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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1.20 해본적 없는 놀이 - Sight

최근 나는 벌을 받지 않는다. E가 정한 규칙은 매우 합리적이었으며,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들 뿐이라 줄 곧 잘 지키게 되었다. 아마 E의 심리적 중성화가 내가 가진 욕구를 그녀를 위한 행위로 분출하게 만듦이 아닐까. 처음에는 나를 숨 쉴 수 없게 만들던 작은 플라스틱 조각의 존재도 느낄 수 없게 되었다. 내 건강을 걱정한 E는 전립선을 이용한 특수한 방법을 통해 쾌감없이 지니고 있어서는 안돼는 물을 짜냈고, 몸뚱아리는 부끄러움도 없이 제 역할을 해 더러운 물을 흘리곤 했다. (자비로운 E가 육체적 중성화가 아닌 최소한의 자유의지를 주었기에 스스로 생각하고 조절할 기회를 준 것이다.) 그럼에도 가끔은 스스로의 역할을 유지하기가 매우 힘들다. 아직 아마 내가 수컷이기 때문인 것 같다.


한 가지 규칙.


특정 상황에서 E가 원할 때, 허락할 때 까지, 그녀를 바라 보아서는 안된다 심지어 발 끝마저도. 내 수컷으로써의 시선이 E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의복을 입지 않더라도, 불편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참을 수 없는 고문에 다름없다. 내 위치에서 E는 닿을 수 존재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정조상태에서 수컷으로써의 쾌락을 느껴보지 못한지 언 2개월, 몸은 한계였다. 내 정신과는 관계없이 몸이 멋대로 움직인다.


하필이면, E가 오늘의 조교를 끝내고 노곤한 몸을 달래기 위해 씻으러 들어가는 순간.


쫘악!


나는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한다.

E의 유희가 끝나지 않은건가?


야. 뭐하냐?


네?


나는 감히 되묻는다.


쫘악!


그제서야 나는 깨닫는다. 나는 E의 하반신을 보고 있던 것이다. 심지어 나도 모르던 찰나. E는 그 찰나마저 놓치지 않는다.


죄송합니다.


이미 늦었다. 지금부터는 내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뤄야 한다. 


자세.


매우 간단하다. 내 규칙위반은 욕구에서 나오기에, 그 욕구의 원천에 벌을 가하는 것이다. 원초적이지만 확실하고 합리적인. 하지만 매우 강렬한. 순수한 고통.


죄송해요! 다신 안그럴게요. 용서해주세요.


나는 두려움에 절규하듯 자비를 구한다.


그녀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나는 깨닫는다. 성실히 처벌을 받는것이 나에게 오히려 자비라는 것을. 이 이상 E를 거스르면 E와 나의 역할마저 어기는 것이라는 것을.


나는 '그' 자세를 취한다. 모든 더러운 것이 있는 곳을 E에게 향하는, 그녀의 발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아래를 활짝 벌린 무방비의 상태. 고통을 잊지 못한 몸은 그저 일어날 일을 걱정할 뿐이다.


몇 대야?


......4.....대요.....


그녀의 처벌에도 고쳐지지 않은 버릇은 가중처벌 된다. 4대라는 것은 내가 같은 실수를 저지른 횟수이다.


아아... E가 다시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 나는 그토록 보고싶었던 E를 모습을 다시 보게 되었다. 피할 수 없는 고통의 앞에서.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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