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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2.17 해본적 없는 놀이 - Banquet

이제 곧 모두가 기다리던 휴일.

하지만 이러한 파티 분위기에 맞지 않게 나는 불쌍한 모습을 하고 있다.


E의 앞에서 헐벗기는 매한가지였으나. 휴일의 2일 전. E는 나에게 명령했다. 

물 이외의 어떤 것도 먹지마

이것이 E의 명령. 나는 당혹스럽기만 한다. 하지만 E의 명령은 나에게 절대적이다. 목적이 있던 없던 나에게는 따라야 하는 의무만 있을 뿐이다. E의 명령으로부터 하루. 집에 있는 냉장고, 밥솥, 반찬이 무색하게 나는 아무 것도 먹지 않는다. 그저 배를 주릴 때 마다 배를 한 번 만져보고 물을 홀짝 홀짝 마실 뿐이었다. 하루가 지나고, E를 만나기 바로 전날이다. 아마 하루 밤을 샌 사람은 많아도 하루 종일 굶은 사람은 적지 않을까. 뱃속은 먹을 것을 달라며 아우성이다. 그래도 E의 명령이니까... 다른 이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나는 배를 주리고 있다. 하지만, 그날 저녁 E는 다시 한 번 끔찍한 명령을 내린다.

지금부터 마시는 것도 금지

돈이 있어도, 심지어 음식이 있어도 먹지 못하는 상황. 심지어 물까지 마시지 못한다면... 나는 말라 죽을것이다. 나는 최대한 행동을 줄였다. 나름대로 머리를 쓴 방법이지만 이미 하루를 굶주린 배는 물이라도 달라고 애원해보지만 정작 나는 애써 이를 무시한다. 갈증은 의외로 빠르게 찾아왔다.

내일이면 E를 만날 수 있어. 분명 E라면 어떻게 해 주겠지..

나는 내 불쌍한 처지를 탓하며 잠을 잔다.

그리고 당일. 나는 E를 볼 시간만을 기다리지만 시간은 더디게 느껴진다. 시간이 되어 나는 E를 만나러 지하철에 나간다. E는 가끔 친구와 나를 보러온다. 그 친구는 나를 보고 묻는다.

왜 이렇게 힘이 없어요?

.............

나는 무엇이라 대답할지 망설인다.

하지만 E와 친구는 딱히 내 대답을 바라지 않는 듯 하다. 식당으로 향할 줄 알았던 우리는 내 자취방으로 바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우리모두를 위해... 아마... 음식을 주문했다. 음식이 도착한 후, 그들은 나에게 노예의 모습이 될 것을 명령했고 나는 그에 따랐다. 아마 내 모습은 평소보다 헐벗은 모습일 것이다. 아마 영혼까지 헐벗었다고 하는 표현이 여기에 해당하지 않을까.

아마 그들은 나에게 음식을 줄 마음이 없는 듯 하다. 심지어 나를 형틀에 매어놓고 볼개그를 물려두었다. 힘없는다리는 금방 떨려왔고, 음식의 자극적인 냄새에 이끌려 말랐던 입속에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마치 내가 그자리에 없다는 듯 음식을 먹어댔고 나는 볼개그 사이로 끈임없이 침을 흘릴 뿐이었다. E는 나를 힐끗 바라본다. 그리고 미소지으며 다시 음식을 먹는다. 그러다가 문득 무엇인가를 생각했던지 음식을 나에게 들고온다. 나는 헛된 희망을 가져본다.

제발 한입만... 아니 한모금만이라도...

역시 내 희망은 절망만을 부를 뿐이다. E는 나에게 안대를 씌우고 가져온 음식의 소스를 내 코에 묻히고는 다시 돌아갔다. 음식의 냄새, 음식을 먹는 소리마저 나에게는 매우 강렬한 자극, 침이 끊임없이 흘러나와 바닥에 흐른다. 마치 파블로프의 개 실험과 비슷한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얼마지나지않아 음식은 동이 났다. 그 뒤에 그들은 나를 풀어주었다. 나는 풀이죽었다. 역시 먹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 때, E는 무엇인가를 내 눈앞에 내려둔다. 그 음식의 소스, 그리고 한 조각이라고도 이야기 하기힘든 아주 작은 찌꺼기들의 합. 그것이 E가 내게 제시한 음식이다.

먹고싶어?

...................괜찮아요....

나는 애써 참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내 몸은 그렇지 못한가보다.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침이 그 증거이다. 음식이라 하기에도 불분명한 것.

정말?

....................먹어도 돼요?

나의 고집은 바로 무너졌다. 본능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눈앞의 부스러기와 찌꺼기. 그것마저 허락하기 전 까진 먹지 못한다. 그것은 훈련받은 강아지라도 지키는 것이기에 나는 "먹어" 한 마디만을 기다리며 침을 삼킨다.

먹어.

감사합니다.

나는 인사와 동시에 달려들어 찌꺼기와 소스를 먹었다. 아니 흡입했다.
E에게는 찌꺼기와 소스덩이지만 내 생에 가장 맛있는 음식.

이것이 E와 나의 위치였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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