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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1.14 해본적 없는 놀이 - Contract

음...


눈앞에 보이는 종이. 펜.

잘 읽어봐요.

E는 내가 마음에 들었다 보다. 그리고 종이위에 쓰인 내용은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하고 E에게 귀속된다는 계약서. 지난 4개월 간 E만을 바라보며 기다렸던 시간의 보상임에도, 내 손은 쉽사리 움직여지지 않는다.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 이 종이에 담겨있으며, E가 나를 마지막으로 인간으로 대해주는 시간일 것이다. 그 다음부터는 인간 Mongle은 없다.

어때요?

................

왜 대답이 없어요? 이제 와서 싫다고 할 거에요?

아뇨. 마음의 준비가....

알겠어요. 인간으로써의 마지막 순간이니깐 그정도는 기다려줄게요.

E의 말이 이렇게까지 섬뜩하게 들린적은 없었다. 항상 합리적이었던 E. 과연 인간이 아닌 나는 어떠한 대우를 받을지 알 수 없었기에... 나의 마음은 아직도 흔들린다.

마음의 준비가 되면, 내 앞에 무릎꿇고 거기 적힌 내용을 소리내어서 읽어요. 그 다음은 아래에 서명하시면 돼요. 하지만, 오래 기다리고 싶지 않네요.

시작부터 언밸런스했지만... 여태까지의 E와는 다른 태도에 위화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 나는 이자리에 있다. 나는 E의 앞에 자리잡는다. 그리고 E가 가져온 종이 위의 글을 한줄 씩 읽어나간다.

그리고 마지막 항

.........................포기하며, 앞으로 Mongle의 모든 권리는 E에게 귀속됩니다...... 이상 Mongle.

모든 항을 읽었다. 이제 서명만 남은 상태. 나는 펜을 잡으려 손을 뻗는다.

잠시만요. 마음이 바뀌었어요. 모처럼의 순간인데 조금 특별하게 하는게 어떨까요?

네? 무슨 의미죠..?

저는 제 물건에게 손이란 것을 사용하도록 한 적이 없거든요. 다른 방법을 이용해서 서명하세요.

어떤....?

당신의 몸에 있는 구멍을 이용해서 팬을 잡으세요. 그리고 서명하세요.

...............어느 구...멍이요?.......

자꾸 묻지마세요.... 귀찮으니까. 알아서 선택하세요. 정 힘들면 이걸로 선택해 봐요.

E는 나에게 동전 하나를 준다.

앞이 나오면. 앞의 구멍. 뒤가 나오면 뒤의 구멍으로 하면 되겠네요. 하하.

E는 시작부터 나의 인간성을 유린하기 시작한 듯하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동전을 잡고 튕긴다. 결과는 앞면.

앞 구멍이네요. 그 구멍에 펜을 꽃을때 당신의 삶에서 손이란걸 쓰는 마지막 기회에요. 서명이 끝나면 당신에게 손이란건 없어요.

네... 알겠어요...

나는 앞을 사용하기 위해 바지를 내린다. 내 아래는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펜을 잡을 준비를 하고 있다. 부끄럽다. 펜에 젤을 바르고, 구멍 안으로 넣기 시작했다.

으윽.....ㅇ.윽....

생각보다 펜이 두껍다. 하지만 힘을 줌과 동시에 배출될 것이고 다시 이 고통을 겪어야 함을 알기에 최대한 긴장을 풀기 위해 노력한다.

으으응ㄱ...윽....으으응......

펜의 2/3정도가 들어갔다. 이제 서명하는 일만 남았다.

펜이 빠지지 않게 조심조심 종이로 향한다. 힘을 많이 주었다간 펜이 빠져나갈 것이고 너무 적게 주었다가는 발기가 풀린다. 그 아슬아슬한 상태를 유지하며 종이에 서명을 하기 시작한다.

M.......O............N...........G......

글자라고 할 수 없을정도로 삐뚤삐뚤한 글씨. 하지만 선을 그을 때마다 종이와 마찰되어 내부에서 느껴지는 진동. 이는 아픔을 수반한다. 그리고 이런 불쾌한 이질감은 이윽고......

으아아악아ㅡㅇ

불쾌한 진동 때문에 내 아래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다. 펜이 배출된다. 그리고는 여태 쓴 글씨 위에 한줄기 선을 그려버린다. 이제와서는 내가 쓴 것들은 글자로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어찌할바 모르고 E의 눈치만을 살핀다.

이게 뭐죠?

잘못했어요...

아니요.

나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잘못했어요. 다시 기회를 주세요.. 이번엔 실수 안할게요...

나는 필사적으로 E에게 간청한다. 다시 이 처참한 짓을 해야하는 것을 알고 있을텐데도 말이다.

아니요.

나는 고개를 푹 숙인다. 내 실수로 모든 것을 망쳐버렸다. 나는 좌절감에 휩싸인다.

그때.

이정도면 확실히 사람이 쓴걸로 안보이네요. 오히려 이쪽이 더 만족스러운 것 같아요.

정말이세요?

나는 밝은 표정으로 E를 바라본다.

하지만 내가 알던 E는 더 이상 없었다.

E는 말한다.

시끄러워.

나는 다시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다만. 내 아래는 아직도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한 채.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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