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본적 없는 놀이 - Authority Figure
해본적 2017. 11. 20. 20:01 |오늘은 E가 오는 날이다.
이날의 그 공간은 내 방이 아니며, 내 몸의 신경이 모두 곤두선다. 나는 E가 약속한 시간이 가까워 짐에 따라 강아지의 형태로 무릎을 꿇고 현관앞에서 기다린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E가 허락할 때까지 E의 모습을 바라봐서는 안되기에. 나는 그저 이 다음에 문을 여는 사람이 E이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왜인지 내 아래는 작아질 줄을 모른다.
철컥.
문고리가 돌아갔다. 나는 E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긴장상태가 된다.
안녕하세요 E.
나는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오빠.
높임말? 심지어 이것은 E의 목소리가 아니다.
나는 흠칫하며 바로 위를 쳐다본다.
처음보는 얼굴. 게다가 나를 아는사람인가? 오빠라니.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황급히 몸을 숨기려 한다. 하지만 E를 기다리며 저려온 다리는 내가 도망가지 못하게 나를 막았다.
누구세요!
나는 허둥거리며 뒤로 도망간다.
그렇지만 내 옷들은 모두 내가 손쉽게 닿을 수 없는곳에 있어 허둥지둥, 일반사람이 보기에는 그저 왠지 모르게 불쌍한 변태로 보일 것이다.
뒤따라 E가 들어온다. 그리고 들어오자 마자. 나에게 말한다.
자세.
나는 분명히 잘못을 저질렀다.
그치만.... 저.....
나는 쉽사리 자세를 취할 수 없다. 이것은 공포에서 나오는 반응이 아니라 방안의 다른사람에게 느끼는 평소와는 다른 상황 때문이다.
E가 케인을 들었다. 내가 이럴 때 마다 주의를 집중시키기 위해 내가 앉은 자리 옆의 케인을 두었기 때문이다.
잘.. 잘못했어요.
쨔악! 좌악! 쨔! 쫘악!
무차별적 스팽이 가해진다. 이는 처벌이 아니다. 그저 내가 정신을 못차리고 있기에 이 상황을 다시금 인식시키려는 한 단계이다. 이때는 오히려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이 올바른 답이 아니기에 나는 그저 E가 내가 정신을 차렸다고 느낄 때까지 웅크려 견딜 뿐이다.
자세.
매번 깨닫지만 난 멍청하다. 이렇게 당하지 않고 처벌만 받으면 되는것을.....
다시 자세를 취한다.
몇대야.
5대요.
끅. 크헉. 허억허억. 끄으으. 으허.
나는 기쁨인지 고통인지 알 수 없는 오묘한 신음소리를 낸다.
인사.
오늘도 부족한 저에게 E를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조교 부탁드립니다.
자존심을 짖밟는 방법. 자신이 모르는 사람 앞에서 처벌받고. 수치를 당하는 것.
S한테도 인사해.
그랬다. 먼저 들어온 사람은 E와 비슷한 성향을 지닌 친구 S였다. 이야기를 나눈적도 있지만 이런 꼴로 S를 처음 만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안녕하세요. 오빠.
나는 수치심에 고개를 들지 못한다.
..... 안녕....
사람의 모습으로 상대. 사람이 아닌 모습으로 하대.
S와 나의 언행과 그 모습은 말 그대로 아이러니였다.
그런데.. 인사할때는 사람 얼굴을 봐야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들 수가 없다.
S의 손이 내 턱을 들어올린다. 나는 눈을 마주칠 수가 없다.
왜요? 오빠잖아요?
나는 침묵했다.
오늘은 S가 알아서 할거야. 너랑 S는 친구니깐 높임말은 절대 쓰지말고, 시키는거 하기 싫으면 안해도 돼. 대신 책임은 니가 지는거야.
.......네........
E는 S에게 케인을 건네준다.
S는 케인을 건네받으면서 말한다.
그럼 쉬운거부터 시작해볼게요 오빠.
마실거 좀 갖다주시겠어요?
나는 어찌할 줄 몰라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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