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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1.20 해본적 없는 놀이 - Demonstration

나는 도구가 많은 편이다. 자취를 하게 되면서 이때다 싶어 모은 도구들이 꽤나 많이 쌓였다. 하지만 그 뿐이다. 자취를 하게 된 곳이 큰도시가 아니어서 성향자와의 접촉은 거의 없었고, 그냥 산 도구들을 테스트 하거나 인터넷에 올려 자랑하곤 했다.


어찌되었든 이게 계기가 되어 E를 알게되었다. 


아직 확정된 건 아무것도 없지만, E는 2번을 만나본다고 한다. 사람으로써, 그리고 돔으로써, 나는 그 사이에 한번의 세션을 요청했다. 내 도구들이 E에게도 생소한 것들이 있었에, 첫 번째 세션에서, 사람인 내가 믿음직스럽다면, 마지막으로라도 도구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마지막으로 사람의 모습일 때의 세션이 될 것이다. 


그리고 어느 모텔.


나는 하늘색 케이스에서 내가 가진 모든 도구들을 주섬주섬 꺼낸다. 침대 앞이 도구로 가득 찼다. E의 눈은 호기심으로 빛난다. 나는 이런 저런 도구들을 설명했다. 또한 앞으로 복습할 기회가 없기에 도구설명을 녹화하기로 했다. 그리고 무수한 질문과 응답이 오갔다.


사실 사람으로써 E의 앞에 있었지만, 이 도구들이 나에게 사용될 것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떨리고 몽클해지는 감각을 느낀다. 나는 최대한 숨기려 노력한다.


설명은 의외로 일찍 끝났다. E가 좋아라 하는 도구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나는 홀가분함을 느꼈다. E의 선택에 따라 다음부터는, 내가 사람으로 남아 서로 아는사이로 지낼지, 아니면 스스로를 잃어버리고 E의 소유물이 될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정적을 깨는 한 마디.


이거 지금 써봐도 되나요?


상상도 못한 반응에 나는 움찔했다. 하지만 이는 나를 소유물로 생각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E가 높임말로 나에게 물었기 때문이다.


..................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고민을 한다. E는 자신의 소유물이 아니면, 그런 장난을 치지 않을 것을 알기에.


나는 그저 본능에 이끌려 말한다.


...... 쓰고 싶으시다면..... 하셔도 돼요.........


.......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우물쭈물 하는 나를 보고 E는 말한다.


장난이에요. 자. 정리하고 차나 마시러 갈까요?


나믄 침묵했다.

나의 생각을 갖고노는 E. 나는 부끄러워 얼굴이 달아오른다. 나갈 준비를 하는 E를 보며 나도 짐을 챙겨넣는다. 그리고 아쉬움인지 다행인지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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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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