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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1.19 해본적 없는 놀이 - Marionette

E는 자신의 손을 이용하여 여러 모양을 만들었고 나는 그에 맞게 움직여야 한다. 이를태면 E가 손을 곧게 펴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면 나는 엎드린다. 손을 뒤집으면 따라 몸을 뒤집어야 하고, 손을 곧게 세우면 일어나야 한다. 


나는 마리오네트이다. 

그리고 아마 내 몸에는 보이지 않는 실이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E는 나를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한다. 아마 자신의 손짓 하나 하나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나는 움직이면 움직일 수록 지쳐간다. 하지만 E는 멈추지 않는다. E가 나에게 흥미를 잃으면 버림받을 것을 알기에 지친 몸을 이끌어 계속 움직인다. 제자리에서 동동 뛰다, 엎드리고, 한쪽다리를 들었다 내리고, 허리를 굽히고, 구르는 등, 의미가 없는 동작을 반복한다. 그저 관심을 받기 위해, E의 흥미를 잃지 않기 위해, E의 손 모양을 보고 기억해내서 움직인다. 시간이 흐를수록 온 몸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다리는 후들거리고 팔에도 더 이상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해야 한다. E의 유희가 끝나지 않았으며 E의 손이 내 움직임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는 아직 나에게 흥미가 있다는 의미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나의 움직임을 기대하고 직접 자신의 손을 움직이는 E를 움직임으로서 보답하는 것 뿐이다. 그럼에도 마음과 달리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고장이 난 것이다. 나는 슬펐다. 힘이 드는데도 나에게 움직임을 요구하는 E가 미워서가 아니다. 더 이상 E를 즐겁게 해줄 수 없고, 내가 버림받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힘들어?


인형에게까지 말을 걸어주는 상냥한 E.


......죄..송해요... 정말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요....


나는 바닥에 널부러져 슬픈 눈으로 E를 올려다 볼 뿐 이었다.


알겠어.


E는 손에 케인을 들었다. 나는 너무 기뻤다. E는 고장이 나 흥미가 없어질 법한 나를 버리지 않고, 고장난 나를 고치기 위한 방법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움직여.


나는 움직이지 못한다.


쫘악~!쨔악! 쫙!짜악!


E는 움직이지 못하는 나를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 나는 케인을 피할 힘도 없이 몸을 말아 가며 움직이지 못하는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사과한다.


악.... 죄..송해요 익.... 음.......으헉.....


E는 아랑곳 않고 나를 고치는데만 집중한다.


쨔악! 쫙!짜악! 쨔! 쫙!짜악! 쫙!짜악!


더 이상 E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나는 절규한다


움직일게요! 용서해주세요!


E는 다시 손을 움직인다. 부들부들 떨리지만 몸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E의 노력이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나는 움직이지 못하는 고장난 나를 버리지 않아서, 나를 고치기 위해서 노력한 E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E의 관심과 흥미를 받을 수 있고, 또 다시 E를 위해 움직일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그러다 나는 무심코 거울을 보고 깨닫는다.

왜 E가 케인을 들었는지.


나는 보이지 않는 실에 의해 움직이는 E의 마리오네트.

E는 나를 다시 움직이기 위해, 내 온몸에 붉은 실을 감았던 것이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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