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새디. 나는 그저 섭.

그녀가 새디임에도 마조인 섭을 들이지 않은 이유는... 그녀가 진정한 새디이기 때문이 아닐까.
마조인 섭에게 그녀의 가학은 쾌락이 되어 가학이 아니게 되어버리는 역설을 해소하는.

나에게 있어 가학은 섭으로써 견뎌야 하는 장애물과 같은 것.


그리고...

어느 모텔의 방.
침대위에 걸터 앉은 그녀, 바닥에 앉아 그녀의 부름을 기다리는 나.

그 사이에서 내 아래는 자그마한 철쪼가리에 갇혀 그녀에게 사용되기를 기다린다.

철컥.

그녀가 내 아래에서 철쪼가리를 떼어낸다. 내 아래는 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든다.

평소의 그녀였다면
애처롭게 그녀의 손길을 바라는 내 아래를 보고 우월감에 찬 조소를 띄웠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의 그녀는 아무 표정도 짓지 않는다.
오히려 그대로의 정적.
내 아래는 그러한 위화감을 느끼지 못한듯 고개를 꼿꼿이 들어 자신의 모습을 숨기려 하지 않는다.

그녀의 손가락이 아래를 가리킨다.

죽여.

..네?......

쫙!

그녀의 손이 나의 뺨을 발긴다.

한 번 말하면 못알아들어? 죽이라고 했잖아!

빰의 얼얼함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그녀의 짜증 섞인 한 마디의 의미를 이해한다.

....아.......네....

그녀의 심기를 거드리고 싶지 않기에 재빨리 답한다.

5.......

???????

4........

그녀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고 나는 그 의미를 알기도 전에 시간은 흘렀다.

1.........

쫘악!

아..ㅅ..... 죄송합니다.

5.........

내가 내 아래를 간수할 때 까지 이 카운터는 끝나지 않음을 깨닫는다.

3.........2.......1........

쨕!

읍......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손길만을 기다려온 나의 아래는 쉽사리 고개를 내리지 않았고, 그 때문에 그녀는 앞으로도 4번은 더 센 듯 하다.

마침내 내 아래가 스스로의 위치를 찾아 고개를 숙였다.
그 아래에는 마치 고통에 대한 눈물처럼 더러운 물의 방울이 있었다.

왜 니 마음대로 느껴?

내 욕구를 우선시 한 죄를 정확히 집는 질책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나는 내 아래처럼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그녀의 명령에 나의 복종에 나의 쾌락이나 욕구는 전혀 속해있지 않음을 느낀다.

고개 들어.

내 잘못을 사해주려는 듯한 그녀의 명령에 나는 고개를 든다. 하지만 그곳에 보이는 것은...

위를 가리키는 그녀의 손가락

???????

5.......

내가 고개숙여 깨달음을 얻고, 그녀에 대한 복종심을 되세기는 찰나, 다시금 그녀의 명령.

그리고 다시 시작된 카운트 다운.


아래를 손가락 하나로 조종하는 것. 그것이 그녀가 바라는 것.

나에게는 쾌락없이 고개를 들 수 없고, 진정시켜서 고개를 숙여야 하는 그런 곳,
앞으로는 그녀의 손끝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것.

불가능하게 들리는 이것. 그녀가 가능하기를 바라는 이것.


그녀에게 있어 이것은 가학일까? 지배욕일까?

하지만 섭에게는 이런 생각 따위 필요 없다. 그저 따라야 하는 복종욕 뿐.




그리고...


다시 그녀의 카운트 다운이 시작된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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