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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1.20 해본적 없는 놀이 - Alone in the Dark

아침 해가 밝았다. 새들은 지저귀고 꽃들은 노래하고 피크닉 가기 딱 좋은 날씨다. E는 안쪽방의 아주 편안해 보이는 모습으로 침대에서 침대에 더 붙어있을까 고민중이다.

사실 오늘은 두 번째 날이다. E는 이미 더위를 피해 한적한 숙소에서 피크닉을 즐기고 있다. 첫날 저녁에 도착해서 나는 짐을 푸느라 열심이었고 지친 E는 그대로 잠들었다.


나도 곧장 잠이 들었으나 밤새 잠을 설쳤기에 지친 모습이 역력하다. E는 지친 나를 생각하여 나에게 최소한의 관심을 준 것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마 아무것도 당하지 않았기에 깊게 잠들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가끔 옛날 군대이야기를 들어보면 비슷한 경우가 있다지만.. 결코 같을 수 없다. 아마 간밤 외로워서 그런 것 같다. 확실히 그 때문이다.


E는 나에게 최소한의 관심을 주었다. 피크닉이었지만 내 역할과 위치가 있었기에. E가 잠든 안쪽방이 아닌 바깥쪽 방에서, E는 나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 그저 목걸이에 팔찌에 혹여나 있을지도 모르는 불경한 행동을 막아주는 플라스틱 토템 한개를 붙여준 것 뿐이다.


미소지으며 인사한다.


잘자.


아. 그리고 더위를 많이 타는 나를 위해 문을 활짝 열어 두었다. 친절한 E..


아마 이때부터 내 외로움은 시작된 것 같다.


긴 여정. 짐정리. 피곤한 하루였지만 E와 함께여서 행복하다고, 좋음 하루였다고 생각하는 그 때. 내가 혼자인 나를 찾아온 손님이 있었다. 이 손님은 아주 얇은 들릴까 말까 한 목소리로 나에게 인사한다. 나는 듣지 못한다. 손님이 화가 났나보다. 내 귓가로 다가온 손님은 다시 인사한다. 나는 인사를 들어버렸다. 누구라도 그녀의 인사를 들으면 잠들 수 없을 것이다. 온몸의 신경이 곤두선다. 다음에 일어날 일을 알기 때문이다. 멀리서 날아온 그녀는 휴식을 위해 내 몸에 앉을 것이다. 그 얄팍한 감각. 이 감각은 그녀가 앉은 자리자리마다 발자국처럼 남을 것이다. 나는 몸을 뒤척인다. E가 준 팔찌를 하고서 내가 할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이다. 어둠속에 혼자 남겨진 나는 그녀가 돌아갔는지 알 수 없다. 다시 뒤척인다. 괜시리 다른곳에서도 그 얄팍한 느낌이 나는 것 같다. 이윽고 E와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의 다른 의미를 깨닫는다. 너무 외롭다. 아마 나는 이 외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해가 뜰 때 까지. 그리고 E가 방에서 나오기 전 까지.. 나는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 것이다. 그리고 내 몸에는 그리움의 자국이 남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밤을 지샜다.


E는 웃으며 인사한다.


잘 잤어?


나는 수개월간 떨어져 있던 강아지처럼 E를 온몸으로 반긴다.

오늘은 더 더 열심히 할 것이다. 오늘밤만은 홀로 밤을 보내지 않기 위해...


E는 측은하게 나를 바라본다.


아마 그 시선이 향하는 곳에 E와 함께하지 못한 그리움의 흔적이 여기 저기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느낀 그리움을 함께 느끼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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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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