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7.12.17 해본적 없는 놀이 - Banquet
  2. 2017.12.16 Mongle? Mongle! 8
  3. 2017.12.11 해본적 있는 놀이 - Predicament

이제 곧 모두가 기다리던 휴일.

하지만 이러한 파티 분위기에 맞지 않게 나는 불쌍한 모습을 하고 있다.


E의 앞에서 헐벗기는 매한가지였으나. 휴일의 2일 전. E는 나에게 명령했다. 

물 이외의 어떤 것도 먹지마

이것이 E의 명령. 나는 당혹스럽기만 한다. 하지만 E의 명령은 나에게 절대적이다. 목적이 있던 없던 나에게는 따라야 하는 의무만 있을 뿐이다. E의 명령으로부터 하루. 집에 있는 냉장고, 밥솥, 반찬이 무색하게 나는 아무 것도 먹지 않는다. 그저 배를 주릴 때 마다 배를 한 번 만져보고 물을 홀짝 홀짝 마실 뿐이었다. 하루가 지나고, E를 만나기 바로 전날이다. 아마 하루 밤을 샌 사람은 많아도 하루 종일 굶은 사람은 적지 않을까. 뱃속은 먹을 것을 달라며 아우성이다. 그래도 E의 명령이니까... 다른 이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나는 배를 주리고 있다. 하지만, 그날 저녁 E는 다시 한 번 끔찍한 명령을 내린다.

지금부터 마시는 것도 금지

돈이 있어도, 심지어 음식이 있어도 먹지 못하는 상황. 심지어 물까지 마시지 못한다면... 나는 말라 죽을것이다. 나는 최대한 행동을 줄였다. 나름대로 머리를 쓴 방법이지만 이미 하루를 굶주린 배는 물이라도 달라고 애원해보지만 정작 나는 애써 이를 무시한다. 갈증은 의외로 빠르게 찾아왔다.

내일이면 E를 만날 수 있어. 분명 E라면 어떻게 해 주겠지..

나는 내 불쌍한 처지를 탓하며 잠을 잔다.

그리고 당일. 나는 E를 볼 시간만을 기다리지만 시간은 더디게 느껴진다. 시간이 되어 나는 E를 만나러 지하철에 나간다. E는 가끔 친구와 나를 보러온다. 그 친구는 나를 보고 묻는다.

왜 이렇게 힘이 없어요?

.............

나는 무엇이라 대답할지 망설인다.

하지만 E와 친구는 딱히 내 대답을 바라지 않는 듯 하다. 식당으로 향할 줄 알았던 우리는 내 자취방으로 바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우리모두를 위해... 아마... 음식을 주문했다. 음식이 도착한 후, 그들은 나에게 노예의 모습이 될 것을 명령했고 나는 그에 따랐다. 아마 내 모습은 평소보다 헐벗은 모습일 것이다. 아마 영혼까지 헐벗었다고 하는 표현이 여기에 해당하지 않을까.

아마 그들은 나에게 음식을 줄 마음이 없는 듯 하다. 심지어 나를 형틀에 매어놓고 볼개그를 물려두었다. 힘없는다리는 금방 떨려왔고, 음식의 자극적인 냄새에 이끌려 말랐던 입속에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마치 내가 그자리에 없다는 듯 음식을 먹어댔고 나는 볼개그 사이로 끈임없이 침을 흘릴 뿐이었다. E는 나를 힐끗 바라본다. 그리고 미소지으며 다시 음식을 먹는다. 그러다가 문득 무엇인가를 생각했던지 음식을 나에게 들고온다. 나는 헛된 희망을 가져본다.

제발 한입만... 아니 한모금만이라도...

역시 내 희망은 절망만을 부를 뿐이다. E는 나에게 안대를 씌우고 가져온 음식의 소스를 내 코에 묻히고는 다시 돌아갔다. 음식의 냄새, 음식을 먹는 소리마저 나에게는 매우 강렬한 자극, 침이 끊임없이 흘러나와 바닥에 흐른다. 마치 파블로프의 개 실험과 비슷한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얼마지나지않아 음식은 동이 났다. 그 뒤에 그들은 나를 풀어주었다. 나는 풀이죽었다. 역시 먹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 때, E는 무엇인가를 내 눈앞에 내려둔다. 그 음식의 소스, 그리고 한 조각이라고도 이야기 하기힘든 아주 작은 찌꺼기들의 합. 그것이 E가 내게 제시한 음식이다.

먹고싶어?

...................괜찮아요....

나는 애써 참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내 몸은 그렇지 못한가보다.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침이 그 증거이다. 음식이라 하기에도 불분명한 것.

정말?

....................먹어도 돼요?

나의 고집은 바로 무너졌다. 본능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눈앞의 부스러기와 찌꺼기. 그것마저 허락하기 전 까진 먹지 못한다. 그것은 훈련받은 강아지라도 지키는 것이기에 나는 "먹어" 한 마디만을 기다리며 침을 삼킨다.

먹어.

감사합니다.

나는 인사와 동시에 달려들어 찌꺼기와 소스를 먹었다. 아니 흡입했다.
E에게는 찌꺼기와 소스덩이지만 내 생에 가장 맛있는 음식.

이것이 E와 나의 위치였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

Mongle? Mongle! 8

Mongle? Mongle! 2017. 12. 16. 10:34 |

나는 버림받았다.

용서받지 못할 짓을 한 뒤로 세션이 없었을 뿐, 나는 그 동안 주인님의 노예라고 불릴 수 없었을 것이다. 어떠한 다른 돔이라도 용납할 수 없는 행위였기에, 내 잘못은 주인님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아마 주인님의 지인들은 한 목소리로, 나는 버려져야 함을 주장했을 것이다. (이에 대해 나는 나의 잘못을 알려준 그분에게도 감사할 따름이다. 잘못이 지적되지 않는 한 얼마나 반복되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주인님을 다시 모실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것은 기적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나의 주인님과 같은 맺고 끊음이 확실한 분에게 새로운 기회를 얻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나는 주인님께 2가지를 다짐했다. 하나는 다른 에세머들과의 연락은 절대적으로 금지. 다른 하나는 스스로의 행동을 감시할 cctv를 달아 주인님께 내 생활을 가감없이 보여드리기로. 내가 제시한 내용들은 주인님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과는 관계가 없었을 것이다. 이것을 행하는 우선요건이 주인님께서 나를 노예로써 이용해 주실것인가 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날 주인님은 버려지기 전에 약속한 시간에 나를 보기로 하셨다.

약속된 시간 주인님을 만나서도 나는 이전처럼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힘들었다. 짧은 이야기의 후에 정적이 흐르기를 반복했다. 그 자리의 우리 모두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자취방으로 향했다.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그저 말 수 적은 사람들. 이었을 지도 모른다.

주인님께서 들어오신 이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내 행동을 필요로 하지 않으셨고, 내 말은 변명일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주인님의 말씀을 기다렸다.

옷 벗어.

나는 재빨리 노예의 모습을 한다. 아래는 부푸는 듯 하였으나 이내 상황을 파악한다. 주인님께서는 아래를 풀어주지 않으셨다. 대신 수갑, 족갑을 채우셨다. 나는 형틀로 다시 향할것이라 예상했지만, 내가 향한 곳은 화장실이었다. 주인님은 나를 무릎꿇리고 뒤로 수족갑을 묶어 움직일 수 없게 하셨다. 그리고 눈을 가리셨다. 그리고 떠나셨다.

당연한 결과였다. 주인님이 느끼셨을 배신감과 그로 인한 공허감은 지금 내가 처해있던 육체적 상황과 비할대가 되지 못하였다. 눈이 가려진 탓에 시간적 감각을 잃어버렸다. 또한 나의 자취방에서 가장 추운 공간, 그리고 불편한 자세, 심지어 자세를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는 여지마저 없어졌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추위는 점점 내 체온을 앗아갔고, 자세는 평소의 내 무게 자체로 고통이 되어간다. 그리고 나를 봐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의미없는 고통이었다. 형틀에서처럼 내 고통과 신음으로 주인님이 유희를 느끼셨다면 그것으로라도 스스로에게 위안을 삼았을 터이나, 그럴리 만무했다.

시간감각이 없어지고 극한의 상황에 다다르면 기억은 과장되기 마련이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주인님이 들어오셨다.

나는 애원 반 진심 반으로 애원한다.

다시 주인님을 모시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인님께 봉사할 수 있게 해주세요.

주인님은 소리는 들으셨을 것이다. 하지만 이 소리에 응답하셔야 할 필요는 느끼시지 못한 것 같다. 주인님께서는 아무 말 없이 나에게 마실 것을 주셨다. 아마 커피였던 것 같다. 그리고 나가셨다. 나는 절망스러웠다.

그리고 또 다시 긴 시간이 흘렀다. 나는 조금이라도 자세를 바꿔보려 했으나 불가능했다. 고작 할 수 있는 거라곤 뒤로 묶인 손으로 바닥을 지탱하여 다리를 실낱만큼 들어보는 것. 하지만 얼마가지 못해 주저앉고 고통을 느끼기를 반복했다. 거칠어진 숨, 세어나오는 신음, 고통에 힘이 들었는지 느껴지는 구토감, 모든 것이 나를 힘들게 했다. 주인님께서 지정해준 위치에 있는 것 뿐인데도 한심한 몸뚱아리는 자기 힘든것만 나에게 호소했다.

또 다시 주인님이 들어오셨다. 나는 다시 헛된 희망을 가져본다. 하지만 그 기대는 산산조각이 난다. 심지어 주인님께서는 내가 그 자리에 없는 것 처럼 행동하셨기 때문이다.

나는 깨닫는다. 내가 뭐라고 하던, 신음을 내던, 고통을 느끼던, 경련을 하던 주인님이 의도한 것이던 아니던 내 모습과 내 상황 따위는 주인님께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 그리고 내가 버림받았을 때는 고통은 없지만 이보다 더 큰 공허함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것. 이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그동안 '나의 고통, 나의 상황'을 생각하고 주장했던 우둔함을 다시금 느꼈다.

그리고 주인님은 나의 몸에 물을 뿌려주셨다. 물은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았다. 아마 내 몸을 데워줄 생각이셨는지도 모른다. 나는 연신 감사인사를 한다. 주인님의 의도는 상관이 없다. 주인님이 주시는 모든 것에 감사해야한다는 자각때문이었다. 하지만 이후 그 물은 내 체온을 다시 앗아갔다. 당연한 결과였다. 나는 다시 추위에 휩싸였다. 누구에게도 의미를 가져다주지 못하는 추위였다.

주인님은 그 외에도 2번 정도를 더 들어오셨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주인님이 들어오셔서 내 수갑을 풀어주셨다. 나는 연신 감사인사를 드렸다.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셨지만 그 고통은 내 멋대로 느낀거지 주인님이 원하신 것이 아니기에, 고통에서 해방시켜주셨다고 말할 수 없다. 나를 잊지 않음에 대한 감사였다. 주인님이 나를 잊었다면 그저 거기서 모두에게서 잊혀졌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샤워하고 나와.

주인님은 더러워진 몸뚱이를 씻을 시간을 주셨다. 하지만 내 몸뚱이는 생각대로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얼마를 꿇어 앉아 있었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고통과 몸이 굳음을 생각하셨는지도 알 필요가 없다. 하지만, 내 다리는 생각보다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발목이 굽혀지지, 그리고 무릎이 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추위와 무게에 짓눌려 딱딱하게 굳어버린 다리는 바로 회복되지 않아 움직임에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특히 발목은 물이 닿을 뿐인데도 아려왔다. 아마 허리 위의 무게를 지탱해야 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주인님을 오래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최대한 재빨리 씻고 주인님께 모습을 보였다. 그 다음에도 내 몸은 자연스럽지 못했던 것 같다. 주인님은 나를 벽에 세우시고는 정신교육을 시키셨다.

너는 뭐야?

주인님의 노예입니다.

너는 내가 이용하고 싶으면 이용하는 그런존재야.

네.

지난 시간동안 느꼈던 것의 종합과 같은 느낌이었다. 필요가 없으면 존재마저도 인식되지 않는 존재. 그게 나였다. 그리고 그것이 주인님께서 내게 원하는 자세였다. 비로소 나는 내가 행했던 이전의 행동들이 얼마나 안일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 이후에 잠시 풋 워십을 할 기회를 얻었다.

나는 마치 마지막인듯 최대한 열심히 혀를 놀렸다. 입술을 사용하려고도 노력하고, 발가락 사이사이를 빠짐 없이 핥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주인님의 발이 내 이에 닿는 느낌을 내 스스로도 느꼈다. 나는 여전히 많이 부족함을 느꼈다.

나는 그 이후에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주인님이 어떤 표정을 하셨을지, 어떤 생각을 하셨을지 알아서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철저하게 내 시선을 내 발끝으로 향했다.

여기서 나는 위화감을 느꼈다. 주인님의 발에 봉사하기전, 나는 긴장하여 떨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주인님의 발에 봉사하는 동안은 그 떨림이 멈추었었던 것 같다고 느꼈고, 봉사가 끝난 뒤 주인님 앞에 자리할 때 다시 내 몸이 떨려옴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주인님께 사용되는 동안, 그 자체로써 내 쓰임새에 맞게 이용되고 있다고 느꼈던 것 같다. 그 후에는 다시 긴장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이후 나는 주인님의 명령을 기다렸다. 죄가 엄중했던 만큼 다른 벌을 내리실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시지 않으셨다. 주인님은 의욕이 없다고 하셨다. 나는 다시 한 번 죄송함을 느꼈다. 내가 그따위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주인님은 끈기를 가지고 내 부족함을 채워나가시는데 노력했을 것이다. 주인님은 벌하고 싶지 않은 상대에게는 벌도 내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주인님은 집으로 되돌아가셨다. 가시기 전, 나는 준비한 선물을 드렸다. 사죄의 선물은 아니었다. 다만 준비했기에, 주인님께 드리지 않으면 더 이상 의미없을 것이기에 주인님게 드렸다. 주인님은 마음에 들었는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받으셨다. 돌아가는 길, 나는 바보같은 이야기를 꺼낸다.

이거 진짜루 주인님한테 드리려고 미리 사 둔거에요.

알아 그정도는 느낄 수 있어.

다시 생각해도 바보같은 말이었다.

그렇게 주인님과의 만남은 끝이 났다.

오늘로써 내 죄가 씻어졌으리라 생각지 않는다. 이후의 관계는 아마 나에게 있어서는 속죄의 관계에 더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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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

나에게 가장 힘든 플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스팽킹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댓수도, 강약도 조절하지 못하는 모든 것이 주인님께 달린 것. 자기 스스로 자세를 유지하고 고통을 감내해야함이 더 큰 어려움이다. 오히려 나를 구속한 채 가학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자비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학을 좋아하는 주인님께 무심코 던진 제안은 나에게 또 다른 힘든 플레이를 탄생시키고야 말았다. 이 제목의 글을 읽은 사람이라면 기억할 것이다. 표지판 위에올라 발꿈치를 들어 온몸을 지탱하여야 하는 어찌보면 실제 고문에 다를바 없는 행위. 주인님의 역할은 나를 표지판에 올려 고정시키는 것으로 끝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그 이후부터는 나에게 주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시간도, 공간도 모두 주인님의 것이다. 내 의지로 편해지려는 순간 내가 갖는 스스로에 대한 처벌이 내려지기 때문이다.

오르기 전 아무것도 모른 채 고개를 빳빳이 들던 내 아래는, 점점 현실을 직시하고 줄어들어 가지만 더 이상 후회해도 때는 늦었다. 초기에는 큰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했던 단순한 자세. 발꿈치 들기는 다시 한 번 주인님이 주신 자유에 감사함을 느끼는 매개체가 된다. 발에 힘이 빠지며, 아래에 가해지는 당겨지는 감각. 그 고통에 다시 한 번 힘을 주려하지만, 쉽지 않다. 요령을 부려 자세를 고쳐보려 해도 두 다리는 마치 철판에 달라붙은 듯 떨어지지 않는다.

주인님은 시간을 마음대로 조절한다. 여기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란 상대적 시간이다. 주인님이 시계를 보며 얼마만큼 견딜 수 있는지 확인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에게는 거듭되는 자세로 인해 시간 감각이 모두 깨져버린 상황. 같은 10분을 기다리는 상황일지라도 내가 느끼는 시간은 그 곱절은 될 것이다.

이러한 처벌을 견디는 동안, 나는 한 번 실수를 저지른다. 발에 힘이 빠져, 아래가 형틀에서 빠져나와버린 것이다. 이 자세는 거짓으로 유지할 수 없다. 내 아래를 스스로 형틀에 고정시킨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는 즉시 주인님께 보고했다. 그리고 주인님께 다시 올라갈 수 있도록 기회를 구했다. 아이러니한 상황. 그토록 힘들고 견디기 어려워 내려달라고 애원하던 나였지만, 이번에는 스스로 올라가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주인님은 어떤 생각을 하셨을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다짐한 것을 지키기 위해 나는 스스로 고통받기를 택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고통. 몸을 비틀고 다리가 떨려와도 도망갈 수 없다. 피할 수 없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벽 뿐, 이후 가장 예민해지는 건 청각이다. 온 힘을 다해 주인님의 움직임에 귀 기울인다. 조금이라도 소리가 들리면 헛된 희망을 가져본다. 주인님께서 나를 해방시켜주시지 않을까.. 라고. 그리고 주인님이 오시지 않음으로써 그 희망을 스스로 망가뜨리며 죄값을 치른다. 스스로 희망이란 걸 가진 죄.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나는 잘 모른다.

주인님께서 나를 다시 자유롭게 해주실 때 까지 걸린 시간은.

체벌이 끝나고, 나는 감사인사를 연발했다. 그것은 해방에 대한 인사가 아니었다. 부족한 나에 대한 처벌에 대한 인사였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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