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나는 잘 알지 못한다. 아마 너무 추워서일까.

어느 순간 보다 지금 이 순간이 길게 느껴지는 이유는...


나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배란다에서 E를 기다린다.

나는 고개를 숙인채 무릎을 꿇고. 그저 기다린다.

몸은 차갑게 식은지 오래, 감각도 점점 사라져간다.


하지만 내가 견뎌야 하는 가장 힘든 것은 E의 무관심이다.

투명하고 얇은 유릿장 하나 너머에 E가 있다. 하지만 E가 나에게 관심을 두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내가 함부로 E의 행동이나 시선을 보지 못하기에, E가 내 존재를 잊지 않기만을 바란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지나가던 낯선이가 내 모습을 보고 담요를 덮어주고 걱정해 준들 기쁘리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 낯선이는 얼마 있지않아 제 갈길을 갈 것이고 나는 다시 혼자 남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E의 마음이 나에게서 떠나버린다면... 영영 후회할 것이다.


드르륵.

문이 열린다.

나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는다.

E는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E는 나를 보고 있는 것일까? 다시 방으로 들여보내 줄까? 나를 이 추위에서 구원해 줄까?

보지 못한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멋대로 상상하고 멋대로 희망을 갖게하기 때문이다.

내가 강아지였다면, 내 꼬리는 쉬지 않고 흔들리고 있었을 것이다.


촤르륵.

얼음장 보다 차가운 물이 내 몸을 타고 흐른다.

그 물은 남은 체온마저 앗아간다. 그럼에도 나는 그 자리를 지킨다.

체온을 지키려 떠는 것 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다.

나는 절망에 빠진다. 희망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 것은 그에 대한 죄값이다.


하지만

것 한 가지는 확실하다.

E는 나를 잊지 않았다. 내가 멋대로 생각하는 버릇을 고치려고 다른 벌을 주는 것 뿐이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감..ㅁ..감사합..니다....

나오지 않는 떨리는 목소리로, 나를 잊지 않음에 감사의 표시를 전한다. 부디 이것으로 만족하길.


드르륵. 쿵.

문이 닫혔다. 다시 나 혼자만의 시간.

이젠 E의 행동을 넘겨짚지 않으려 다짐한다.

이 상황에서 오직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존재는 E뿐이기 때문이다.

내 기다림은 다시 시작되었다. 또 다른 물벼락이라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저. 다시 기다린다.

E가 나를 잊지 말아주었으면 하는 바람만을 가진채.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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