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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1.15 해본적 없는 놀이 - House slave

세상에는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내면에 깃들어있는 것이 더 많다.

주변에서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생각 외로 숨어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래는 한 가지 사례이다.


계약이 9개월 남은 내 자취방에 E가 찾아온 것을 겉으로 보이는 것이라 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남자가 사는 곳에 놀러온 여자친구, 대학 선후배, 와이프.. 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리고 벌어질 일을 조심스럽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방 안을 들여다 보자. 남자 한 명이 산다고 하기엔 아주 깔끔한 방이다. 아마 나의 방을 찾아온 E가 그를 잘 보살펴 주고 있는 듯 하다. E가 더러운 방을 보고 짜증을 낸다면, 자신이 정성스레 정돈해놓은 방이 더러워져 속상하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E는 침대에 걸터 앉고 나는 음료수와 다과를 내어온다. 그리고 E의 발 밑에 앉아 발과 다리 맛사지를 시작한다. 맛사지가 끝난 후 나는 샤워실로 들어갔다. 그러면 그렇지. 내가 여태 해온 일들은 모두 이 순간을 위해서 였던 것이다. 남자들이 다 그렇듯이. 자기 자취방을 찾아온 여자에게 원하는 것은.. 그것 밖에 없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음을 당신이 생각해 낼 수 있을까?

위를 보고 아래에 깃들어 있는 것을 읽어냈다면. 당신도 우리와 같은 종류의 사람이다.




나는 실오라기 걸치지 않은 채 샤워실에서 나왔다. 그래서일까, 나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고 있다. 사실 그녀가 오기 1시간 전 부터, E가 현관을 통해 들어왔을 때, 지저분 하다고 핀잔을 받을 때, 흥미를 얻기 위한 발 맛사지를 할 때도, 심장이 떨려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나는 부끄럼쟁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이 공간에서 내 몸에 입도록 허락된 것은 둥글고 긴 작은 플라스틱 상자 뿐이었기 때문인 지도 모르겠다, 내가 E의 자비로움을 느끼게하는. E는 내가 방을 계약 한 이유 줄 곧 여기에 찾아왔지만 내가 이 상황이 익숙해 질 리는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나는 E에게 다가가 조용히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는 E에게 주제넘게 상자를 열어 달라고 애원한다. 자비로운 E는 애원을 바로 내치지 않고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잠시 후 미소를 띄우며 E는 고개를 젓는다. 아마 열쇠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의미인 듯 하다. 나로서는 알 수 없다. 나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 조금 실망했지만, 가슴 속 깊은 곳에서는 이유모를 뭉클함과 같은 감각을 느낀다. 플라스틱 상자가 나에게 있어 E에게 종속된다는 감정을 느끼게 하기 때문인 지도 모른다.

플라스틱 상자 아래로 더럽고 끈적거리는 물이 흘러내려 방을 더럽힌다.

이런 칠칠맞은 나임에도 이 곳을 찾아주는, E는 참 자비로운 것 같다.


이제 E는 이 방을 어떤 용도로 쓸 것인지 정하는 차례이다. 주로 E는 하얗고 가는 손가락으로 나의 위치를 가리키고, 그 때부터 나를 포함한, 이 방의 용도가 정해진다.


손가락이 방의 구석을 가르킨다면, 자아나 생각은 이 방에 없으며, 가끔 더러운 물이 흘러나오는, 가구가 되어, 이 공간은 E만의 공간이 된다. 발 아래 혹은 내가 남자로써 더 이상 넘볼 수 없는 곳 가리킨다면, 그 순간부터, 나는 사역당하는 피사역체가 되며, 이 방은 봉사를 위한 방이 되는 것이다.


E는 하늘색 슈트케이스를 가리켰다.

E가 다른 곳을 가르킬 때와 달리, 한 걸음씩 슈트케이스로 다가가는 발걸음은 가볍지만은 않다.

슈트케이스는 이 공간의 용도를 단정짓지 않기 때문이다.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하나는 이 공간을 찾아준 E에게 보답하는 시간으로써 E의 유희의 공간.

나머지 하나는, 내가 저지른 잘못을 참회하는 시간의 처벌실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떨리는 걸음으로 슈트케이스에 다가가, 앞에 멈추어 섰다. 나는 목을 돌려 E를 힐끗 쳐다본다.

아직도 나는 E의 표정을 읽을 수 없다. 하지만 그로 인한 알 수 없는 떨림이 강해지면 강해질 수록 뭉클한 감각은 참을 수 없는 간지러움으로 번져간다. 이윽고 나는 슈트케이스의 손잡이를 잡아 끌기 시작했다.

그리고, 플라스틱 상자에서는 끈임없이 더러운 물이 흘러나올 뿐이었다.


그 플라스틱 상자에서 흐르는 더러운 것이 내 내면에 깃들어 있는 내면을 겉으로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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