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ouchable D20

Untouchable 2018. 12. 24. 10:19 |

자유롭지 못한 자들을 움직이게 하는 방법은 명령 뿐이다.

자유가 없어진 순간부터, 그들에게 자신이 무엇이 되고싶다는 것에 대한 의지는 쓸모 없는 것이 된다.


이곳에서 자유를 누리는 자들은 원죄를 이해하고 내면화하여 제 1계층에게 스스로 봉사하기를 택하게 된 자들이며, 그 대가로 3계층이 얻지 못하는 것을 얻게 되었다. 새로운 생활공간과 몸을 가릴 것. 이미 그들은 자유를 누리고 있기에 다른 것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것 만으로 충분했다.


그녀의 앞에 남아 벌거벗은 이들은 버려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녀는 눈을 돌려 남은 것들을 바라봤다. 나는 감히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눈길을 아래로 돌린다. 그녀는 더 이상 내가 바라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토록 사랑해서 그녀를 얻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금의 나는 나조차도 알 수 없는 이상한 존재였다. 그녀를 얻기 위해 했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가고, 내 얼굴을 붉어졌다. 비참함에서 오는 반응이었다.


'안녕하세요 오빠.'


나는 귀를 의심한다.


'보고싶었어요.'


나는 놀라서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는 정확히 나를 바라보며 이야기 하고 있었다.


'이곳 생활은 어때요?'


내 헐벗은 모습을 보고도 하는 말이라면 필시 조롱일지도 모르겠으나, 그녀의 얼굴에는 진지함이 묻어 있었다. 일방적인 그녀의 질문에도 나는 아무 대답을 하지 못한다.


'오빠... 아직 나를 사랑하나요?'


그 말은 내 가슴과 머리를 강하게 흔들었다. 그녀가 말했듯 이것은 그녀만의 사랑방식인지도 모른다고, 그녀가 원하는 대로 있으면 그녀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고,


'.........응.....'


'고마워요. 하지만 아직 저는 오빠에 대해 더 알고 싶어요. 그리고 또 다른 모습을 보고 싶어요. 오빠가 몰랐던 오빠의 모습까지도.. 그렇게 해 줄건가요?'


나는 섣불리 대답하지 못한다.

다시금 지금의 참혹함을 깨닿는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끔찍한 경험들, 이미 잃을게 없다면 없는 나였지만, 쉽게 답하지 못하는 이유였다.


'.....역시 ..제가 싫어졌겠죠?... 이런 곳으로 보낸 제가..'


이 따스한 말은 지금까지 그녀의 어떠한 말 보다도 더 차갑게 느껴졌다. 그녀가 나를 생각해서 나오는 마음이 담긴 걱정이 아니라는 것. 나는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여기서 내가 좋던 싫던 그녀의 심기를 건드려서 버림받는다면, 미래는 없었다. 왜곡되었지만 그들이 주입시키는 자유도, 태양도, 그리고 내가 사랑했던 그녀도.

어떻게든 그녀의 마음을 얻어야 했다. 거짓말을 해서라도.


'아냐.. 난 괜찮아.. 아직.. 널.. 좋아해.'


진실과 거짓이 모두 담긴 한마디였다.

사실 그녀는 내 진심을 읽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안심한 듯한 표정과 동시에 미소가 번졌다.


'고마워요...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그렇게 우리의 대화가 끝났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그녀를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이상하게도 아니, 당연하게도. 다만 시선에서 그녀의 발끝 만이 보였다.




'그럼 이만. 오늘은 쉬고 싶네요. 여러분도 돌아가서 쉬세요.'


그녀의 한마디는 여기 있는 모두가 그녀의 입을 다시 주목하게 만들었다. 자유가 없다는 공포심은 사라졌고, 쓰여지지 못했다는 허탈감이 남았다. 그리고 그 허탈감은 다시 절망감으로 변했다. 다시 그 지옥같은 축사로 돌아가야한다. 그녀로부터의 쓰여지지 못할 경우에 어떻게 되는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아.....'


나는 그녀의 옷자락이라도 붙잡고 싶었지만 내 몸은 그녀를 붙잡지 못했다. 그렇게 그녀는 2층으로 가는 계단을 통해 사라져 갔다. 그녀를 뒤따라 앉을 것과 놓을 것이 뒤따라 갔으며 두 여자들 또한 그녀를 뒤따랐다.


그녀의 발아래 웅크려 있던 것들이 다시 일어서 우리를 내려다 본다.


'내려가.'


그것들은 그들이 되어 다시 우리를 축사로 이끌고 있었다. 우리라고 불렸던 것들 중 아무도 그녀에게 사용되지 못했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우리가 했던 것들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이렇게 희망을 짓밟을거라면, 차라리 그 인내의 시간을 견딜 필요도 없이 축사에 있는 편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것들은 다시금 나를 축사로 밀어넣었고, 양 손에는 다시금 와이어가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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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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