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는 가끔 돌아온다.

기억에서 희미해져 갈 때. 현실로 돌아가려 할 때.

어쩌면 서로에게 이 상황이 더 좋은지도 모른다.

아직 현실속에 살 수 밖에 없는 둘에게는.


이번에도 E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주종관계가 아닌 그녀는 돔이라기 보단 그 나이또래의 앳됨이 묻어있다.

그런 E는 4일간의 기간 중 하루 나를 본다. 그리고 다시 떠난다.


나를 볼 때마다 우리는 그 때를 다시 추억한다. 잊어가던 것을 다시 일깨워준다.


우리의 유희에 앞서 그녀와 나는 내기를 한다. 사실 내기에서 이길 수 있는 가망도 없었지만 고통은 무엇보다 싫었기에 E의 내기를 받아들였다.

내기는 그 단추 건드려 그녀의 손가락 하나로 나를 사정시키는 것.

그녀의 손이 내 몸속으로 들어오기 전, 나는 내 속을 깨끗이 할 필요가 있었다.

츄르륵 팍.

라텍스 장갑의 소리, 식혀 둔 아메리카노 커피, 250ml의 커다란 피스톤.

내 속으로 밀려들어오는 커피, 내 아래의 끝에는 벌써 구슬이 맺힌다.


나는 이전보다 더 오래 참기로 한다. 일부러 엄살을 부렸던 전과는 달리, 지금은 조금 더 수평적인 관계이기에 차라리 지금이 나의 한계를 어느정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자연스레 신호가 왔고 E는 의외의 모습에 신기해했다.


그리고 밀려들어온 라텍스 장갑. 내 안을 둥글게 그리며 훑어낸다.
인격체가 아닌 것 처럼. 단순히 내 속이 비워진 것인지 확인하는 절차.

나는 간신히 신음을 참아낸다. 하지만 내 얼굴은 무엇보다 붉어졌을 것이다.


내 속이 비워진 것을 확인한 E는 본격적으로 내 단추를 찾는다.

얕은 곳에서 깊은 곳으로, 좌에서 우로.. 안의 감촉은 둔해서 E의 움직임을 쫓을 순 없지만 E의 손이 내 단추를  스치면 자동적으로 세어 나오는 신음.. 특히 E의 앞이기에 부끄러움이나 숨겨야 할 것은 없는 나는 더더욱 큰 소리를 낸다.

그에 맞추어 E도 나의 단추를 어루만진다. 바깥부터 안으로, 둥글게, 8을 그리며, 그러다 강하게 한 번.

내 신음은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난 내가 느끼지 못한 것으로 이미 내기에서 져 있었다.
그저 E의 손길에 따라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나오는 물.


그렇게 나는 내기에서 진 대가마저 치뤄야 했다.



이번 만남에서 내가 느낀 것은

E의 손길이 더 부드러워진 것 같다는 것이다.
타국에서 겪는 스트레스와 불편함이 그녀를 더 성숙하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현실 밖의 우리를 생각하기엔 아직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Mongle? Mong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Mongle Mongle - Epilogue 3  (0) 2018.03.16
Mongle Mongle - Epilogue 2  (0) 2018.02.11
Mongle? Mongle! - Epilogue  (0) 2018.01.07
Mongle? Mongle! 12  (0) 2018.01.02
Mongle? Mongle! 11  (0) 2017.12.27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