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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1.19 해본적 없는 망상 - Relinquishment

2017년 12월 XX일

한 카페


나는 E앞에 앉아있다.

E의 것이 되기 위해. 그리고 나의 존재를 포기하기 위해.

우리는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꽤나 긴 대화를 했다. 그 시간은 자그마치 2달이 걸리는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E는 나에게 있어 그저 먼저 이야기를 걸어준 사람일 뿐이었지만 지난 2개월은 인간으로써의 E를 판단하기에 층분한 시간이었으며 돔으로써의 자질 또한 판단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물론 보시다시피 나는 E에게 푹 빠졌고 나는 내 발로 이 자리에 나왔다. E가 다시 한 번 나를 확인하겠지만 나 또한 그럴 것이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의 눈으로.


E의 첫 인상은 귀여웠다. 본인이 아무리 귀엽지 않다고 한들 자신의 겉을 쉽사리 바꾸지는 못하리라. 외모와 앳된 목소리는 갓 새내기를 벗어난 대학생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미소. 가징 인상깊은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귀여움을 담고있지만 한편으로는 왠지모를 위화감을 느끼게 하는. 나의 본능이 E가 돔이라는 것을 스스로 깨달은 건지도 모른다.


나는 최대한 침착하려 했다. 나의 본능을 숨기기 위해 가끔씩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려오면 깊게 심호흡을 하고 대화를 이어갔다. 하지만 대화를 하면 할 수록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오늘은 최대한 사람인 척 해야해. 스스로 당당한 모습을 보여줄거야.


마음속에서 몇 번이고 되뇌였지만, 어느순간부터 E가 내가 찾고 있는 사람이란 것 그리고 E에게 내 모든것을 맡기고 싶다는 느낌이 절실해진다. 


속마음을 들키지 않을꺼야.


나는 더 이상 E의 눈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다. 이대로라면 내 마음를 읽혀버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지만 내 얼굴은 달아올랐을 것이다. 평범한 미팅이었으면 여자를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찌질한 변태로 보였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것이 내 마음을 숨기는 유일한 방법이다.


어느 순간보다 길었던 첫 만남.


하지만 나는 E에게 아직 이야기 하지 못했다. 타이밍을 노리다가 미루고 미뤄져 이야기가 끝났음에도 아직 이야기 하지 못한 것이다.


만남은 거의 막바지로 가고, 마지막 인사를 남겨둔 참이다.


지금은 타이밍이 좋지 않아... 하지만... 지금이라도 이야기 해야해.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나는 돌아서서 걸어가는 E를 불렀다. 그리고 말했다.


E를 모시고 싶어요. 어떤 것이던 할 수 있다는 거짓말은 하지 않을 거에요. 하지만 열심히 해 볼게요. 앞에선 모든 것을 다 내려 놓을게요.


E는 알고 있었다는 듯 미소짓는다. 그리고는 말한다.


글쎄요.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천천히 알려드릴게요.


나는 오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관계의 시작은 스스로의 포기로 부터 시작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틀렸다.

이 관계는 내가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E가 나를 인정함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었다.


나는 멀어져가는 E를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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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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