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ouchable D19

Untouchable 2018. 12. 24. 10:17 |

자유라는 말은 모순 투성이이다.
자신의 의지대로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것이 정말 자신의 의지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심지어 태어날 때 부터 우리는 스스로 태어난 것이 아니며, 자유라는 개념 자체가 사회로 부터 주입된 것에 의해 변형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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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계단으로 굴러떨어진 2명을 제외한 모두는 다시금 계단 앞에 섰다. 이 계단이 지상과 이어진 마지막 계단이다. 비록 실내이지만 햇빛을 볼 수 있는 최초의 공간이기도 했다.

지금 배고픔과 목마름같은 하찮은 욕구는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정말 간절한 마지막 소원과 같은 햇빛을 볼 수있는 어쩌면 마지막 기회였기에,

그들과 우리는 모두 그 계단을 향해 올라갔다. 그렇게 우리는 햇빛을 맞이했다. 빛이 너무 밝아서인지, 아니면 이런 내 모습이 처량해서인지 알 수 없지만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러 나왔다. 그런 우리의 상태는 아랑곳 없이, 옷을 입은 자들은 올라왔던 계단의 반대쪽으로 나아가 윗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앞에서 멈추어 섰다. 그리고 무릎을 꿇었다. 옷을 입은 자들에게서 볼 수 없던 행동에 우리도 이유 없이 그들과 같은 행동을 취한다.

잠시 후 문이 열렸다. 그것은 진짜 태양빛이었다. 하지만 그 외에도 한가지 더 보이는 게 있었다. 어떤 이의 실루엣, 마치 온 햇빛이 그를 비추는 스포트라이트처럼 내리쬐어 바로 쳐다볼 수도 없을 정도의 광경. 그는 신에 틀림없었다. 눈이 햇빛에 적응해 갈 때 즈음, 그는 앞으로 점차 걸어오기 시작했고 점차 윤곽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어떤 이는 여자였으며, 내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바로 나를 여기 있게 만든 그 장본인.

'또각. 또각.'

눈물만이 흐를 뿐이었다. 어떠한 감정에서 나오는 것인지 모를. 그렇게 비합리적이고 잔인한 일을 당했지만 왠지 그녀에 대한 원한이 생기지 않았다. 너무나 사랑해서 보고싶었기 때문이었는지, 그보다 그녀가 내 눈앞에 있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아서 였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감정이 욕구에 우선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모습은 제 1계층에 대한 인식을 확실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녀는 우리들 앞에 멈추어 섰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자신의 발꿈치를 보는 듯 했다.


그때였다. 옷을 입고 있던 남자 중 2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상상도 못한 그들의 반응에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 체계 속에서 그녀를 덮쳐 탈출하려는 것이라 생각했다. 마치 맹수에게 뒷모습을 보이면 안된다는 이야기처럼. 그들은 그녀의 빈틈을 노리고자 한 것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들 중 한명은 그녀의 발꿈치로 다가가 자신을 굽혀 앉을 곳이 되었다. 다른 한 명은 그 앉을 곳의 앞에 몸을 굽혀 마치 탁자와 같은 형태가 되었다.

마치 본인이 바로 그 물건인 양.

나를 묶고, 괴롭히고, 강제하던 그들의 모습에 비해 지금 그녀 앞에서의 그들은 한낱 사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그녀는 그것 위에 앉았다.

2명의 여자들은 그녀의 소지품을 받아들고 그 자리에서 옷걸이가 된냥 물품들을 맡아 몸에 지니고 있었고, 다른 두 명은 계단 위로 달려갔다.

나머지 남자 2명은 그저 그녀의 발끝에 입을 맞춘 뒤 머리를 조아려 그 자세로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나는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도 알기 힘들었다.
시간이 한참이나 흐르고 나서야 나는 그 모습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거실과 같았다.
그녀를 중심으로 쇼파와 탁자, 옷걸이가 준비되었으며 발 아래에는 두 마리의 무언가가 있었다.

잠시 후 나는 생각을 다시 바꾼다. 그곳은 거실이 아니었다. 왕좌와 다름 없었다.


왕좌를 구성하는 것들은, 자유로운 자들, 누구로부터도 명령받지 않고 자신의 의지로 주어진 역할을 행하는 자유를 누리는 자들이었다. 우리와 다른 그들은 어느 누구보다 행복해보였다.


그렇게 그녀 앞에는 벌거벗은 네명이 있었고,
자유가 없는, 자유에 대해 알지 못하는, 불행한 자들. 우리들은 자신들이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 지 알지 못한채 두려움에 떨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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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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