손가락이 방의 구석을 가르킨다면, 자아나 생각은 이 방에 없으며, 가끔 더러운 물이 흘러나오는, 가구가 되어, 이 공간은 E만의 공간이 된다. 발 아래 혹은 내가 남자로써 더 이상 넘볼 수 없는 곳 가리킨다면, 그 순간부터, 나는 사역당하는 피사역체가 되며, 이 방은 봉사를 위한 방이 되는 것이다.


E는 하늘색 슈트케이스를 가리켰다.

E가 다른 곳을 가르킬 때와 달리, 한 걸음씩 슈트케이스로 다가가는 발걸음은 가볍지만은 않다.

슈트케이스는 이 공간의 용도를 단정짓지 않기 때문이다.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하나는 이 공간을 찾아준 E에게 보답하는 시간으로써 E의 유희의 공간.

나머지 하나는, 내가 저지른 잘못을 참회하는 시간의 처벌실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떨리는 걸음으로 슈트케이스에 다가가, 앞에 멈추어 섰다. 나는 목을 돌려 E를 힐끗 쳐다본다.

아직도 나는 E의 표정을 읽을 수 없다. 하지만 그로 인한 알 수 없는 떨림이 강해지면 강해질 수록 뭉클한 감각은 참을 수 없는 간지러움으로 번져간다. 이윽고 나는 슈트케이스의 손잡이를 잡아 끌기 시작했다.

그리고, 플라스틱 상자에서는 끈임없이 더러운 물이 흘러나올 뿐이었다.


그 플라스틱 상자에서 흐르는 더러운 것이 내 내면에 깃들어 있는 내면을 겉으로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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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에게는 S라는 친구가 있다. 3자의 입장에서 볼 때, 그 둘은 매우 친한 듯 하다. 만약 그들이 만나 서로의 관심사와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한다면, 마치 귀여운 꼬마 숙녀들의 모습을 보는 듯 할 것이다. 물론 일반인의 눈으로 그들을 본다면 말이다. 지금의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내가 E를 만나기 전 부터 E는 S를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성격이 비슷하여 두 사람은 비슷한 유희를 즐긴다. 하지만 추구하는 바가 달랐기에 유희를 즐기는 방법은 다른 듯하다. 대화를 해 보았다면 아마 느낄 수 있을것이다. 그들에 대해 내가 더 이상 언급하는 것은 질서에 어긋난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의 유희는 상당히 품격있기에 설명해보자 한다.

그들의 유희는 역할, 질서, 그리고 규칙을 매우 중요시 한다. 그리고 서로의 역할을 이행함으로써 지속된다. 사실 누가 어떤 역할을 맡을지는 이미 정해져 있다. 하지만 자비로운 그들은 역할을 맡을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역할을 받아들이는 건 아니, 맡아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나와 같은 사람(이하 나)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승낙에 의해 한 번 역할이 정해지면 질서와 규칙은 그들에 의해 정해진다. 일반적으로 나에게는 역할을 이행해야 할 의무가 생기고, 그들에게는 역할을 이행하게 만드는 권리가 생긴다. 간단히 예를 들자면, 한가지 규칙으로써 그들은 간헐적으로 혹은 지속적으로 행동을 통제한다, 항상 이유가 있다, 그들은 매우 합리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통제를 어겼을 시에는 그들이 그에 합당한 처벌을 제공한다. 즉 나는 이를 통제당함으로써 규칙을 지키며, 어겼을 시에 받는 처벌에 의해 그들과 나의 질서가 지켜진다. 이 두 행위로써 서로의 역할을 이행한다. 이는 작은단위의 역할, 질서, 규칙으로 파생되기도 한다.


베르나르베르베르의 개미 주인공 103683호가 인간의 행위가 공간적으로 1차원에 한정되어있다고 평가했다면, 그들은, 그들 그리고 나와, 다른 이들에게 육체적으로 한정되어 있다고 평가할 것이다.


이번에 그들은 나에게 새로운 역할을 부여했다.

말판게임에 참여하는 한명의 참여자. 그것이 나의 역할이다.

규칙은 말판에 있는 내용을 이행하거나. 당하는 것.

말판의 내용을 정하는 것은 내 권한 밖이다.

하지만 그 내용들은 아마 그들과 나 사이에 질서를 공고히 할 것이다.


내용에 대해서는 지금의 나로서는 알 수도, 언급 할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역할이 종료되는 시점에.. 

한 쪽은 한 편의 서커스에서 재롱을 부리며 채찍질 당하는 원숭이를 보듯, 우월감에 찬 조소로써 나를 내려다 볼 것이고. 다른 한 쪽은 서커스 무대에서 이 공연이 끝나기만을 바라는 원숭이의 모습으로 바닥에 널부러져. 신음을 흘리며 자비를 구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 모두는 만족감을 느낄 것이다. 서로 다른 역할 속에서.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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