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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1.21 해본적 없는 놀이 - Morning

쌔액~ 쌔액~ 쌔액~

새벽부터 들려오는 귀를 찌르는 소리 달갑지 않은소리에 S는 눈을 뜬다. 

아 시끄러!

S는 짜증섞인 목소리로 침대 아래를 내려다 본다. 그리고는 기억해 낸다. 자신이 어제 저지른 행위를. 코를 집게로 집어, 숨을 쉴 수 있는 구멍은 오직 하나. 본디 숨을 쉬는 구멍이 아니었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말라, 살기 위해 숨을 쉬는 자신의 상태를 알린다. S가 일어날 시간에 맞춰 무릎을 가지런히 모아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이 이상한 사람은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사과를 한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난 S의 앞에 유리컵에 담긴 물을 건넨다. 입만 갖다대면 마실 수 있는 그 흔한 물이다.

새로 떠와.

물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을테지만, S는 그 사람이 그다지 미덥지 못한가 보다. 이상한 사람은 다시금 물을 떠와 S에게 건넨다. S는 물을 반쯤 마시고 갈증에 허덕이는 그 사람에게 나눠 먹인다. 물론 S의 입에서 부터 나온 물이다. 얄궂게도 물을 뿌린 곳은 그 사람의 몸. 그 사람이 먹도록 허락된 물은 자신의 몸을 타고 흐른 그 미량의 물이다. 그 사람은 아무 반항없이 그 물을 몸에 담으려 애쓴다. 그 미량의 물을 마시는 것도 잠시.

S는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오늘 친구들과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재빨리 S를 따라 수건, 가운을 챙겨 뒤를 따른다. 그리고 S만의 시간이 끝날 때 까지 기다린다. 몇 분이 지났을까 S는 가운도 걸치지 않은 채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S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앞에 있는 이 사람은 S의 발끝조차도 보아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저 묵묵히 S의 시중을 들 뿐이다. 마치 감정이 없는 로봇처럼.

옷가져와.

그 사람은 작은조각에서부터 외투까지 모든 채비를 돕는다. 그리고 모든 준비가 끝났다. 단지 시간이 남았을 뿐. 그렇다면, 다음 그 사람의 역할은 S가 지루하지 않게 하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은 S를 덜 지루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를 곤경에 빠뜨리는 일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는 형틀로 향한다. 어디서 본 듯한 비슷한 모양의 형틀. 스스로의 모든 무게를 발 끝으로 견뎌야 하는 고통스런 자세. 안타깝게도 S는 그런 그의 노력에 관심이 없다. S는 침대에 누워 조금이나마 모자란 잠을 더 채우려고 눈을 감는다. 그 사람은 홀로 남겨졌다. 이 무의미하고 쓸모없는 행위를 계속 해야할까 고민한다. 그리고 결론에 다다른다. S가 깨어났을 때 이 상황을 해제해 줄지도 모르니 그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S가 눈을 뜨고 침대에서 일어난다. 그 사람은 묻는다.

주인님. 저 여기서 내려가도 되겠습니까?

들리지 않았던 것일까? S는 시계를 보며 방 밖으로 나가버린다. 그 사람이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전개. 그 사람은 홀로 남겨졌다. 아니. 20분간 자신의 무게를 버티느라 힘이 빠져가는 다리와 함께 남겨졌다. 이제 무게를 지탱하게 되는 곳은 혼자가 아니다. 곤경은 고통을 낳고, 고통은 신음을 낳았다. 다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그 이상한 사람은 기다리기로 했다. 몇 시간이 될지 알 수없는 시간 후에, S가 돌아와, 자신의 고통에 찬 표정, 경련하는 다리, 부들부들 떨리는 발 끝, 무게를 이기지 못해 당겨진 아래를, 보아주기를,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존재를 보는 눈길로, 역겹다는 듯이. 그리고 뒤돌아서는 입가에 머금은 알 수없는 웃음을 볼 수 있기를. 그것이 그에게 주어질 수 있는 단 한가지 보상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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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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