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앉을 곳이 되어있었다. 오직 그녀를 위한,


내 몸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녀가 무거워서가 아니다.

왜 내 자신이 스스로 이런 꼴이 되어 있는지에 대한 의문에 답하지 못하는 내 자신에 대한 의심. 나보다 어린 여자에게 깔려있는 굴욕감. 사랑인지 무엇인지도 모르게 되어버린 그녀에 대한 감정. 모든 것이 뒤섞여 내 머리속을 흔들어 놓았다.


혼란에 빠진 내가 그저 앉은 곳의 모습으로 스스로에 대해 생각할 때.

그녀의 한 마디는 다시 나의 머리속을 뒤흔들어 놓았다.


'왜 그런 모습을 하고 있어요?'

'..................'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할 수 없었다.

포스트잇 때문에 집에서 나가지 못하는 몸이 된 것,
그녀의 한숨 쉬는 모습을 보고 스스로 앉을 곳이 된것.

무엇하나 내 지금의 내 모습을 변호하기에는 부족했다.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한 맹세가 거짓말은 아니었나 보네요.'

'.................'

그것 만큼은 동의 할 수도 있었지만, 이미 나는 무슨 말을 해야할 지 알 수 없었다.


끊임 없이 말을 걸어오는 그녀와 대답하지 않는 나.

지금까지의 우리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마지막으로 물을게요. 대답하세요.
무슨 일을 당하게 되더라도,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없더라도, 정말 나의 곁에 있기를 원해요?'

'..................으...응.....'

내 입에서 나온 한 마디. 그리고 그 한마디는 그녀를 웃게 만들었다.


'아....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진짜 당신은 뭐하는 사람이에요? 지금 그 모습을 하고서 나의 곁에 있겠다구요?
내가 왜 당신같은 사람을 곁에 두어야 하죠?'

다시 나는 입을 굳게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어디서 부터 틀어진 것인지 알 수 없는 이 관계, 누가 봐도 이 관계는 비정상의 궤도를 달리고 있었다.


'당신은 이런 모습의 자신을 믿을 수 있나요?. 집으로 돌아가세요.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줄테니.'

그녀는 앉을 것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이 먹던 식기를 내 얼굴 앞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 옆에 저번과 같은 모양의 편지봉투를 떨어뜨리곤 방으로 사라졌다.


나는 그녀가 사라진 후에도 움직이지 못하고 떨고 있었다.

그녀의 아래에 짓눌려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 자괴감과 그녀의 비웃음 그리고 눈앞에 남겨진 음식에 담긴 모멸감에 이를 견디고 있는 나에 대한 의구심까지.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이유는 억울함이었다. 내 의식 중 가장 먼저 스스로에 대한 보호본능이 나를 움직인 것인지도 모른다. 그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 뿐인데, 이런 꼴을 당한다는게 서러웠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내 안에서 무엇인지 모를 한 꺼풀을 지워 내려갔다. 이는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는 감정의 껍질인지도 모른다. 어린 모습을 한 나의 가장 순수한 감정. 이는 그녀에게서 처음으로 사과의 말을 들었을 때와 비슷한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눈 앞의 음식을 주워 입에 담기 시작했다.
원래는 무엇이었는지 조차 알기 힘든 그 음식을, 단지 하루종일 먹지 못해 배가 고파서 였는지, 나를 덮고 있던 어른의 모습을 한 감정이 사라져 버린 해방감 때문인지, 남은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깨끗이 먹어치웠다.

그렇게 먹어치운 식기를 정리하고 편지를 손에 쥔 채 나는 현관으로 향했다.


신발을 신고 나서려는 내 눈에 보이는 포스트잇.

나를 나가지 못하게 붙잡아둔 그것이었다.


나는 그것을 애써 무시한 채 집으로 향했다.

나를 본 부모님은 오늘 하루에 대해 질책하듯 물었다. 늦은 밤 전화기도 가져가지 않은 채 사라진 아들을 둔 부모님의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나는 부모님께 있었던 일을 말할 수 없었다. 나는 바보같은 변명을 하며 둘러대었다. 부모님은 석연찮은 얼굴을 하였지만 더 이상 나에게 질문하지 않았다.


가끔은 현실을 말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좋을 때가 있는 법이다.


아니, 나조차 그것이 현실인지 구분하기 힘든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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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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