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ouchable D7

Untouchable 2018. 6. 20. 21:59 |

신체와 감각의 자유를 모두 잃어버린 나는 그저 짐짝처럼 어디론가 실려갔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쳤지만 나에게 감겨있는 케이블 타이를 푸는 것은 불가능했다. 심리적 불안은 더더욱 심해져 갔다.

그보다 더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그녀의 부재였다.

적어도 그녀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무엇인가 되고자 했던 의도와는 달리,
지금 나는 내 옆에 있는 남자들에 이끌려 어딘가에 팔려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상황이었다.

그렇게 나는 앞으로 나에게 닥칠 일을 걱정하는 신세가 되었다..


시간감각은 사라진지 오래, 차의 시동이 멈췄다.

그리고 나는 그 사람들에게 이리 저리 옮겨져 방향감각 또한 잃어버렸다.


극도의 긴장에 잠도 자지 못한 상태에서 지칠대로 지쳐 눈물도 나지 않을 때 즈음, 나는 땅바닥에 던져졌다. 

'읍읍....으브븝..... 읍..... 읍..브브브ㅡㅡ흐흐흐....

(제발....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 돌아가고 싶어요..)'

'일어나. 걸어.'

그들 중 한 명이 나의 발목에 감긴 케이블 타이를 풀며 말했다. 하지만 나머지는 그대로였다. 그는 내 팔목을 앞으로 이끌었다. 케이블타이는 뒤로 묶여 있었고 나는 허리를 굽히고 반쯤 팔이 꺾인 채 힘 없이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앞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나는 그곳으로 지나갔다.

'지익.'

내가 그곳에 들어서자 마자, 그들은 내 바지를 벗기기 시작했다. 나는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몸을 비틀고 그들을 걷어찼다. 하지만 얼굴이 가려진 상태에서 몇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막을 순 없었다.

'가만히 있어.'

'퍼억. 퍽... 푹...'

그들은 내 복부를 강타하기 시작했다.
나는 팔을 묶여 막지도 못하고 점차 고통에 의해 고분고분해질 뿐이었다.

그렇게 나의 바지가 벗겨졌고,
몸을 가리던 옷이 없어지자 추위가 느껴졌다.

'무릎 꿇어. 그리고 엎드려.'

나는 그저 그렇게 할 뿐이었다. 반항할 힘 조차 없었다.


'으르브블브르 브릅르브ㅡㅂ급그!'

내 엉덩이에 닿은 차가운 무언가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나는 다시 몸부림쳤다. 아니 생선처럼 펄떡였다.
어떻게 보면 마지막 자존심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움직임을 막을 수 는 없었기에 하는 수 없이 최대한 뒤로 들어오려는 것을 막아보려 애썼다. 이 모습은 마치 진찰대에 올라온 강아지 모습과 같았을 것이다.


내 몸부림은 그 차가운 것이 내 몸속에 들어오고 나서야 멈추었다. 어떻게든 빼보려고 힘을 주어보기도 했지만 빠지지도 않았다. 마치 요철이 맞은 것 처럼 내 의지로 뺄 수 없는 것이었다.

참혹한 상황이었다. 자유를 빼았긴 것 뿐 좌절감 뿐 아니라 누구인지도 모를 이들에게 이런 일을 당한 수치심까지.. 죽고싶을 심정이었다.


갑자기 복면이 벗겨졌다. 수 시간이 지난 후 겨우 볼 수 있게 된 빛에 나는 눈을 제대로 뜰 수도 없었다. 그 정신 없는 사이에 재갈과 케이블 타이가 벗겨졌다.

'잘못했어요.... 제발 돌아가게 해주세요...... 이건... 이건 뭔가.... 잘못된거 같아요...... 제발...... 죄송해요'

시야도 확보되지 않은 내 첫마디는 누구인지도 모르는 이들에게 내가 하지도 않은 죄에 대한 사과 뿐이었다. 


대답은 없었다. 그들은 다시 명령했다.

'남은 것도 벗어.'

확실히 하의를 입지 않고 상의만 입은 지금 꼴은 치욕스럽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남은 옷까지 스스로 벗기에는 저항감이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사과 뿐이었다.

'제발....... 이러지 마세요...... 잘못했어요...... 뭔가 잘못되었어요........ 돌아가....으으읍?'

나는 더 이상 말을 계속할 수 없었다. 무엇인가가 내 몸을 강타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나를 건드리지 않았다.

'으헉.... 아악!....'

내가 혼란에 빠져있는 것과는 아랑곳 없이 그는 말했다.

'벗어. 같은 말 안해.'

'용서해주세요.... 싫어......아악!'


나는 고통의 정체도 알지 못한채 바닥에 꼬꾸라져 뒹굴었다. 너무 강한 자극에 어디서 자극의 방향마저 알 수 없었다.

'5...4...3...'


'.....알.... 알겠어요....'

사람에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역시 고통이었다. 나는 나머지 옷가지들을 주섬주섬 벗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전라가 되었다.


누구인지도 모를 사람들 앞에서, 고통과 두려움 속에서,


그녀에 대한 사랑따위는 느껴질 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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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도 나는 강의를 듣고, 친구들과 웃으며 밥을 먹고, 평소와 다름 없는 생활을 했다. 강의실 한켠에 그녀가 보였고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것도 평소와 다름 없었다. 변한 것은 내 머리속 어지럽게 널려있는 기억과 고뇌들. 그녀의 눈에 띄이고 싶어 했던 예전의 나와 달리, 지금은 그녀가 있는 방향으로 발 한 걸음조차 다가가기 힘들어진 것 그것이 그 증거였다.


학교를 마치고 나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래...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 는 없지.'


약속장소, 나는 그 문 앞에 서 있다.

나는 초인종을 누른다.

'딩동'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나는 다시 초인종을 누른다.

'딩동 딩동'

'똑똑똑'

문을 두드려도 안에서는 아무 답이 없다. 지난 번과는 다른 반응에 나는 편지를 펼쳐 정해진 시간이 있었던가 확인해본다.


정해진 시간따윈 없었다.

'뭐야... 언제 오라는 거야.'

나는 손잡이를 돌려본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문이 열렸다.


하루종일 이 방에 있었던 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발 한짝 떼기가 쉽지 않다. 방 한켠에 그녀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번과 다른 점이 있다면 아주 안락해 보이는 쇼파가 있었고 그녀가 그 위에 앉아 TV를 보고 있다는 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을 것임에도 전혀 아무런 신경도 쓰지않고 TV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한 걸음, 걸음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근처에 섰다. 그럼에도 그녀는 TV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을 가로막아야 할까? 라고 생각해 보았지만 왠지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여기 까지 온 거면.. 작정 하고 온 거죠? 서있지 말고 거기 앉아요.'

'.........'

앉다니 어딜... 주변을 둘러봐도 보이는 앉을 것이라곤 없었다. 역시 거만한 그녀였다. 조금 짜증이 났지만 그녀의 말 대로 그냥 바닥에 앉았다.


앉고 나니 눈에 띄이는 종이와 펜.

'읽고 서명해요.'

'.....................'

그녀는 나에게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다.


그 종이의 내용은 차용증이었다.

들어 본 적도 없는 회사로부터 터무늬 없는 금액을 빌린다는... 이자 또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사회로 부터 지우겠다는 건 이런 의미였나...


다음 장을 넘기니 계약서가 나왔다.

내용은 내 자유를 그녀를 위해 포기한다는 것. 효력은 없을테지만 나를 섬뜩하게 만들었다.


정말 이렇게 쉽게 나를 버릴 수 있는건가? 이대로 싸인해도 괜찮을걸까? 이 여자를 위해?

이런 생각을 하며 나는 그녀를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나를 내려다 보는 그녀의 시선이 있었다. 


내 몸은 그대로 굳어버렸고 마치 죄를 지은 사람처럼 다시 떨려오기 시작했다.

내 본능은 말했다. 지금보다 나빠질 것임에 틀림 없다고. 그만 두려면 지금이라고.

내 머리는 어떤 선택지를 골라야 하는지에 대하 다시 혼란에 휩싸였고


'뭐해요? 각오하고 온거 아니었어요?'

그녀의 말 한마디 한 마디는 하나의 선택지만을 가리킬 뿐이었다. 나는 이러한 혼란스러움에 지쳐있었고,
차라리 답을 내려야 한다면 그녀가 말해주는 답을 고르기로 했다.


나는 서명했다.

차용증서와 자유를 포기한다는 계약서에.

'이리 주시겠어요?'

나는 떨리는 손으로 내 자유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것을 손에든 그녀는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나에게 그녀를 붙잡을 힘 따위는 없었다. 그렇게 나는 홀로 남겨졌다. 수억의 빚, 공허함, 앞으로의 불안감과 함께.


잠시 후, 문 소리가 들렸고 그녀가 돌아왔다. 그녀를 뒤따르는 몇 명의 남자들과 함께.

'일어나. 따라와.'

'진.... 진짜... 가야 돼.....요?'


엉겁결에 그 서류들을 내어주었지만 이번에는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안와도 돼. 굳이 올 필요 없어. 그냥 빚이나 갚으며 살면 돼'

내 머리를 강타하는 그녀의 말 한마디. 내가 무엇을 한 것인지 이제서야 나는 실감했다.


'돌.... 돌려줘!'

남자들이 내 앞을 가로 막는다.

'내가 잘못했어! 다시 돌아갈래...'

'지랄하지마. 그럼 따라오지마. 너 같은건 이제 필요없어'

나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물론, 지금이라도 돌아갈 순 있었다. 하지만 내 삶에 희망은 없을 것이 분명했다.

오히려 그녀를 따라가야 할 때의 불분명한 불안감이 더 희망적으로 느껴졌다. 마치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나에게 내려지는 빛 같았다.


나는 떨어지지 않는 걸음으로 내 발로 그녀를 따라갔고, 그 남자들 또한 내 뒤를 따라왔다.

그리고 다다른 곳은 지하주차장, 승합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타'

나는 남자들에 둘러싸여 승합차에 앉았다.

'너..ㄴ?'

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이 닫혀 버렸고 차는 출발했다.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고 몸부림 쳤지만 차를 멈출 힘도, 그 남자들을 짓누를 힘도 없었다. 내 입에는 재갈이 물려졌고 얼굴에는 복면이 손, 발목은 케이블타이가 채워졌다.


눈물이 흘러 내려왔다.

배신감, 억울함, 두려움, 분노, 슬픔, 후회로 인한 감정. 그것이 그 이유였다.


그렇게 그날 사회에서 나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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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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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아침이었다.

지난 이틀 간 있었던 일이 환상이라도 되는 듯,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아침.

다만 그것이 꿈이 아니라는 증거, 책상위에 놓여진 그녀로 부터 받은 편지였다. 어제의 내가 그 편지를 읽었다면 나는 나를 주체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편지를 뜯지 않고 이리 저리 돌리며 겉을 살펴본다. 지난 번과는 다르게 아무 것도 적혀있지 않은 빈 봉투였다.

나는 바보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기 시작했다.

'내가 이 봉투를 찢어 속을 봐도 되는 것일까?'

그저 편지 한 통일 뿐인데. 이러한 고민을 하게 된 것. 모두 그녀 때문이다.


'큭.'

기억이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그 기억들은 나에게 꽤나 큰 충격이었다.

마치 스스로에게 시행한 시험과 같았다. 

'사랑이란 이름 하에 스스로를 얼마나 망가뜨릴 수 있는가.'

그것이 주제.


내가 편지를 뜯지 못하고 있는 것이 두려움일까.
아니면 그 역겨운 모습으로부터 나를 지키려는 방어기제일까.

나는 편지를 서랍에 집어 넣고, 집을 나섰다. 하지만 버스 안에서도, 수업을 들으면서도, 점심을 먹으면서도 그 편지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이 그녀인지, 그녀가 나에게 원하는 행동 그 자체인지에 대해서도, 내 머리속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집에 돌아온 나는 봉투를 뜯어 편지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난번의 메시지와 같던 편지와 달리 이번에는 장문의 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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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를 읽고 있다면,

마음의 준비를 끝마쳤다고 봐도 문제가 없을 듯 하네요.

당신이 저를 생각하는 마음은 잘 알고 있어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하지만 저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여자가 아니에요.


저는 당신을 소유할거에요. 제 소유물인 만큼 책임은 확실히 질거에요.

하지만 여태 당신이 쌓았던 모든 것을 모두 무너뜨릴거에요.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그리고 괴롭힐거에요. 언젠가 당신은 망가지겠죠.

전 망가져 버린 당신을 다신 거들떠 보지도 않을거에요.


그저 새로운 장난감을 찾겠죠.


그저 평범한 여자를 좋아한다는 알량한 생각으로 나에게 다가온다면,

생각한 것 보다 더 큰 대가가 따를거에요.


그래도 저에게 다가오실 생각이라면, 지난 번 우리가 함께 시간을 보냈던 방으로 찾아오세요.

사회에서의 당신의 흔적을 지워줄게요.


고마워요. 나를 그토록 사랑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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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할 뿐이다. 그녀는 정말 마녀인가.

그녀에게 가까워지고자 한 내 자신이 두려워졌다. 나는 편지를 다시 서랍 속에 쑤셔박았다.

혼란한 정신을 가누기 위해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그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다.

전역 후 처음 본 그녀, 잘난 이들에 둘러싸인 그녀를 보고 질투심을 가진 나, 내가 그녀의 관심을 끌려 했던 행동들, 그녀의 터무니 없는 요구와 그를 행하고자 한 나, 메시지가 담긴 편지, 그 곳에서 본 것들, 그녀의 사과, 그녀에게 몸을 낮춰 입맞춘 나, 포스트잇, 그리고 앉을 곳이 된 나, 장문의 편지까지.

나 스스로 내 행동의 이유을 설명하기엔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

사랑이라 단정짓기엔 너무 복잡한 것들.
내 감정은 무엇이며 그 감정을 통해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소유하지 못해서 생긴 질투일까? 그저 관심이 필요했던 것 뿐일까? 누군가를 기쁘게 해야겠다는 이타적인 마음일까? 노력에 대한 보답일까? 변태 성욕일까? 충성심일까? 소속감일까?

이 편지에 쓰여진 것 처럼,
그녀에게 다가간다면 나는 내 모든 것을 잃는 것일까? 그녀가 나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나는 미소 짓는다.
나를 무시하고, 다른 이로부터 욕보이고, 앉을 곳으로 쓰고, 나를 사회로부터 단절시키겠다는 여자?


됬어. 이런 장난은 그만두자. 현실로 돌아가야지.
나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한 가지가 머리를 스친다.


내가 그녀에게 다가가기를 포기한다면 앞으로 이런 감정을 다른 이로부터도 느낄 수 있을까?
그 사람과의 관계를 이렇게 고민할 만한 그런 사람을...


이 생각은 나를 그 장소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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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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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앉을 곳이 되어있었다. 오직 그녀를 위한,


내 몸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녀가 무거워서가 아니다.

왜 내 자신이 스스로 이런 꼴이 되어 있는지에 대한 의문에 답하지 못하는 내 자신에 대한 의심. 나보다 어린 여자에게 깔려있는 굴욕감. 사랑인지 무엇인지도 모르게 되어버린 그녀에 대한 감정. 모든 것이 뒤섞여 내 머리속을 흔들어 놓았다.


혼란에 빠진 내가 그저 앉은 곳의 모습으로 스스로에 대해 생각할 때.

그녀의 한 마디는 다시 나의 머리속을 뒤흔들어 놓았다.


'왜 그런 모습을 하고 있어요?'

'..................'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할 수 없었다.

포스트잇 때문에 집에서 나가지 못하는 몸이 된 것,
그녀의 한숨 쉬는 모습을 보고 스스로 앉을 곳이 된것.

무엇하나 내 지금의 내 모습을 변호하기에는 부족했다.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한 맹세가 거짓말은 아니었나 보네요.'

'.................'

그것 만큼은 동의 할 수도 있었지만, 이미 나는 무슨 말을 해야할 지 알 수 없었다.


끊임 없이 말을 걸어오는 그녀와 대답하지 않는 나.

지금까지의 우리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마지막으로 물을게요. 대답하세요.
무슨 일을 당하게 되더라도,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없더라도, 정말 나의 곁에 있기를 원해요?'

'..................으...응.....'

내 입에서 나온 한 마디. 그리고 그 한마디는 그녀를 웃게 만들었다.


'아....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진짜 당신은 뭐하는 사람이에요? 지금 그 모습을 하고서 나의 곁에 있겠다구요?
내가 왜 당신같은 사람을 곁에 두어야 하죠?'

다시 나는 입을 굳게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어디서 부터 틀어진 것인지 알 수 없는 이 관계, 누가 봐도 이 관계는 비정상의 궤도를 달리고 있었다.


'당신은 이런 모습의 자신을 믿을 수 있나요?. 집으로 돌아가세요.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줄테니.'

그녀는 앉을 것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이 먹던 식기를 내 얼굴 앞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 옆에 저번과 같은 모양의 편지봉투를 떨어뜨리곤 방으로 사라졌다.


나는 그녀가 사라진 후에도 움직이지 못하고 떨고 있었다.

그녀의 아래에 짓눌려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 자괴감과 그녀의 비웃음 그리고 눈앞에 남겨진 음식에 담긴 모멸감에 이를 견디고 있는 나에 대한 의구심까지.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이유는 억울함이었다. 내 의식 중 가장 먼저 스스로에 대한 보호본능이 나를 움직인 것인지도 모른다. 그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 뿐인데, 이런 꼴을 당한다는게 서러웠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내 안에서 무엇인지 모를 한 꺼풀을 지워 내려갔다. 이는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는 감정의 껍질인지도 모른다. 어린 모습을 한 나의 가장 순수한 감정. 이는 그녀에게서 처음으로 사과의 말을 들었을 때와 비슷한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눈 앞의 음식을 주워 입에 담기 시작했다.
원래는 무엇이었는지 조차 알기 힘든 그 음식을, 단지 하루종일 먹지 못해 배가 고파서 였는지, 나를 덮고 있던 어른의 모습을 한 감정이 사라져 버린 해방감 때문인지, 남은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깨끗이 먹어치웠다.

그렇게 먹어치운 식기를 정리하고 편지를 손에 쥔 채 나는 현관으로 향했다.


신발을 신고 나서려는 내 눈에 보이는 포스트잇.

나를 나가지 못하게 붙잡아둔 그것이었다.


나는 그것을 애써 무시한 채 집으로 향했다.

나를 본 부모님은 오늘 하루에 대해 질책하듯 물었다. 늦은 밤 전화기도 가져가지 않은 채 사라진 아들을 둔 부모님의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나는 부모님께 있었던 일을 말할 수 없었다. 나는 바보같은 변명을 하며 둘러대었다. 부모님은 석연찮은 얼굴을 하였지만 더 이상 나에게 질문하지 않았다.


가끔은 현실을 말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좋을 때가 있는 법이다.


아니, 나조차 그것이 현실인지 구분하기 힘든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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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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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아침이었다. 그리고 나는 바닥에 널부러져 자고 있었다.


마치 취한 듯이. 술도, 마약도 없었지만 아마 그것은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서둘러 깨어나 주위를 살펴보았다. 어제와 같은 풍경의 그곳, 다만 그녀와 '그것들'이 없었다.

나는 오전수업이 있었기에 이렇게 가만히 여기에 있을 수 없었다. 우선은 여기서 나가야겠다고 생각하고 현관으로 나선다. 서둘러 신발을 신고 고개를 들자 눈에 띄이는 한장의 포스트잇. 그것 때문에 나는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제가 돌아올 때 까지 여기서 기다려 줘요.'

이 한 문장이 나를 막아섰다.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녀의 부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이 곳에 있음으로써 그녀가 바라는 행동을 하게 된다.


그렇게 나는 오늘 학교 가는 것을 포기했다. 평소의 나에게는 있을 수 없는 비이성적인 행동이었음에도, 나는 이곳에 남기로 했다. 다시 신발을 벗고 현관을 따라 들어왔다.

문득 떠오르는 어제의 기억, 허겁지겁 나가려 했기에 잠시 잊어두었던 어제의 기억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벌거벗은 그것들.

마치 정말 의자에 않듯 아랑곳 하지 않고 그 위에 앉은 그녀.

무엇보다 믿겨지지 않았던 그녀의 사과.

나를 걱정하는 듯 했던 달콤한 말들.

눈물.

그리고.... 그 다음........


나는 고개를 재빨리 저어, 그 다음을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에.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기에. 어떻게 나보다 연하인 그녀의 발에......왜 그랬던 거지.


얼굴이 화끈거린다.

마치 정말 무엇인가에 취한 듯한.
그 뒤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은 아마 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본능인지도 모른다.


나는 다시 생각한다.

그 몇마디 안되는 말에 넘어가 그런짓을 하다니. 내가 미쳐가는 것이다.


나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걸어갔고 신발을 구겨 신었다. 그리고 문고리를 잡았다.

하지만 나는 밖으로 나설 수 없었다. 포스트 잇에 적힌 그 말 하나 때문에...


제길. 나는 다시 걸어들어와 거실에 앉았다. 그리고 그녀를 기다렸다.

일어난 것은 11시. 시계는 3시를 넘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언제 올 지 알 수 없었기에 소용없는 정보였다. 주변을 둘러 보아도 달리 할 것이 없었다. 자연스레 어제 그것들과 그녀가 있었던 위치가 계속 떠올랐다. 배고픔 또한 느껴졌다. 따지고 보면 오늘 한끼도 먹지 않은 샘이다.


시간은 흘러 흘러. 7시.

'내가 미쳤지. 뭐하는 짓이야.'

이제서야 나는 정신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왜 내가 나한테 잘해주지도 않는 여자한테 이토록 매달리는거야 자존심도 없냐 넌.'

나는 다시금 현관으로 향한다.


그때.

'찰카 착칵'

문이 열리는 소리.


문으로 향하던 내 몸은 굳어버렸고 움직일 수 없었다.
내 모든 귀는 그 소리에 집중했으며, 내 눈은 문이 열리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은 그것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


내가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몰라 머뭇 거리는 사이, 그녀는 나를 지나쳐 주방으로 향했다.
마치 내가 없다는 듯이.


'.....왔어?'

나는 조심스레 그녀에게 말을 건넨다.


'...................'

이것이 그녀의 대답이었다.


그녀는 냉장고를 열어 간단히 먹을 것을 챙긴 후 식탁으로 다가갔다.

나는 금새 이상한 점을 찾아낸다. 그 식탁에는 의자가 없다는 것.


'........후우~.......'

그녀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그녀에게 한 말을 떠올리며 생각하기 시작했다.

'너가 나를 좋아해 준다면 여기 있는 모든 이들보다, 어떤 일을 해서든, 더 너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어.'


그녀는.. 지금 앉을 곳이 필요했다.


나는.. 그녀를 좋아했고.. 어떤 일을 해서든 그녀를 행복하게 만들어야 했다.


내 머리속이 복잡해졌다.

'내가 원한 건 이런게 아닌데...'

'하지만....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마치 실이 뒤엉킨 마리오네트처럼.


움직이지도, 멈춰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다시금 내 몸은 그녀에게 다가갔고, 무릎을 굽혔으며, 양손으로 땅을 짚었다.

그렇게 그녀를 위한 앉을 곳이 되었다.


아마 내가 잊고 싶었던 어제의 기억은 이와 비슷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제서야 그녀는 탁자로 가까이 다가왔고, 그것들 위에 앉았을 때 처럼.

내 몸에 무게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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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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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내가 시키는 거라면 무엇이라도 한다고 한 거 맞죠?'


'그래.'


'그렇다면 지금부터 제가 그만이라고 할 때 까지 이 건물 주위를 달리세요.'


나는 순간 잘못 들은 것인가 생각했고, 주변에서 지켜보던 이들도 웅성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처음으로 그녀에게 필요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알겠어.'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이 건물은 꽤나 넓었고 운동과는 거리가 멀던 나는 곧 숨이 차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행복했다. 이 것이 그녀가 원하는 것이 었기 때문에. 10바퀴를 돌았을 때, 주변의 사람들은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90바퀴에 가까워 졌을 때 나는 깨달았다. 해가 지고 있었고, 그녀 또한 내가 고백했던 자리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 멈출 수 없었다.

밤이 되었다.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홀로 그 건물을 돌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곧 그녀가 나타나 나를 인정해주고 받아줄 것이라 생각했다. 다시 나타나 '그만.' 이라고 이야기 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눈을 떴을 때, 나는 병원에 도착해 있었다. 내가 병원에 온 것 마저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녀는 나를 버렸다는 것이다. 나는 진정으로 좌절했다. 그녀를 보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포기하기로 마음 먹었다.

퇴원 후, 학교에 다시 나갔을 때 많은 이들이 나를 걱정하며 몰려왔다. 하지만 역시 그녀는 먼 곳에서 눈길 한 번 마주치지 않고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 날의 수업이 끝나고 가방을 싸고 있던 나에게 그녀가 다가온다.


'그러면 그렇지. 자기도 양심이 있으면 미안함은 알지 않을까?'


내 앞에 선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편지가 담긴 봉투를 나에게 건낸다. 봉투에는 '혼자만 볼 것'이라고 쓰여진 문구 뿐. 그렇게도 그녀가 밉고 싫었지만, 감정이란 쉽게 고쳐지지 않는 듯 했다. 집에 서둘러 돌아온 나는 봉투를 열어본다.


'오늘 저녁 10:30 ○○빌딩 ○○○호.'


나는 솔직히 화가 났다. 많은 이들이 있었으니 그 앞에서 사과를 하라고는 못하지만,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사과 한마디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나는 편지를 구겨버리고, 찢어 쓰래기 통에 버렸다. 그리고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내 눈앞에는 그 이상한 여자가 써놓은 주소만이 눈에 어른거렸다. 그리고 9시가 조금 넘었을까. 나는 이불을 박차고 그녀가 알려준 주소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마치 최면에 걸린 사람마냥, 지금까지 내가 당해왔던 무시들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그리고 10시가 조금 넘어 그녀의 편지가 알려준 장소의 문 앞. 나는 초인종을 눌렀고 곧 문이 열렸다.


'왔어요? 들어와요.'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녀의 말에 따를 뿐,

그녀의 뒤를 따라 거실에 들어선 나는 눈앞의 광경에 말을 잇지 못했다.

학교에서 '인기 많은' 으로 불리는 녀석들이 모두 여기에 있었다. 다만 내가 기억하는 그들의 모습과 다른 점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자신들이 탁자나, 의자나 되는 것처럼 네 발로, 그녀가 놓아 둔 쟁반을, 그녀의 물건들을, 지탱하고 있었다. 그들의 팔과 다리는 한계를 다했다며 소리치듯 부들거렸지만, 그들은 그대로 거기에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그들 중 의자에 걸터 앉았다. 그리고 말했다.


'미안해요.'

'.................'


나는 위화감을 느꼈다.

이 감정은 화가 아니었다.

무엇인가 뭉클하게 올라오는 느낌.

마치 슬픈영화를 보았을 때와 같은 그런 느낌.


내 볼을 따라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지금도 나는 이 눈물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게 제가 사랑하는 방법이에요. 당신을 더 이상 이렇게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포기하길 바랐어요. 그렇게 기절할 때까지 달릴줄은 몰랐어요. 미안해요.'


내 눈물은 멈추지 않았고, 나는 심지어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그 울음 때문에 나느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사랑한다는 말도 아니었고 고작 사과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제 나에 대해 알겠죠? 아직 나를 사랑하나요?'


나는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앞으로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거에요. 당신이 나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 중요치 않아요. 나에게는 그저 무의미한 것일 뿐이에요.'


'.....................'


'괜찮겠어요?'


'흑... 흐윽......'


'...네.........'


이 것이 내의 마지막 대답이었다.



그 말을 들은 그녀는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조용히 오른쪽 발을 나에게 내밀었다.



누구도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녀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 것인지 말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내 몸은 본능적으로 그녀에게. 정확히는 그녀의 오른쪽 발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발 등에 조용히 입맞추었다.


나도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깨달았다.


그녀는 마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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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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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나를 모르겠어요? 나는 잔인해요. 잔인하다는 말에서 당신이 그렇게 쾌감을 느끼는 걸 보니 내게 벌써 잔인해질 권한이 주어진 것 아닌가요? 욕망하는 쪽은 남성이고, 여성은 그 욕망의 대상이죠. 이것이 여성이 갖는 전적이고도 결정적인 이접이에요. 자연은 남성이 지닌 열정을 통해 남성을 여성의 손아귀에 넘겨주었어요. 그러니 남성을 자신의 종으로, 노예로, 한마디로 노리갯감으로 만들어 결국에는 깔깔대며 차버리지 못하는 여자는 뭔가 잘못된 여자에요" 

- 중략 -

"여성이 복종하는 태도를 보일수록 남성은 그만큼 더 빨리 정신을 차리고 여성을 지배하려 들지요. 반면에 여성이 잔인하고 불충하고 게다가 남성을 학대하고 모욕적으로 가지고 놀며 동정 같은 것을 보이지 않으면 않을 수록 여성은 남성의 욕망을 자극하여 남성에게 사랑을 받고 또 숭배를 받을 수 있어요. 어느 시대나 늘 그래 왔어요. 헬레네와 델릴라 시대부터 예카테리나 여제와 롤라 몬테즈에 이르기까지" - 모피를 입은 비너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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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내가 아는 후배였다.

내가 갓 전역하였을 때 그녀는 새내기로 대학에 입학했다. 여자에 관심이 없던 나였지만 그녀는 나의 무관심을 넘어선 인기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 과 전체를 통틀어 그녀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심지어 이웃학과에서도 그녀의 모습을 보기 위해 강의실을 기웃거리곤 했다.

그리고 내가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말 그대로 첫눈에 반하고 만다. 내 인생에서 그녀는 포기해서는 안되는 여자라고 생각했다.

머지 않아 그녀와 어울려다니는 남자들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 남자들은 머리가 좋은, 공부를 잘하는, 집안이 좋은, 운동부 주장 등의 '인기 많은'으로 수식어가 붙는 여러 남자들이었다. 그들은 그녀 주위를 맴돌며 그녀의 관심을 샀다. 하지만 누구 하나 먼저 그녀에게 고백을 하지 않았다. 아마 자신들이 라이벌이라 생각하는 다른 남자들로부터 우위를 선점할 때 까지 기다리는 듯이.

그에 반해 나는 유달리 특별한 것 없는 평범한 복학생이었다. 교우관계가 나빴던 것은 아니지만 좀처럼 그녀와 가까워질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내 속은 타들어갔고 머지 않아 내가 고백해 볼 기회도 갖기 전에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있을 그녀를 생각하니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관심을 끌기 위해 무슨 짓이던 하기로 했다.

나는 MT에서 오락부장을 맡아 스스로 망가지기도 하였고, 조별 발표에서 모든 역할들 도맡아 조를 이끌어 나갔으며, 운동회에서 과도하게 멋진 모습을 보이려다 다리가 부러지기도 하였다.

이렇게 나는 그녀가 하는 모든 활동에 참여하여 어떻게든 그녀와의 접점을 넓히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녀는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이러한 나의 행동들은 내가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표시가 나기 마련이었고, 어느날 나는 일을 터뜨리고 만다.


나는 수업을 듣고 나가기 전 그녀가 앉은 책상에 다가가 이쁘게 포장한 초콜릿 하나를 건냈다.


...그녀는 그대로 짐을 챙겨 나가버렸다. 마치 내 초콜릿이 원래 없었다는 듯,


이를 본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너무 집착한다고, 심지어 내 편을 들며 그녀에게 있어 내가 아까운 사람이라고 까지 위로를 해주었다.


충분히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것이 개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만이 알고 있다는 것 처럼 내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가치있는 것은 언제나 희생을 요구한다.'

'나는 나를 포기해야 한다.'

'나는 나를 파괴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그것이 정말로 사랑이었는지,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이 일이 있은 직후, 그녀는 내 눈길마저 피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나는 끊임없이 그녀의 관심을 바랬지만, 내 노력에 대한 답은 없었다. 나는 점차 이성을 잃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내 인생 최대의 실수를 한다.


3교시 수업이 끝나 집으로 돌아가는 그녀의 뒤를 따라잡고 말했다.

'나는 니가 좋아. 너도 나를 사랑해주었으면 좋겠어.'


그녀는 잠시 놀란듯 하였으나 다시 되물었다.

'제가 왜 오빠를 좋아해야 하는거죠?'


'내가 너를 좋아하는 만큼 너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해줄 것이기 때문이야.'


'...미안해요. 전 오빠를 이성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그리고 혹시 지금까지의 행동들이 내 관심을 끌기 위해서 였다면 그만두세요. 보기 불편해요. 그럼 이만.'


그녀는 나를 지나쳐 갔고, 나는 그녀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나는 너를 위해 지금까지 노력해왔어. 더 이상 나를 무시하지마.'


작은 소란에 주변의 학우들의 시선이 집중되었고, 그녀는 당황한 듯 보였다.
나는 이 기회를 틈타 다시 이야기 했다.


'너가 나를 좋아해 준다면 여기 있는 모든 이들보다, 어떤 일을 해서든, 더 너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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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를 입은 비너스

https://books.google.co.kr/books?id=khtm5OB4fm8C&pg=PT216&lpg=PT216&dq=제베린+폰+쿠지엠스키&source=bl&ots=Q5A3ZgZx2X&sig=e4EeVST6BUMpbVNxviYsNrG6blE&hl=ko&sa=X&ved=2ahUKEwiG9qXvlJzbAhUDn5QKHRQrC_MQ6AEwAHoECAEQKg#v=onepage&q&f=false

사랑의 파괴

http://bbs.ruliweb.com/hobby/board/300145/read/15058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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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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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이 만들어지기 전, 이 곳의 설립에 참여한 자들은 약 6명 가량 당시의 제 1계층들은 여자 뿐만이 아니었다. 그 중 남자 O가 있었다. 어릴 적부터 엘리트 코스만을 밟아온 그는 건축학, 전자공학 등에서 성과를 발휘했고, 새로운 낙원을 건설에 대한 제시를 받았을 때, 이 곳에서의 자신의 지위는 더욱 높아진다는 것에 동의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이야 말로 이 낙원을 건설하는데 좋은 양분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또한 그 공로를 통해 제 1계층으로써 그리고 이 낙원의 설계자로써 1계급 사이에서도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음이 확실시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O는 그 섬의 기틀을 닦고, 부지에 대한 설정과 분배, 천국과 지옥의 설계 등을 도맡았다. 그 중 가장 훌륭한 그의 작품은 제 2, 3계급에 사용되는 목걸이와 플러그였는데, 사실 목줄이나 배변의 통제보다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제 2, 3계급의 난동을 막는데 초점이 있었다. 그래서 각각의 목걸이와 플러그는 원격으로 통제가 가능했으며 유사시 강한 전류를 흐르게 하여, 후에 그가 예상했던 대로 불순분자를 제압하는데 사용되었다. 특히 플러그는 항시 체내에 있었기에 육체적으로 저항하려는 이에게도 효과를 발휘했다.

모든 공사와 내부장치의 제작은 약 4년이라는 세월에 거쳐 완성되었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제 1계층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이 건설은 모든 제 1계층들의 염원이 담긴 작품이었기에 서로 돌아가며 축사를 남겼고 마지막으로 O의 차례가 되었다. 그 또한 이 곳의 설립에 대해 희망적인 연사를 쏟아냈다. 또한 그의 발명품인 목걸이와 플러그에 대해 시연했다.

그렇게 그들의 연회가 무르익어 갈 즈음, 일부에서 이를 테스트 해 보고 싶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논쟁이 발발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목걸이를 해보고자 하는 이는 없었으며, 심지어 그들에게 플러그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었기에 잠시 테스트에 대한 이야기는 소강상태에 빠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누군가 목걸이의 효과성과 신뢰성에 의문을 제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 목소리가 자신이 만든 발명품의 불신이라고 생각하기에 충분했고 O의 자존심을 긁고 말았다. 그 자리에서 자존심이 세기로는 따를자가 없었던 그는 이미 만취상태였고 자신의 발명품을 증명해야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자랑스런 발명품은 자신의 발명가의 목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 자리에 있던 그녀들은 누가 할것 없이 버튼을 눌렀으며 그는 자리에 나뒹굴기 시작했다. 이 반응을 지켜본 그녀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아...하하... 여러분 이제 확실히 알겠죠? 다시 풀어주세요. 장난치곤 너무 심하시네요.

알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플러그도 시험해보고 싶은데요.
실례가 안되신다면, 마지막으로 보여주시지 않겠어요?

장난치세요?
아무리 시험이라지만 너무하신거 아닌가요? 실제로 버튼을 누른 것도 모자라 플러그 까지 차라니요!


제정신이 든 O는 어떻게든 목걸이를 벗기 위해 발버둥쳤으나 물리적으로 푸는 방법이 없음을 알고 있었기에,우선은 그녀들의 말에 따르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옷을 벗지 않아도 좋으니 하나만 넣어봐요.


이는 O가 느끼기에 서로에게 마지막 통첩이었다. 그녀들이 얼마나 고집이 있는 사람인지, 그리고 스스로가 넣어본 적도 없는 구멍에 무엇인가를 집넣는 행위의 마지막이리라. 자존심으로 시작한 객기로 자존심은 땅바닥까지 떨어지다 못해 수치심마저 느끼는 그였다. 얼굴은 붉어질대로 붉어져 그에게 평정심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음을 드러냈다. 그의 입에서는 고통에 허덕이는 신음이 세어나올 뿐이었다.

그 뒤로 한 시간 동안은 O와 그녀들 간의 권력다툼 이었다. 사실, 그 혼자만의 투쟁이었다.
아래는 그 일부이다.


흐으... 하...... 으......

다 들어갔나요?


O는 고개를 끄덕인다.


생각보다 빠르네요. 그럼.

으아아ㅏㅏ아ㅏ가!

으헉.... 헉.... 잘..봤죠? 빨리 풀어줘요 이제!

왜죠? 이제 당신은 우리 손아래서 놀아날텐데?


O는 놀란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그녀들을 향해 두리번 거린다.


제..제발 장난치지말고.... 어서 풀어줘요.... 이건... 아니잖아요.

상황파악이 아직 안되신 건가요? 그럼 될 때 까지 도와드릴게요.


아악! 끄. 끄헉.....

으헉.... 헉...

흐으... 하...... 으......

으갸가가각극.... 으헉.......... 이....XX년들! 어....서 풀어줘!!

품위를 지키세요. 그리고 주제를 아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머리가 좋은줄 알았는데 아니셨나 보군요.


허억... 허어거..... 아... 알겠... 허억...어요....

나... 그냥... 허억... 여기.....서 나가게 해줘요........ 허억... 그냥 살......려만 줘요.......

이..런 이야기 아무한.....테도..... 허억..... 하지 않을테니까........

지금 우리랑 협상하겠다는건가요? 당신 위치에서?


아아악!! 끄. 끄헉...으... 하..아ㅏ가!

그리고 그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위와 같은 투쟁이 끝난 후 O가 눈을 떴을 때 그는 절망했다.

어둡고 침침한 공간, 신체의 부자유, 눈앞에 보이는 자신의 모습, 사회에서의 자신의 지위는 어디에도 없었다. 심지어, 무엇 하나 자신이 이 낙원을 만들었다는 증거가 되지 못했다.



O는 자신의 발명품의 효과를 입증함과 동시에 벗어날 수 없는 굴래에 빠지고 만다. 그는 이 낙원의 자발적 구성원이자 비자발적 구성원인 처음이자 마지막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 O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제 1계층은 아무도 없었으며, 그것을 신경쓰는 이조차 없었다. 심지어 O 조차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해 왔는지 기억하지 못했으며, 자신이 그저 죄인이며 제 1계층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자발적인 구성원, 비자발적인 구성원들의 충원에 약 2년이 걸려,
낙원의 지금과 같은 모습이 나타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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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리스의 황소

기원전 5세기 경 시칠리아에서 놋쇠 황소 혹은 시칠리아 황소라고 불리는 처형 도구가 존재했다. 제작자는 아테네의 장인이었던 페릴루스라는 자였고 당대의 폭군이었던 시칠리아의 왕 팔라리스에게 바쳐진 것이라고 한다. 놋쇠로 만든 황소에 사람을 집어넣고 아래에 불을 질러 구워버리는 처형 방식이다. 기동시키면 안에 들어간 사람이 산 채로 구워지면서 내는 비명소리가 울려 마치 소 울음소리처럼 들린다고 한다. 소의 입 부분에 관악기 같은 장치가 있는데, 이것을 통해 숨을 쉬면 황소가 울부짖는 것과 소리가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가장 먼저 이 놋쇠 황소에 들어가 화형을 당한 사람은 제작자 본인이라고 한다. 다만 죽기 직전에 꺼내져서 절벽에 내던져 죽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놋쇠 황소가 인류 최초의 금관악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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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리스의 황소
https://ko.wikipedia.org/wiki/%EB%86%8B%EC%87%A0_%ED%99%A9%EC%86%8C

죽음의 5단계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2100511583968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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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

Untouchable 7 - 원죄

Untouchable 2018. 6. 5. 17:36 |

이 소설의 배경은 미래이며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건 등은 모두 허구입니다.
현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이 소설은 체코의 OWK, 사드의 소돔의 120일, 가축인야푸 등을 토대로 구성되었으며,
대신 최대한 사실적으로 쓰려 노력하였습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성경 혹은 신화의 구절은 스토리 전개를 위해 사용한 것일 뿐, 종교적 의미를 내포하거나 비방하려는 의도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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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훼 하느님께서는 보기 좋고 맛있는 열매를 맺는 온갖 나무를 그 땅에서 돋아나게 하셨다. 또 그 동산 한가운데는 생명나무와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도 돋아나게 하셨다. (창세기 2:9)

-중략-

야훼 하느님께서는 '이제 이 사람이 우리들처럼 선과 악을 알게 되었으니, 손을 내밀어 생명나무 열매까지 따먹고 끝없이 살게 되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시고 에덴 동산에서 내쫓으셨다. 그리고 땅에서 나왔으므로 땅을 갈아 농사를 짓게 하셨다. (창세기 3: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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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의 종교는 인간에게 원죄의 개념으로 접근한다. 특히 유일신의 종교가 그렇다.

가령 선악과는 인간에게 부끄러움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결과적으로 부끄러움을 알게된 아담과 이브는 자신들의 치부를 여러 물건들로 가렸고, 절대자는 그들이 숨긴 것에 대해 알 수 없게 되어버린다. 달리 말하면 신이 인간을 통제하기가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인간은 낙원인 에덴으로부터 추방당해 영원히 신과 가까워 질 수 없는 존재가 된다.


여기서 인간이 추방당해야 합당하다는 것에 의심을 해본 적이 있는가?


사실 여기서 추방에 대한 죄목은 신으로부터 자신을 감춘 것 뿐이다.

자신을 감추게 된 이유는 부끄러움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부끄러움은 인간이 사고함으로써 발생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어쩌면... 신이 인간에게 선악과를 주지 않은 이유는

사고하는 인간을 바라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내용은 제 1계급이 2, 3계급을 통치하는데 아주 좋은 사상임에 틀림 없었다.

이성적이거나 합리적일 필요는 없었다.


2, 3계급의 통제를 위해, 쓸모없는 사고를 하지 않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었으며, 무엇보다 제 1계층을 신격화 하기에도 적합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2, 3계급을 지하에서 구속당하며 사회에서 알고 있었던 합리적인 사고방식과 의심을 잊어가는 것에 정당성을 부여하여 합리화 할 수 있었고, 제 1계급으로부터 선택받아 어두운 지하가 아닌 지상에 발을 딛는 것이 곧 에덴과 같은 낙원에 다다르는 것이며 제 1계급에게 봉사하는 것 만이 구원이라는 것을 이해시킬 수 있었다.



이 말도 안되는 원죄개념이 처음 3계급들에게 전해졌을 때, 그들의 반발은 아주 당연스러운 것이었다. 개중에는 사회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던 이들 중 호기심으로 발을 들인 이도 있었으며, 제 1계층의 변덕에 따라 강제로 사회로부터 분리되어 이 나락으로 떨어진 자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들은 깨달았다.
특히 더 합리적이고 교육을 잘 받은 사람일 수록 그 현실을 이해하는 속도가 더 빨랐다.



며칠이 지났는지도 알 수 없는 좁디 좁은 곳에서,

자신은 몇명인지도 모르는 수십명의 사람 중 한명일 뿐이라는 것.

자신을 구출해줄 사람은 없다는 것.

이 개념을 내면화 하는 것 이외에는 햇빛조차 볼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

즉. 사회로 구호의 손을 뻗어볼 기회조차 없다는 것.



이는 뒤를 돌아볼 수 없는 상황이기에 더 확연히 다가왔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은...







거울앞에 보이는 자신의 모습.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 도저히 풀 수 없었던 목걸이, 양손 양발에 묶인 구속구,
심지어 배변을 통제한다는 이유로 막아버린 두 군데의 구멍.


그 누구와도 이야기 할 수 없는 그 외로움.


그리고 매일 들려오는 원죄, 생활규칙, 범법자와 처벌에 대한 이야기.





축사에 몇명이 살고있고 누가 얼마나 있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햇빛을 보게 되었을 때, 그들은 죄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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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 팔라리스의 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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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설정이 모두 끝났네요. 다음부터는 옴니버스 에피소드 식으로 넘어갈 예정입니다.

더 궁금한 사항이 있으시면 http://asked.kr/MongleMongle 에 질문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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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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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ouchable 6 - 지옥도

Untouchable 2018. 5. 30. 10:36 |

이 소설의 배경은 미래이며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건 등은 모두 허구입니다.
현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이 소설은 체코의 OWK, 사드의 소돔의 120일, 가축인야푸 등을 토대로 구성되었으며,
대신 최대한 사실적으로 쓰려 노력하였습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성경 혹은 신화의 구절은 스토리 전개를 위해 사용한 것일 뿐, 종교적 의미를 내포하거나 비방하려는 의도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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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훼 하느님께서는 보기 좋고 맛있는 열매를 맺는 온갖 나무를 그 땅에서 돋아나게 하셨다. 또 그 동산 한가운데는 생명나무와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도 돋아나게 하셨다. (창세기 2:9)

-중략-

야훼 하느님께서는 '이제 이 사람이 우리들처럼 선과 악을 알게 되었으니, 손을 내밀어 생명나무 열매까지 따먹고 끝없이 살게 되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시고 에덴 동산에서 내쫓으셨다. 그리고 땅에서 나왔으므로 땅을 갈아 농사를 짓게 하셨다. (창세기 3: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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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는 그들의 생활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러기에 앞서 이곳의 계층구조를 조금 세분화 할 필요가 있다.

제 1계층 : 1%

이 곳에서의 그녀들의 생활은 여신으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적합할 것이다. 감히 신의 생활을 언급할 수 없기에 그녀들의 유희를 통해 추후에 살펴보도록 하자.

제 2계층 : 20%

가장 다양한 역할을 가진 이 계급은 원죄개념(추후 설명)을 빠르게 내면화 한 자들로, 사회생활에서 제 1계층을 보조함에 있어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그렇기에 그들의 생활은 부외자들이 보기에는 일반사회인과 큰 차이가 없었으나 입소 후에는 도구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훈련되었다.

이들 또한 필요시에만 제 1계층을 섬기는 것이 허용되었기에 사용이 끝나거나 눈 밖에 나는 경우 배정된 '퍼스트 클래스'로 돌아가곤 했다.

이들은 주로 비서. 미용. 요리. 등의 수발을 드는 부류와 제 3계층을 관리하는 부류로 나뉘었는데
여기서 설명하고자 하는 생활은 그들이 사용되지 않을 때로 한정한다.

제 3계층 : 79%

원죄개념을 내면화 하지 못한 자들로 요약된다. 신입, 불순분자(탈출, 반항 등), 좌천 등의 이유로 축사에 머무르게 된 인원들. 이런 자들에게 원죄개념을 심어 제 2계층으로 만드는 것에 이 생활패턴이 매우 효과적이었다. 다만 그 내면화를 평가하는 것에 정형화된 틀이 없었기에, 매번 사용되지만 제 2계층이 되지 못한 자, 입소 후 단 한번도 사용될 기회를 얻지 못한 자들도 있었으며 매일 같은 생활에 죽을수도 없는 이곳에서 구원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아래는 제 1계층이 방문하지 않을 때의 스케쥴의 일부이다.
효율을 위해 정확한 시간에 제 2계급의 지시에 따라 시행된다.


평일

기상
일찍 일어날 필요도, 해야할 일도 없지만, 제 2계층이 울리는 사이렌 소리에 맞추어 일어나야 한다. 제 3계급들은 지금이 밤인지 낮인지 알 수조차 없다. 다만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반사적으로 일어나 정해진 위치에 자리잡게 되었다.

먹이1
무미 무취한 가루. 물.
공급을 담당하는 2계급 외에 이 가루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밀가루인지 모를 그런 퍽퍽한 가루이다. 하지만 그녀들에게 이들은 쓸만한 자원이었기에 영양관리에 심혈을 기울였다.

운동
모든 노예의 공간에는 트레드 밀이 있다. 선택되지 못한 자들의 몸이 굳지 않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지만 반강제적인 운동이었다. 그들은 일어나 먹이를 먹고 약 1시간동안 이유없이 트레드 밀을 굴려야 했다. 시간 내에 제대로 할당량을 채우지 못할 경우 다음 먹이가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변
이들에게 배변은 하루 1회 허용되었다. 일반적으로 배변활동은 취침 직후에 활발하나, 조금의 활동 후에 허가되었는데 이는 제 1계층에 사용되었을 때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배변훈련의 일환이었다. 대부분의 배변활동은 5분이 채 되지 않아 완료되었는데 이는 이 활동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말해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정신교육
정신교육은 두 가지 방법으로 행해졌다. 한 가지는 제 1계층을 신격화 하여 2, 3계층에게 원죄개념을 심겨주어 세뇌하여 궁극적으로 제 1계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복종하게 만드는 것. 다른 한 가지는 기존에 있었던 불경한 사고에 대해 알려주어 그를 행한 범법자를 조리돌림 함으로써 비슷한 범법자가 다시 나오지 않게 하기위한 것이었다.(추후 설명)

운동2
상동.

먹이2
상동.

운동3
상동. 

먹이3
상동.

정신교육2
상동.

세척
사용과는 별개로 질병방지를 위한 세척이다.

취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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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제 1계층의 방문에 따른 스케쥴 변경의 일부이다.
사실 큰 차이는 없다.

1계층 방문 2일 전
먹이횟수 2회로 감소.

1계층 방문 1일 전
먹이횟수 1회로 감소.

1계층 방문 동안
금식(제 1계층이 허락한 것만 가능)

일반 스케쥴에서 먹이 횟수를 줄이는 것 외에 차이가 없는데, 이는 제 1계층의 방문 시 도구로써의 사용됨에 있어 변의, 뇨의가 장애가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그를 통제하는데 목적이 있다.

또한 어떤 1계급에게 2, 3계층의 배고픔과 갈증은 가끔 그녀들의 우월감을 충족시키기도 하였다.


가장 아이러니한 것은
시간이 지날 수록, 이 곳에 '적응한' 자들은 오히려 먹이의 횟수가 줄어듦에 기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외부와 연락할 수 없는 3계급에게는 제 1계층의 방문을 의미했고, 사용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게 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모든 이가 제 1계급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 희망은 절망으로 변했다.
절망에 빠진 3계급들은 조용히 울기도 하고 신음을 흘리기도 했으나, 그것을 들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에게는 달리 다른 방법은 없었다. 다시금 이 다람쥐 쳇바퀴 속에서 그리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절망속에서 선택만 기다릴 뿐이었다.


이렇게 제 1계급들은 자신들의 손을 더럽힐 필요 없이 양질의 충실한 하인들을 제공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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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 행동양식, 의복,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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