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ouchable D14
Untouchable 2018. 10. 2. 08:26 |자연스럽게 기침이 나왔다. 가루의 반 정도는 그릇 바깥에 흩날려버렸다.
그 가루는 밀가루와 무엇인가가 섞여있는 듯한 가루였다. 냄새도 없었고 맛도 없었다. 이런 것을 먹으라고 준 것인지... 도대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뭐라고 생각하는건지 설움이 복받혔다. 옆에서도 끊임 없이 기침소리가 들려 왔다. 이것을 먹으려 하는 사람들의 갈증에서 나오는 자연스런 현상이었을 것이다. 겨우 한입 입에 머금었을 뿐인데 모든 침을 흡수해버리는 듯한 느낌. 이래선 쉽게 삼킬 수도 없다. 살짝 맛을 보려 한 것 뿐인데 오히려 갈증을 불러왔다. 그렇게 나는 물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내가 기억했던 것처럼 잠시 후 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물은 가루 위에 얹혀져 마치 반죽이 되기 전의 모습이었다. 나는 가루 대신 물만을 마시기 위해 목을 뻗어 그 물로 목을 축인다. 다행히 이것은 그냥 물이었다. 그렇게 물을 마시고 나는 남은 가루를 먹지 않기로 했다. 여기서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발버둥이었다.
그렇게 다시 세찬 물이 가루를 모두 씻어나갔다. 배는 너무 고팠지만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투쟁이었다. 잠시 후 다시 사이렌이 울리고 와이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마 다시 저 물레방아로 나를 끌어당기려는 듯 했다. 나는 버텨보려 노력했지만 양 팔이 벌어져 있는 상태여서 힘을 줄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검은 발판위로 올라왔다. 옆에서는 다시 탄식과 한숨, 신음과 비명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으윽.'
다시 전류가 흐른다. 따끔할 정도의 전류. 나는 다리를 이리 저리 옮기며 전류가 약한 곳을 찾아보았지만 큰 소용은 없었다.
'끄학..!'
조금 더 강한 전류가 흘러나왔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의 연속, 나는 다시 물레방아에 발을 얹는다. 하염없이 물레방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는 다시 이 이상한 노동에 참여해야 했다. 잠시 후 들려오는 그 말도 안되는 방송.
'당신은 죄인입니다. 더 비천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법과 복지에 의해 몸에 맞지 않는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살았던 것 중대한 불법입니다. 하지만 당신에게도 기회가 있습니다. 이렇게 여기서 열심히 먹고, 움직여서 제 1계층에게 선택받아 봉사하십시오. 그렇게 된다면 당신의 죄는 씻겨질 것입니다.
.....중략......
사회에서 쓸모없어진 당신이 여기 있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자비로운 제 1계층의 덕입니다. 이곳에서 주어지는 모든 것이 제 1계층의 자비입니다. 식사에는 모든 영양소가 골고루 배합되어 있으며, 목을 축일 수 있는 식수도 제공됩니다. 이 모든것이 제 1계층께서 내려주신 선물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합시다.
.....중략......
하지만 모든 이가 선택받는 것은 아닙니다. 당신의 쓸모를 증명하십시오. 제 1계층을 찬양하여 그들을 감동시키십시오. 그것이 당신들이 죄를 씻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입니다.
.....중략......
지금 당신들은 이 활동이 의미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는 여러분이 생활하는데 필요한 전기를 만드는 활동으로써, 여러분을 이끌어주는 와이어, 배식, 배변, 여러분이 게으름을 피울 때 마다 징벌하는 발판에 까지 모든 곳에 공급됩니다. 이 활동을 하게 해주신 제 1계층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어처구니가 없는 말 투성이었다. 이유없이 붙잡혀 있는 사람에게 죄인이라는 신분을 안겨주는 것도 모자라 권리를 폄하하고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충성해야 한다는... 음식이라고 내놓은 것들은 갈증만 야기시키는 가루더미, 이는 내가 차용한 것으로 되어있는 돈을 사용한다고 생각해도 매우 부족한 것이었다.
'이런것에 감사하라니... 도대체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것일까...'
분노가 치밀었다. 심지어 마지막의 내용에 나는 숨이 막혔다. 이 물레방아가 전기를 만들고 이 공간에 들어가는 전력으로 생활한다는 것. 즉. 외부와 독립적으로 설계된 공간이라는 것에... 일어날 때 부터 울렸던 사이렌부터 와이어의 움직임, 배식, 배설, 심지어 이 움직임을 강제하는 전류까지. 이곳의 모두가 만들어낸 것이었다.
이곳을 알아가게 되는 것이, 아무것도 모른 채 처음 끌려와서 이곳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절망적이었다.
'Untouchab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Untouchable D16 (0) | 2018.10.04 |
---|---|
Untouchable D15 (0) | 2018.10.04 |
Untouchable D13 (0) | 2018.07.11 |
Untouchable D12 (0) | 2018.07.07 |
Untouchable D11 (0) | 2018.07.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