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한 구석에 있는 해먹의자.
하지만 나도 그녀도 거기에 제대로 앉아본 적이 없다.

해먹을 지탱하는 고리 하나. 그것이 그녀가 원하는 것.

해먹과 한사람의 몸을 지탱할 만큼 튼튼했기에 Hanging에 어느 도구보다 효율적이었다.
그렇게 매달려 나는 그녀의 장식품이 되어 왔다.

손목으로 매달리든, 거꾸로 매달리든 온 몸의 무게를 지탱해야 하는 부분에 가해지는 고통, 그리고 자국.
그것이 그녀의 눈을 즐겁게 하는 다른 한가지의 눈요기 거리일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나의 발목을 단단하게 묶는다. 오늘은 거꾸로 매달린다는 의미.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발목에 오는 부담을 줄여주려는 그녀의 배려일 것이다.


기리릭, 기리릭...
그녀는 도르래를 잡아당겨 나를 고리의 끝까지 끌어올린다.
내 몸은 마침내 바닥과는 멀어져 스스로는 내려올 수 없는 몸이 된다.

이렇게 나는 또 장식품이 되어 그녀의 눈요기 거리가 된다.

발목에서 느껴지는 내 온 몸의 무게, 온몸의 피가 쏠려 붉어지는 얼굴,
두 발로 서있는 것 마저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깨닫는다.


그저 내려오기만을 기다렸던 평소와는 다르게, 오늘의 그녀는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손에 든 채찍. 케인이 아닌, flog형도 아닌, bull whip형태의...

그녀는 한 걸음 한 걸음 나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나는 마음에 준비를 한다.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그녀의 팔이 뒤로 향한다.
그리고.

휘익.....

팍!

그것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는 케인과는 달랐다.
훨씬 무게감 있었다.


그리고 고통은...


아아악!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른다. 이것은 내가 견뎌왔던 고통과는 다른 형태였다.

단순히 특정 부위를 노려 휘두르던 케인과 달리 그것은 특유의 유연성으로 몸을 감싸, 내가 피할 수 없는 곳 까지 다가와 나를 괴롭혔다.


나는 고통에 몸을 이리 저리 휘저으며 고통에서 멀어지려 노력한다.
하지만 고통으로부터 멀어지는 방법은 없었다. 몸이 부자연스러워 어디로던 몸을 피할 때와는 달리 매달린 고리에 의해 아무리 몸을 휘저어도 제자리로 돌아오는 꼴이 되어버린다.

흡사 고통을 찾아 돌아오는 모습.

아무리 몸부림쳐도 고통에서 멀어질 수 없다. 그녀는 이미 그것을 알고 있으며 인내심을 가지고 나의 몸부림이 끝날 때 까지 기다린다.

그리고.

후우욱.... 팍!

우약!

나는 나도 알 수 없는 소리로 비명을 지른다.
내 정신은 이미 이 굴레를 벗어날 수 없음을 아는 것처럼 울부짖는다.

또 한차례의 몸부림. 발목에 오는 부담감. 그리고... 다시금 제자리를 찾는 내 몸뚱이...


휙. 촤아악!

끄으응.....

등으로부터 가슴으로. 엉덩이로부터 내 아래로. 허벅지 뒤에서 부터 앞으로.
Bullwhip은 그 길이만큼이나 나를 감싸 그 길이만큼 더욱 나를 괴롭힌다.


그렇게 몇 분이 흘렀는지 모른다.

내 몸은 고통을 피할 힘마저 잃어버렸다.

이 모습은 마치 고통에 대해 심적으로 수용할 준비가 된 모습처럼 보일 것이다.
다만 내가 느끼는 고통은 그렇지 않다는 것.
나에게는 피할 기회와 힘조차 없다는 것이 나를 더 절망적으로 만든다.


그렇게 Bullwhip을 휘둘러 댔으니 지치고 더웠을 것이다. 그녀는 탁자위의 음료를 한모금 머금는다.
그렇게 그녀의 유희가 끝나고 그녀는 쇼파에 앉아 나를 말 없이 바라본다.

나는 고통으로 몸을 움츠렸다 펴기를 반복하며.
움직였던 반동으로 인해 이리 돌았다... 저리 돌았다... 할 뿐이었다.

그리고 무심코 마주한 그녀의 얼굴.
아직까지도 그녀의 표정을 읽기는 쉽지 않지만, 그녀의 눈을 보고 나는 안심했다.

마치 쇼 윈도에 걸린 새로운 신상을 보는듯한 총명해 보이는 눈.


그녀가 나를 탐스러워 함을 알 수 있었다.


발목에 오는 부담감.
Bullwhip으로 인한 고통.
피가 쏠려 느끼는 조금의 어지러움.
움직임으로 인해 멈추지 않는 눈앞의 광경 속에서.

그녀의 눈망울만이 나에게 안도감을 안겨 주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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