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ouchable D17

Untouchable 2018. 10. 11. 11:25 |
SMALL

'또각 또각'

구두 소리가 점차 가까워져 간다.

'주세....흐어걱'

'누구.....끄앙'

이곳의 모두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말이라기보다 그저 비명에 가까웠다. 마치 지옥에 간 이들의 음성을 듣는다면 이에 가깝지 않을까.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구두를 신은 누군가는 다시 올라가버렸다.

지옥에는 절망만이 남았다.

어떤 이는 자신이 처한 상황의 비참함과 구두를 신은 누군가에 대해 욕을 하는 이도 있었으며, 그저 끊임없이 흐느끼는 이도 있었다. 그 안의 모두에게 그것은 당연한 반응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약 1시간이 지났다.

이번에는 발자국 소리가 난다. 아까 구두소리에 비하면 자그마한 소리지만 누군가가 이곳으로 내려왔음을 짐작하게 하는 그런 소리였다. 이번에도 사람들은 애원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아까보다 더 큰소리로 애원하는 듯 했다. 내가 있던 사회 어느 곳에서도 이런 경험을 해 본적이 없었기에 나는 그저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 집중할 뿐이었다.

'툭.'

내 몸에 변화가 생겼다. 나를 항상 이끌던 와이어가 더이상 내 팔을 붙들고 있지 않는 것.

'나와.'

비명과 고성이 어우러진 지옥이었지만 그 소리만큼은 명확히 들렸다. 내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부르고 있다. 나는 뒤를 돌아 그를 따라 간다. 감히 이 부당한 대우에서 도망치거나 앞에 있는 그를 때려눕혀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아마 여태까지 그들이 보여주었던 철저한 통제에서 얻은 깨달음일 것이다. 이렇게 재사회화가 되어 이 추악한 공간을 만든 누군가에게 쓰임을 당하기 위해 나간다는 처량함 따위는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태양을 보고 싶었고, 그 뒤에는 죽고싶다는 생각을 할 뿐이었다.

나는 그를 따라 계단앞에 서 있었고 몇 명의 사람들이 뒤를 따라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는 모두를 이끌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으며, 그 공간은 다시금 절망과 슬픔 그리고 분노로 가득 찼다.

계단을 올라난 나는 마치 태양을 본 것 처럼 눈을찌푸리며 이 공간을 기억해 낸다. 거의 빛이 없는 것과 같은 공간인 저 축사에 갇히기 전에 보았던 감옥이라 생각했던 이곳은, 매우 쾌적해 보였고 심지어 나에게 잠시나마 이 곳에 살 수 있다면 행복할 지도 모르겠다는 이상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확실히 이곳은 내가 살고 있는 곳과는 차원이 다른공간이었다. 그렇게 나는 선망의 공간을 지나, 나는 다시금 계단을 오른다.

그리고 변기만이 있는 공간에 다다른다.

'자리잡아.'

그를 따라 올라온 인원은 약 6명. 나를 포함한 그들은 그저 변기에 자리를 잡을 뿐이다.

'발목잡아.'

이는 또 무슨 고문인가 생각이 들기도 전에, 나를 제외한 모두는 발목을 잡고 엉덩이가 가장 높이 있도록 묘한 자세를 취했다. 여기서 괜히 버텼다가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나도 그들과 같은 자세를 취한다.

뒤로 온 그는 엉덩이에 호스를 연결한다. 모두의 엉덩이에 호스가 연결되었고 곧이어 무엇인가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흐으어... 아....으윽....'

나를 포함한 전부가 신음소리를 냈다. 당황스러움과 고통에서 나오는 신음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양의 액체가 흘러들어왔기 때문이다. 그 후 그는 호스를 몸으로 부터 분리시켰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변의 뿐이었다. 플러그의 이물감과 가득찬 뱃속, 불편한 자세, 무엇하나 견디기에 쉽지 않았다. 그리고 온몸에 힘이 들어가 다리가 떨려오기 시작했다. 그는 한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고 시계만을 바라보았다.

'으으... 어...  아..... 읍....'

모두 입에서 신음이 끊임 없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다.

'모두 앉아.'

우리는 모두 변기에 자세를 취했다. 똥마려운 강아지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모두가 안절부절하며 그저 신호만을 기다렸다. 그는 변을 보라는 신호를 주지 않았다. 그저 우리는 어느 순간 우리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배출해대고 있었다. 너무 갑작스러워 엉덩이에 힘이 들어갔지만 멈춰지지도 않았다. 그렇게 굴욕적인 배출 후, 우리는 다시 계단을 따라 위층으로 걸어올라갔다.

위층에는 옷을 입고있는 그들이 이미 위로 올라갈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를 세척실로 인도했고 불필요한 털들을 제거, 관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몸을 세척했다. 옷을 입은 그들과 그럴 권리조차 없는 우리가 이 공간에서의 위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게 관리를 받은 나는 곧 태양을 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계단앞에 서 있었다.

'Untouchab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Untouchable D19  (0) 2018.12.24
Untouchable D18  (0) 2018.12.16
Untouchable D16  (0) 2018.10.04
Untouchable D15  (0) 2018.10.04
Untouchable D14  (0) 2018.10.02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

Untouchable D16

Untouchable 2018. 10. 4. 11:53 |
SMALL

그 통보가 있은 후 3번의 일과가 끝났다.

배식, 배출, 노동, 배식, 노동, 세척, 잠.

배식, 배출, 노동, 배식, 노동, 세척, 잠.

배식, 배출, 노동, 배식, 노동, 세척, 잠.


햇빛을 다시 한 번 보겠다는 의지로 먹기 시작한 가루에도 점차 적응하게 되었다. 이런 것에 적응하게 되다니. 굴욕감과 스스로에 대한 멸시로 가득찼다. 아마 이대로 생활이 지속된다면 점차 이런 것도 당연하게 느끼지 않을까 스스로를 걱정하며 잠이 든다.

사이렌 소리가 나의 잠을 깨우고 다시 지옥이 반복된다. 하지만 첫번째 노동이 끝난 후 나는 위화감을 느낀다. 두번째 배식으로 나와야 할 가루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당황한다. 고장인가? 아니면 내가 물레방아를 그들이 원하는 만큼 돌리지 못했기 때문일까?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지만 누가 있는지도 알 수 없었으며 누가 있다 한들 답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역겨웠던 가루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당연하게 주어졌던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 배급조차 아쉽게 느껴졌다. 잠시 후 목을 축일 물이 나왔고 나는 가루 대신 목이라도 축일 심정으로 달려들어 물을 흡입한다.

'제길...'

세번째에 맞춰 나오는 가루는 평소와 다름 없었다. 나는 일시적인 고장이었거나 심지어 내가 물레방아를 더 돌려야 한다는 자책하는 생각마저 하게 되었다. 그렇게 무의미한 일과가 끝나고. 다음 날, 첫번째 배급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만약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렇게 배급이 줄어든다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말라죽을 것이 당연했기 때문이다. 죽기로 생각했던 이전과는 달리 예상치 못했던 배급의 중단에 초조함이 앞선다. 하지만 그 뒤에 나오는 식수는 충분히 배급되었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두번째 가루배급은 문제없이 잘 나왔다.

'정말.... 물레방아를 열심히 돌리지 않아서일까...'

 배급에 대한 알 수 없는 조건 때문에 더 심각한 자책을 하게 된다. 바보같은 이 생각에 나는 더 열정적으로 물레방아를 돌리기 시작했다. 피폐해진 정신에서 나올 수 있는 비굴한 모습의 결과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번째 가루배급은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들 두 조건의 차이점을 확인할 길은 없었고, 물레방아를 더 열심히 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잠이 든다. 어쩌면 이것이 원죄개념의 내면화 중 하나인지도 모르겠다.


사이렌이 울렸다. 배고픔에 굶주린 내 몸의 상태와는 관계 없이. 오늘이 며칠인지는 상관 없이. 나는 와이어에 이끌려 먹이통에 얼굴을 들이민다. 가루가 나오지 않았다. 나는 거의 울상인 채로 다음에 나오는 식수만을 마셔댈 뿐이다. 그 후 다시 뒤로 끌려가 배변을 당했다. 이미 배출에 대한 것은 더 이상 내 관할이 아니었다. 그들의 통제에 따라 마치 수도꼭지처럼 내 몸속에서 나오는 것들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생각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 와이어가 나를 물레방아로 이끌지 않는 것. 처음의 나에게는 이것이 노동을 피할 수 있는 오류라고 행복했을 것이나, 지금의 나에게는 저 물레방아를 돌려 가루를 어떻게든 받아먹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와이어를 당기며 앞으로 나아가 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렇게 조금 시간이 흘렀다. 나는 이 곳에서 단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소리를 듣게 된다.

'또각. 또각. 또각.'

사회에서 들어봤던 소리. 하지만 이곳에서 들을 수 없었던, 모두가 복장을 착용하지 않았기에.

그리고 이 곳의 사람들의 새로운 반응을 듣게된다.

'제... 제발.... 으윽!'

사람들은 무엇인가 말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올바르게 말하지 못하고, 그저 무엇인가에 대한 호소와 신음으로 이 공간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살려주...이익!'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온 단어 하나에 나는 상황을 깨닫는다.

'구..원! 악!...'

구원? 구두소리? 이는 곧 여기 있는 사람들이 아닌 누군가가 이 공간에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마 그 사람이 그렇게 떠들어대던 1계층인가 무언가 일것이다. 그들은 선택받기 위해, 살기 위해 소리치고 있는 것이었다. 구두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나 또한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구. 으으흐그!'

목에 감겨진 목걸이에서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 마치 이전에 아래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한. 심지어 내가 낸 소리는 크지도 안았는데도 불구하고, 이 공간의 사람들은 그 고통을 감내하면서 저정도의 큰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살려. 이햐아악!'

어떻게든 선택을 받아야 했기에 아까보다 더 큰 소리를 냈다. 대신 목걸이의 충격도 더 강해졌다. 하지만 극심한 고통에 나는 말을 잇지 못한다.


이렇게 우리에게서 발언을 차단해 왔고,
이는 마치 이 공간의 사람들의 호소는 그들에게 의미가 없다는 것과 같았다.

'Untouchab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Untouchable D18  (0) 2018.12.16
Untouchable D17  (0) 2018.10.11
Untouchable D15  (0) 2018.10.04
Untouchable D14  (0) 2018.10.02
Untouchable D13  (0) 2018.07.11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

Untouchable D15

Untouchable 2018. 10. 4. 11:49 |
SMALL

나는 그저 이 물레방아를 돌릴 뿐이었다. 말도 안되는 내용의 방송을 들으며, 체력은 고갈되어갔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점점 정신이 혼미해져간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도 없이 다시 사이렌이 울렸다.

'허억... 허억....'

나 뿐만 아닌 이 공간의 모두가 가쁜 숨을 쉬어 댈 뿐이었다. 갈증과 배고픔이 밀려왔다. 정작 죽기로 마음먹었지만 이 배고픔 속에서 저런 노동에 참여한다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가혹한 일이었다.

와이어는 나를 다시 앉게 만들었고 눈 앞에는 그 흰 가루가 있는 밥그릇 뿐이었다. 여기저기서 다시 기침 소리가 들려온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는 것일까? 이 가혹한 현실에서 차라리 죽음을 택하려는 사람은 없는 것일까?'

어떻게든 여기의 누군가와 이야기 해보고 싶었지만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그저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고, 벽으로 둘러쌓인 곳에서 누구와 눈을 마주치지도 말을 걸 수도 없었다. 집단행동이 불가능 한 것. 그것 또한 이공간을 유지하는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다시 물이 흘러나왔고 나는 그 물만을 마셨다.

잠시 후 다시 사이렌이 울리며 와이어는 나를 뒤로 끌어당겼다. 이번에 멈춰선 곳은 샤워기의 앞. 이 좁은 공간에서 이런 것 까지 있다는 것이 어찌 보면 놀랍기도 하지만 그저 사람들을 관리하는 목적외에는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와이어가 조금 느슨해지며 샤워기에서 물이 나왔다. 따뜻한 물 따위는 없었다. 피할 공간도 없이 그저 물을 맞는다고 표현하는게 맞을지도 모른다. 그저 물이 흘러내리며 조금의 때를 씻어냈을 것이다. 물이 조금 미끈거리는 것으로 보아 약한 염기성의 활성제가 들어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약 10분간 나는 물을 맞고 서 있었다. 잠시 후 묘한 바람이 느껴졌다. 흐름은 알 수 없었지만 이는 점차 강해졌다. 아마 몸을 조금 말리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먹고, 마시고, 배출하고, 일하고, 씻겨졌다.

사이렌이 울리며 다시 와이어가 내 몸을 낮춰 바닥에 붙여버렸다. 아마 취침시간인 듯 하다. 희미한 전등마저 소등되고 다시 작은소리로 그 말도 안되는 설교가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세뇌시키려는 듯. 절망에 빠졌던 어제와는 달리, 먹지도 못하고 지쳐버린 몸뚱아리는 그저 아무 생각없이 휴식만을 원하게 되었다.


다시 울리는 사이렌 소리, 와이어는 다시 나를 잡아 위로 끌어올린다. 희미한 조명에 지금이 몇시인지, 밤인지 낮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이전과 같은 사육이 시작되었다.

배식, 배출, 노동, 배식, 노동, 세척, 잠.

배식, 배출, 노동, 배식, 노동, 세척, 잠.

배식, 배출, 노동, 배식, 노동, 세척, 잠.

그리고 끊임 없이 들려오는 신음, 절규, 비명, 그리고 설교.

나는 그 가루를 먹지 않았기 때문에 점점 약해져 가고 있었다. 정면에 있는 거울에 비친 내모습은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몸은 점점 말라갔고 표정에는 감정이 없었다. 마치 시체처럼. 시간감각도 없었고 감각도 점점 희미해지는 것 같았다. 며칠이 지났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2번째 식사가 끝났을 때, 나온 방송은 나에게 변화를 주기에 충분했다.

'여려분, 머지않아 제 1계층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겁니다. 모두 기쁜 마음으로 그분들의 선택을 기다리십시오.'

짤막한 멘트. 그리고 그 내용은 어쩌면 이 공간에서 나갈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죽음을 각오한 나이지만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 해서든 여기서 나가고 싶다.'

3번째 식사, 나는 그 가루를 입에 대기 시작했다. 이유는 단 하나 뿐이었다. 다시 한 번 해를 보고 싶다. 정말 죽기 전에... 그 뿐이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목숨을 내어 줘도 좋다고 생각했다. 이런 소박한 것에 목숨을 걸게 될 줄이야... 이런 지옥 속에서만 가능한 생각이었다. 역시 그 가루는 최악이었다. 가루 그대로의 식감에, 갈증만 야기시키는. 기침을 수 없이 하고, 삼키지 못해 헛구역질을 하며 나는 남기지 않고 먹게 되었다. 스스로에게 자괴감이 들었지만, 마지막으로 보는 태양을 생각하며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밀어넣었다.

하지만 방송에서 나왔던 그 1계층인가 뭔가에 대한 소식은 다시 들려오지 않았다.

'Untouchab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Untouchable D17  (0) 2018.10.11
Untouchable D16  (0) 2018.10.04
Untouchable D14  (0) 2018.10.02
Untouchable D13  (0) 2018.07.11
Untouchable D12  (0) 2018.07.07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