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것이 갑작스럽게 일어났다.

휴일 집에서 공부하는 내 스케쥴을 물어본 E. 10분도 안되어 밖에서 들리는 초인종소리. 들어닥친 E. 무방비로 E를 맞은 나. 자취를 한 이후 완전히 사람의 모습으로 E를 맞은건 상당히 오랜만이다.

안....녕..

인사를 하던 내 입은 멈춘다. 인사를 이어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E를 따라 들어온 3명의 소녀들. 그들은 해맑게 인사를 건낸다.

안녕하세요~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한다. 예전에 S를 집에 들인적이 있는지라. 이건 나에게 더 큰 공포감을 준다. 저기있는 저사람들은 누구며. 뭐하는 사람들인지 알 수 없었다. E는 아무 설명도 하지 않는다.

하늘색 캐리어 가져와.

역시 E와 같은 사람들인건가...라고 생각하며 쭈뼛쭈뼛 캐리어를 가지고 온다.

평소와 다르게 E가 손에 든 것은 수족갑과 목걸이 뿐. 그리고 떨어진 한 마디.

벗어.

오히려 강아지의 모습으로 익숙해 질 무렵 떨어진 명령에 나는 멈칫하고 우물쭈물거린다. 이상하게 이번에는 E의 즉각적 처벌이 있지 않다. 하지만 더 이상 지체할 수는 없었기에 나는 사람의 모습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우와.... 진짜하나봐! 아하하...

나는 움찔한다. 그리고 이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다시 생각한다. 에세머인가. 설마 바닐라?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하지? 아마 이 생각으로 근 10초가 흘러간 것 같다.

벗어.

E가 더 이상은 지체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나는 또 한꺼풀의 인간의 모습을 지워간다.

아하하하하하하하... 뭐야 진짜야 E?

소녀들의 웃음소리는 점점 커져갔고 나는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이 반응은 바닐라라고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아닌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보여지는 강아지로써의 모습. 나는 겁을 먹는다. 평소와 다른 우물쭈물 거리는 나에게 E는 화내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강아지의 모습이 된다.

여기저기서 들러오는 수근데는 소리. 비웃음. 눈길. 나는 그들과 시선을 맞출수도 없었다. 관찰대에 올라온 강아지처럼. 나는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자세.

시작되었다. 고통의 시간. 이윽고 수갑은 목걸이에 족갑은 다리를 벌리도록 각각 묶여진다. 하지만 예상했던 고통은 오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여기에 이 모습으로 있다는 것은 그녀들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는 듯 나에 대한 이야기와 어쩌면 비하적인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세상에 이런사람이 있어? 왜? 이러고도 부끄럽지 않은가? 어떻게 이런 사람을 구하게 된거야? 맞으면 좋아하는거야?

E에게 질문공세가 쏟아진다. E도 소녀들에게 하나하나 자세히 이야기한다. 이건 마치 새 물건을 자랑하고 이야기 나누는 소녀들의 모습과 같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얼굴을 붉히는 내가 있다. 숨길 수 없는 내 처참한 모습. 어떤 말로도 변호될 수 없다. 나에 대해 가장 잘 알고있는 것은 E이며 물건의 주인도 E이다.

약 20분이 넘도록 그녀들은 나와 이 언벨런스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발언권도 없고 스스로도 번호하고싶지도 않았다. 이쯤되면 누군가가 이렇게 질문을 할 것이다. 나도 만져봐도 돼? 그렇다. E는 일정 수준까지 나를 지켜주고 있었다. 마치 박물관에 전시된 전시품에 만지지 마세요가 붙어있는 것 처럼. 그 결정도 E에게 달려있던 것이다.

글쎄...? 넌 어떻게 생각해?

어떠냐니! 이런 잔인한 질문을!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들에게 내 어디까지 보여야 한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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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흐윽....


눈을 뜨자마자 찾아오는 잊고 있던 고통. 그랬다. 있었던 일을 떠올리게 하는건 항상 고통과 자국들이다. 사실 지금도 두렵다. 그녀들의 변덕에 따라 나는 장난감이 되어 또 한번 더 지옥같은 고통을 느껴야 할 지도 모른다. 아직 조용한 것으로 보아 그녀들은 아직 자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벌써 이 공간을 떠나버렸는지도. 그녀들이 허락할 때 까지 그녀들을 바라볼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러한 비대칭적인 상황에 나만을 보고 있을지도 모르기에 나는 행동하나하나 조심해야 한다. 나는 지친몸을 이끌고 머리맡으로 향해 자리잡는다. 그리고 기다린다.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지만 나는 그저 기다린다.


잘잤어?


E의 목소리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나는 인사한다.

E는 내 눈 앞에 내가 숭배해야 하는 대상을 내려놓는다. 나는 정성스럽게 입을 맞춘다.

아마 곧 아침식사시간. 음식을 만들 줄 아는 강아지도 없을분더러 강아지가 만든 음식을 먹는 사람도 없다. 둘은 외출준비를 하여 나가버렸다. 나는 다시 홀로 남겨졌다. 아마 오늘 내가 먹을 수 있는 것은 없는지도. 어제처럼 그녀들을 기다리고 그녀들은 나를 다시 스쳐갔다. 배가 고프다.


이리와.


나는 다가간다.


배고파?


네.


나는 솔직해지기로 했다. 자존심이나 쓸때없는 오기가 초래할 결과를 겪었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비닐봉지를 꺼낸다. 안에는 무엇인가 들어있는데 무엇인지 사실 알 수 없다. 이리 으깨지고 저리 으깨진 찌꺼기 처럼 보인다. 아마 그녀들이 먹었던 저녁이나 아침 중 하나일 것이다.


먹을래요?


S다. 비슷한 질문. 나에게 극한의 목마름을 가져다준 그 사람이었기에. 나는 내용물에 관계없이 말한다.


네.


왜요? 이번에는 싫지 않나봐요? 이런거도?


S는 다시 한 번 내 자존심을 건드려보는 듯 하지만. 내 자존심은 생존본능에 더이상 앞서지 못한다.


괜찮아요. 두분께서 주시는거면 감사히 먹을게요.


나는 길들여졌다.


S는 다시 한 번 바닥에 널부러뜨린다. 밥인지 면인지도 모를 것들이 온 바닥에 흩뿌려진다. 이제 남은건 먹어도 된다는 허락 뿐.


먹고싶어요?


네.


재미없게.


그런 일을 겪고도 고집을 부리는 사람이 있다면. 오히려 학습효과가 부족한 사람일 것이다.


먹게해주면 나한테 뭐해줄 거에요?


나는 무슨 대답을 해야할 지 알 수 없다.


먹기 싫나봐요?


아뇨 아니에요!


나는 다급히 대답한다.


오늘도.. 두 분을 최선을 다해 모실게요.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게 다이지 않을까. 무엇이든 다한다는 바보같는 대답은 하지 않는다. 어제 일은 내가 상상했던 것도 초월했기에.


재미없네...또 절하고 싶지않아요? 운동겸?


아..... 이질문......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알 수 없는...

나는 울며 겨지먹기로 대답했다.


그럼 하세요.


나는 다시 쓸모없음을 증명하려 현관으로 향한다. 100. 200....

어제의 피로가 풀리지 않는 다리는 금방 한계라고 말한다.


이제 와서 먹어.


감사합니다.


아마 E는 내가 안쓰러웠나보다.

나는 바닥에 흩어진 것들을 바라본다. 이미 시간이 흘러 바싹마른 무엇인가에 버무려진 덩어리들. 나는 입을 가져다 댄다. 하지만 먹기가 힘들다. 먹을때의 자세는 엉덩이를 최대한 올려야 해서 입보다 코나 얼굴이 지면에 먼저 닿아버린다. 그리고.. 나는 넘어진다. 피로에 짓눌린 팔이 내 무게를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다시 일어서 부스러기들을 먹는다. 말라버린 텁텁하고 씹히지도 않는.... 굳이 맛으로 표현해야 한다면 슬픈 맛이다. 이마저도 얼굴 곳곳에 묻어버린다.


크헉.


나는 넘어진다. 충격은 E로부터 왔다.


내가 밥먹을 때 깨끗이 먹으라 했어 안했어?


죄송해요.


그녀들로 받은 음식을 소중히 여기지 못해 혼이난다. 얼굴에 묻은 소스들이 내 죄를 보여준다.


빨리먹어. 우리 갈거야.


잘 먹었습니다.


나는 부스러기들에 감사한다.

그리고 그녀들은 나갈 채비를 한다.


다음에 또 봐 오빠.


잘있어.


이번에도 저를 사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그녀들은 떠나갔다.


세션은 종료되었다.


나는 그대로 바닥에서 잠든다. 한가지를 간절히 바라면서...


그녀들이 만족했기를....

그리고 언젠가 다시 한 번 나를 이용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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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먹었던 식사에 대한 이야기 인것 같다. 나는 더 긴장한다. 오히려 처벌에 대한 이야기라면 마음이 편할 것이라. 폭풍전에는 항상 고요하다고 하지 않는가. 맞을 매는 미리 맞는게 낮다고. 이 상황은 나를 더 불안하게 했다.


이리와.


극심한 피로. 저려오는 다리. 나는 쉽사리 음직일 수가 없다. 마치 태어날 때 부터 네발로 걸었던 것 처럼 다가간다. 그리고 공손히 그녀들의 앞에 자리한다. 때가 온 것이다. 부디 자비를 얻을 수 있기를.


내 옆에는 형틀이 있다. 평소에는 나를 꼼짝못하는 가구로 만들어버리는. 그런 도구이며. 지금은.. 올바르게 대가를 치를 수 있게 하는 고마운 도구다.


올라가.


나는 비틀대며 일어서 형틀에 올라선다. 다리는 무엇보다 비참한 모양으로 흔들린다. 그리고 나의 아래를 형틀에 갖다댄다. 이제 그들에게 달렸다. 자비를 배푼다면 그저 형틀 위에 서있을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높이를 높여. 까치발로 서서 그 자세 자체로도 견디기 힘든 자세로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자비는 없었다. 나는 까치발로 서있으려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내 양 팔은 목걸이에 목걸이는 천장의 줄에 결합되었다. (이 목걸이는 안전장치이다.) 이로써 나는 처벌받을 준비를 완료하였다. 내가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뒤꿈치를 들어 나의 아래에 가해지는 고통을 피하며 위태위태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 뿐이다.


내 눈앞에는 E와 S가 있다. 그들의 손에는 케인이 있다.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내 가죽에 스며드는 고통. 시작되었다. 하지만 잠시 후 나는 위화감을 느낀다. 그녀들의 케인은 나의 오른쪽 다리에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다리를 들고 만다. 그리고 나는 다시 깨닫는다. 내가 형틀 위에 있다는 것을. 무게중심을 잡을 수 없는 내 다리는 형틀위에 있는 내 아래에 무게를 지탱하게 만든다.


악!


뿌리부터 뽑혀나가는 고통. 나는 빨리 다시 다리를 내려놓는다. 그러자마 그녀들은 다시금 집중적으로 내 한쪽 다리만을 가격했다. 붉은 선은 끊임없이 늘어났다. 아마 내 다리를 붉게 만드는게 목적인지도 모른다. 나는 다리에 전해디는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다리를 들었다가 아래에 가해지는 고통을 느끼기를 반복했다. 나는 고통에 익숙하지 않아 벗어나려 애쓰다 넘어질 뻔도 했지만 천장에 연결된 줄은 내가 다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나는 절규했다.


으....르흑.....흐윽....


끝나지 않을것 같던 시간이 지나고 나는 바닥에 널부러졌다. 나는 흐느껴 울었다. 그저 너무 아팠다. 내 성향때문에 겪어야 하는 고통. 이후 다시 스스로 그 고통을 찾게되는. 슬픈 자신의 모습. 그녀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나는 신음소리를 흘리며 그저 이 처벌이 내 대가를 치르기에 충분했기만을 바랄 뿐이다.


감사합니다.


처벌에 대한 감사인지. 고통이 끝남에 대한 감사인지 알 수 없는 인사를 하였다.


씻고와.


엉망이었다. 눈물. 콧물. 땀. 얼굴에 묻은 물 등. 샤워를 끝마치고 다시 돌아간다.


이리와.


나는 다시 그들 앞에 선다. E는 구석구석 둘러보더니 연고를 발라준다. 


감사합니다.


나도 모르게 다시 눈물이 나왔다.

유희와 처벌을 견디고 다시 보살핌을 받는 이상한 사이클이지만, 이 순간이 가장 좋다. 나는 그 순간을 즐긴다. 이것이 E에게 그저 낡은 것이 음직이도록 기름칠을 하는 것일지라도 E로부터의 손길이 닿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어서 자.


네..


나는 침대아래에 잘 자리를 잡는다.

아무생각도 들지 않는다. 체력이 다 한거 같다.

그리고는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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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홀로 남겨졌다.


방금 전 까지 내가 당해온 고통들은 서서히 내 몸에 자국을 남겨갔다. 어디 할 거 없이 온몸에는 붉은 선이 그어졌다. 처음으로 받아본 철저히 인간 이하에 대우에 아직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혹시나 E도 이렇게 변해버린다면 어떻게 견뎌야 할 지에 대한 걱정도 다가왔다. 하지만 나는 잊기로 했다. 지금 내 눈앞에 닥친 상황을 어떻게 견뎌야 하는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지금까지는 그녀들의 품격있는 유희였다면, 앞으로는 그 유희를 평가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은 대부분이 처벌이 될 것임을 스스로가 알고 있었다.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한다. 이대로 도망치면 모든 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이제 내 인생에 E는 없을 것이다. S와 만날 일도 없을 것이다. 알량하게 고통을 피해 그녀들의 유희의 대상이 될 기회를 잃느니. 오늘 하루 내 자신을 잃는 편이 낫다고, 평가로 인해 버림받는다면, 발끝에라도 매달려, 그녀들의 신발을 핥고, 더러운 물을 먹게 되더라도, 기회를 구걸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되돌아본다. 처음에 스스로 자리를 지키지 못한것 부터, 시선 규정. 명령 불복종. 허가 위반. 경어 비사용. 스스로를 평가해도 정말 구제불능이었다. 지금 떠난 그녀들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내가 한 짓들은 기대 이하였다. 가장 하찮은 역할을 맡고 그저 그녀들이 시키는 것만 해도 되는 그런 단순한 존재. 항상 유희에 대해 생각해야하는 그녀들에 비해서는. 그 순간 뇌리를 스치는 한 가지 생각. 이대로 그녀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어떡하지... 버림받으면 어떡하지... 지금이라도 나가서 뒤쫓아 발길을 붙잡아야 하나... 단순하게 생각한 발상 하나가 수많은 걱정을 불러온다. 하지만 내가 이번에도 자리를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에 기약없는 그녀들을 기다린다. 제발 다시 돌아오길... 제발... 무엇이든 할테니... 제발...


철컥


내 기도가 통한 것일까? 그녀들이 돌아왔다. 아마 그녀들일 것이다. 그녀들을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


안녕히 다녀오셨어요!


나는 기쁜 목소리로 누군지도 모를 사람들을 반긴다. 그녀들이기를 바라며. 그녀들에게 불려질 때 까지 자리를 지킨다. 


두 사람은 나를 지나쳐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다시 또 혼자 남겨졌다. 나의 이름을 불러주지는 않았지만. 버림받아 마땅한 내 공간에 다시 돌아와 주었음에 감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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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매일 운동을 하는 사람일지라도, 이런 반복운동을 하지 않는다. 다리는 더 이상 무리라는 것을 알리는 신호를 내게 보내왔다. S는 내게 다가와 케인으로 몸을 툭툭 건든다. 마치 죽은 짐승이 살아있는가 찔러보는 아이같다. 나는 손하나 까닥일 힘도 없다.


누가 멈추라고 했어요?


.....죄송해요..... 힘이 안들어가요.....


쫘악!


S는 처음으로 나에게 케인을 휘둘렀다. 그리고 멈추지 않았다. 나는 막을 힘도 없어 이리저리 피해보려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하악학 아학 하아아악 학! 살려주세요........


목마른 짐승의 입에서 나오는 신음소리에 내 목소리는 더이상 없었다. 그저 내 입은 바람이 들락날락거리는 구멍에 불과했다. 케인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 같았다. 목마름, 피로, 고통 태어나 느껴본 어떤 고통이 이에 비할 수 있을까? 어차피 고통이 계속될 거라면....


나는 해서는 안되는 짓을 하고 만다. 온몸의 남은 힘을 이용해 이미 말라버렸는지도 모르는 물웅덩이로 향한다. 그리고 물을 핥아먹으려 애쓴다.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개구기를 달고 있었기에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고, 입에 담는 족족 바닥에 흘려버려, 핥는다기보다는 껄떡거리는 모습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해서는 입은 축이지만 목은 절대 축일 수 없다. 절망적이다. 이것은 성욕에 허덕이던 섭의 모습이 아니다. 내 모습을 보고 있는 E와 S는 더 이상 내 생각속에 없었다. 어쩔 수가 없다. 나도 사람이다. 살고싶다는 생각 뿐이다.


뻐억!


나는 방 한구석에 나뒹군다.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못한 물이 입에서 다시 흘러나온다. 케인과는 다른 배 속까지 전해지는 고통. 나는 배를 움켜쥐고 다시 숨인지 신음인지 모를 소리를 내뱉는다. 정신을 차리고 그 고통이 온 곳을 바라본다. E다. 내 버릇없는 행동을 보다못한 E가 다시 정신을 차리도록 한 것이다.


뻐억! 빡!


미쳤니?


나는 정말 서글펐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내 편은 아무도 없었다. 헐벗은채 그들의 가장 낮은 부위에 착용하는 것을 숭배하고, 바닥에 흘린 물을 먹기위해 허락을 받으려 구걸하고, 비록 허락은 없었지만 물을 먹는것에 대해서도 훼방을 놓는 두 사람이 너무 미웠다. 이것이 플레이인지 아니면 그냥 학대인지 알 수 없었다. 설움이 복받쳐 왔다.


그만해요! 둘...다... 으읍....


몸의 모든 물이 빠져나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설움에 복받친 감정으로부터 나오는 눈물은 아직 마르지 않았던 것 같다. 


....물..... 으흑 마시고 싶다구..... 읍


한번 터진 울음 때문에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그렇게 마시고 싶어요?


..윽....우우웅...우우웅윽.


S는 무언가 만족한듯 깔깔거리며 하듯 물을 바닥에 이리 저리 흩뿌렸다. 그리고 그 웅덩이를 발로 짓밟았다.


이래도 먹을거에요?


응..... 응으.ㅇ.... 응.....


나는 다급하게 강한 긍정을 보인다. 이전에 반항스러운 나는 아무데도 없었다. 지금의 나에게는 자존심도. 수치심도 없었다. S는 세상에서 제일 가치없고 불쌍한 무언가를 바라보는 표정으로 말한다.


알겠어요. 마셔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나는 그 더러운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먼지투성이. 심지어 발로 밟힌 물이지만, 갈증의 끝을 본 나에게 허용된 유일한 물이었기에 나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먹는 한마리의 짐승의 모습으로 바닥에 껄덕인다. 역시 개구기 때문에 한 모금도 쉽게 삼키기가 힘들다. 그 때, E가 개구기를 풀어준다. 근 한 시간 만에 입을 닫을 수가 있게 된 것이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감사의 말을 잊지 않는다. 역시 E는 합리적이다. 고통에 대한 보상은 철저하게 해주는 E였다.


S 배 안고파?


그러네...?


벌써 저녁시간이 되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가치없는 짓을하며 쓸모없음을 증명하는 동안, 소중한 시간은 흘러간 것이다. 그들은 외출 준비를 한다.


혹시.... 저는....?


힘들지 않아요? 여기서 쉬고 있으세요?


맞아 넌 쉬어야 돼. 정산할게 많잖아?


정신이 아찔해지면서.......난 깨달았다....... 아직 세션이 끝나지 않았음을...... 그리고 지금 나에겐 먹을 것을 입에 넣을 자유조차도 없다는 것을...... 무엇보다....... 내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뤄야 한다는 것을....


네. 안녕히 다녀오세요.


물 좀 더 먹어 둬. 조금 있다가 더 힘들테니깐.


네...


그녀들은 방을 나갔다. 나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아니 충격을 먹고 잠시 멍하니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곤 바닥에 있는 물을 모두 핥아먹었다. 그리곤 다시 현관에 가서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자세로 E와 S를 기다린다. 그리고 무릎 앞에는 한자루의 케인이 나와 함께 주인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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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황을 파악한다. 실오라기 하니 걸치지 않은 몸. 나의 정체를 알고 있는 S. 지금와서 따르지 않는다고 해도 지금의 모습이 나를 변호해 주지는 못함을. 그리고 나를 지켜보고 있는 E. 결론은 일단 S의 말을 따라야 한다는 것.


하지만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이건 E가 있으니까 하는거다. 결코 S의 말을 존중해서 그러는게 아니다.

나는 냉장고로 가서 냉수를 컵에 따라 S에게 가져간다.


목 안말라요?


S가 묻는다.


음?


내게 왜 묻지? 라고 생각하는 순간 S는 바닥에 물을 쏟아버린다.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마실래요? 싫으면 관둬요. 진짜 괜찮아 안마셔도.


나는 기분이 상했다. 아무리 E의 친구라지만. 이건 심하지 않냐고.. 일종의 오기가 생긴 것이다. 나는 마시지 않기로 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S는 정말 아무렇지 않은 듯 했다. 케인세례를 받을걸 예상하고 한 행동이었지만 예상밖의 행동에 오히려 당황한다.


목은 안마른가보네요. 그럼 지금부턴 우리 신발에 가서 절해주세요. 우리 이야기 좀 할테니.


그러면 그렇지. 치사하다고 생각했다. 벌줄거면서.. 우리라는 말로 E를 포함시켰다. 나는 다시 다짐했다. E신발에 하는거야. E를 위해서.


아. 그전에 잠시만 와봐요? 오빠도구 중에 마음에 드는게 있어서 써보고 싶어요.


S가 손에 든 것은 개구기였다. 한 순간에 나는 입다물지 못해 침흘리는 칠칠맞은 개가 되어버렸다.


이제 가서 절이나 하세요.


이게 무슨.. 태어나서 이런 굴욕감은 처음이었다. 남이 보는 앞에서?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누군가의 신발에 절을 해? 이런 아무 소용없고 수치스런 일을 자발적으로 해야한다는 내 모습이 슬펐다.


횟수는 어느덧 100을 넘어섰다. 몸은 점점 지쳐가기 시작했다. 입을 다물지 못해 시간이 갈수록 혀가 나왔으며, 내 앞에는 더러운 웅덩이가 생겼고, 침이 점점 말라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왜인지 모를 웅덩이는 뒤에도 생겼다. 이런 내가 싫어지려 한다. 


힘이 들면 들수록 입으로 숨쉬는 빈도가 높아지고 이는 다시 침을 마르게 했다.


몇 번을 절 했는지 나는 모른다.


이제 그만하고 이리와요.


나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S의 앞에 선다.


붉어진 얼굴. 거친 숨소리. 흘리는 침. 누가봐도 처참한 몰골일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더 시급한 것은 갈증이었다. 그 원초적 욕구가 수치심을 넘어선 것이다. 내 눈이 한참전에 바닥에 흩갈겨진 물을 향한다.


마시고 싶어요? 그러길레 마시라고 할 때 안마시고... 마시고 싶으면 솔직히 마시고 싶다고 해요.


불과 몇 십분 전만해도 반항감이 앞섰지만, 지금은 눈 앞에 있는 물을 마셔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네..


나는 말라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네? 똑바로 말해요.


... 물.. 마시게 해주세요...


바닥에 흩뿌려진, 먼지를 잔득 머금은 물. 나는 살기 위해 자존심을 버린다. 슬픔따위 반항심따위는 없는 순수한 생존욕구.


목소리가 마음에 안드네요. 저기가서 절좀 더 하고 오세요.


절망스럽다. 그저 엎드려서 마셔버리면 되는데 그것도 자유롭게 할 수 없다니.. 그마저도 거절당하는 내 처지라니.. 하지만 지금의 나는 누구도 거역할 수 없었다. 나는 다시 그들의 가장 낮은 것에 절하기 시작했다. 살기 위해서.


이것이 E와 S의 차이점 인지도 모른다.


E의 관심과 S의 무관심.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자발적으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버리는.


지속적인 관심으로 나를 물들여가는 E와는 다른, S의 스타일.


하지만 지금 나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다. 다만 살기 위해, 갈증을 해소해도 된다는 허락을 얻을 때까지, 그저 그들보다 낮은 그 물건에 머리를 조아리고 또 조아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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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E가 오는 날이다.


이날의 그 공간은 내 방이 아니며, 내 몸의 신경이 모두 곤두선다. 나는 E가 약속한 시간이 가까워 짐에 따라 강아지의 형태로 무릎을 꿇고 현관앞에서 기다린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E가 허락할 때까지 E의 모습을 바라봐서는 안되기에. 나는 그저 이 다음에 문을 여는 사람이 E이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왜인지 내 아래는 작아질 줄을 모른다.


철컥.


문고리가 돌아갔다. 나는 E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긴장상태가 된다.


안녕하세요 E.


나는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오빠.


높임말? 심지어 이것은 E의 목소리가 아니다.

나는 흠칫하며 바로 위를 쳐다본다.


처음보는 얼굴. 게다가 나를 아는사람인가? 오빠라니.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황급히 몸을 숨기려 한다. 하지만 E를 기다리며 저려온 다리는 내가 도망가지 못하게 나를 막았다.


누구세요!


나는 허둥거리며 뒤로 도망간다.


그렇지만 내 옷들은 모두 내가 손쉽게 닿을 수 없는곳에 있어 허둥지둥, 일반사람이 보기에는 그저 왠지 모르게 불쌍한 변태로 보일 것이다.


뒤따라 E가 들어온다. 그리고 들어오자 마자. 나에게 말한다.


자세.


나는 분명히 잘못을 저질렀다.


그치만.... 저.....


나는 쉽사리 자세를 취할 수 없다. 이것은 공포에서 나오는 반응이 아니라 방안의 다른사람에게 느끼는 평소와는 다른 상황 때문이다.


E가 케인을 들었다. 내가 이럴 때 마다 주의를 집중시키기 위해 내가 앉은 자리 옆의 케인을 두었기 때문이다.


잘.. 잘못했어요.


쨔악! 좌악! 쨔! 쫘악!


무차별적 스팽이 가해진다. 이는 처벌이 아니다. 그저 내가 정신을 못차리고 있기에 이 상황을 다시금 인식시키려는 한 단계이다. 이때는 오히려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이 올바른 답이 아니기에 나는 그저 E가 내가 정신을 차렸다고 느낄 때까지 웅크려 견딜 뿐이다.


자세.


매번 깨닫지만 난 멍청하다. 이렇게 당하지 않고 처벌만 받으면 되는것을.....


다시 자세를 취한다.


몇대야.


5대요.


끅. 크헉. 허억허억. 끄으으. 으허.


나는 기쁨인지 고통인지 알 수 없는 오묘한 신음소리를 낸다.


인사.


오늘도 부족한 저에게 E를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조교 부탁드립니다.


자존심을 짖밟는 방법. 자신이 모르는 사람 앞에서 처벌받고. 수치를 당하는 것.


S한테도 인사해.


그랬다. 먼저 들어온 사람은 E와 비슷한 성향을 지닌 친구 S였다. 이야기를 나눈적도 있지만 이런 꼴로 S를 처음 만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안녕하세요. 오빠.


나는 수치심에 고개를 들지 못한다.


..... 안녕....


사람의 모습으로 상대. 사람이 아닌 모습으로 하대.

S와 나의 언행과 그 모습은 말 그대로 아이러니였다.


그런데.. 인사할때는 사람 얼굴을 봐야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들 수가 없다.


S의 손이 내 턱을 들어올린다. 나는 눈을 마주칠 수가 없다.


왜요? 오빠잖아요?


나는 침묵했다.


오늘은 S가 알아서 할거야. 너랑 S는 친구니깐 높임말은 절대 쓰지말고, 시키는거 하기 싫으면 안해도 돼. 대신 책임은 니가 지는거야.


.......네........


E는 S에게 케인을 건네준다.


S는 케인을 건네받으면서 말한다.


그럼 쉬운거부터 시작해볼게요 오빠.

마실거 좀 갖다주시겠어요?


나는 어찌할 줄 몰라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뿐이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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