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본적 없는 놀이 - Authority Figure 3
해본적 2017. 11. 20. 20:28 |나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매일 운동을 하는 사람일지라도, 이런 반복운동을 하지 않는다. 다리는 더 이상 무리라는 것을 알리는 신호를 내게 보내왔다. S는 내게 다가와 케인으로 몸을 툭툭 건든다. 마치 죽은 짐승이 살아있는가 찔러보는 아이같다. 나는 손하나 까닥일 힘도 없다.
누가 멈추라고 했어요?
.....죄송해요..... 힘이 안들어가요.....
쫘악!
S는 처음으로 나에게 케인을 휘둘렀다. 그리고 멈추지 않았다. 나는 막을 힘도 없어 이리저리 피해보려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하악학 아학 하아아악 학! 살려주세요........
목마른 짐승의 입에서 나오는 신음소리에 내 목소리는 더이상 없었다. 그저 내 입은 바람이 들락날락거리는 구멍에 불과했다. 케인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 같았다. 목마름, 피로, 고통 태어나 느껴본 어떤 고통이 이에 비할 수 있을까? 어차피 고통이 계속될 거라면....
나는 해서는 안되는 짓을 하고 만다. 온몸의 남은 힘을 이용해 이미 말라버렸는지도 모르는 물웅덩이로 향한다. 그리고 물을 핥아먹으려 애쓴다.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개구기를 달고 있었기에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고, 입에 담는 족족 바닥에 흘려버려, 핥는다기보다는 껄떡거리는 모습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해서는 입은 축이지만 목은 절대 축일 수 없다. 절망적이다. 이것은 성욕에 허덕이던 섭의 모습이 아니다. 내 모습을 보고 있는 E와 S는 더 이상 내 생각속에 없었다. 어쩔 수가 없다. 나도 사람이다. 살고싶다는 생각 뿐이다.
뻐억!
나는 방 한구석에 나뒹군다.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못한 물이 입에서 다시 흘러나온다. 케인과는 다른 배 속까지 전해지는 고통. 나는 배를 움켜쥐고 다시 숨인지 신음인지 모를 소리를 내뱉는다. 정신을 차리고 그 고통이 온 곳을 바라본다. E다. 내 버릇없는 행동을 보다못한 E가 다시 정신을 차리도록 한 것이다.
뻐억! 빡!
미쳤니?
나는 정말 서글펐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내 편은 아무도 없었다. 헐벗은채 그들의 가장 낮은 부위에 착용하는 것을 숭배하고, 바닥에 흘린 물을 먹기위해 허락을 받으려 구걸하고, 비록 허락은 없었지만 물을 먹는것에 대해서도 훼방을 놓는 두 사람이 너무 미웠다. 이것이 플레이인지 아니면 그냥 학대인지 알 수 없었다. 설움이 복받쳐 왔다.
그만해요! 둘...다... 으읍....
몸의 모든 물이 빠져나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설움에 복받친 감정으로부터 나오는 눈물은 아직 마르지 않았던 것 같다.
....물..... 으흑 마시고 싶다구..... 읍
한번 터진 울음 때문에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그렇게 마시고 싶어요?
..윽....우우웅...우우웅윽.
S는 무언가 만족한듯 깔깔거리며 하듯 물을 바닥에 이리 저리 흩뿌렸다. 그리고 그 웅덩이를 발로 짓밟았다.
이래도 먹을거에요?
응..... 응으.ㅇ.... 응.....
나는 다급하게 강한 긍정을 보인다. 이전에 반항스러운 나는 아무데도 없었다. 지금의 나에게는 자존심도. 수치심도 없었다. S는 세상에서 제일 가치없고 불쌍한 무언가를 바라보는 표정으로 말한다.
알겠어요. 마셔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나는 그 더러운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먼지투성이. 심지어 발로 밟힌 물이지만, 갈증의 끝을 본 나에게 허용된 유일한 물이었기에 나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먹는 한마리의 짐승의 모습으로 바닥에 껄덕인다. 역시 개구기 때문에 한 모금도 쉽게 삼키기가 힘들다. 그 때, E가 개구기를 풀어준다. 근 한 시간 만에 입을 닫을 수가 있게 된 것이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감사의 말을 잊지 않는다. 역시 E는 합리적이다. 고통에 대한 보상은 철저하게 해주는 E였다.
S 배 안고파?
그러네...?
벌써 저녁시간이 되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가치없는 짓을하며 쓸모없음을 증명하는 동안, 소중한 시간은 흘러간 것이다. 그들은 외출 준비를 한다.
혹시.... 저는....?
힘들지 않아요? 여기서 쉬고 있으세요?
맞아 넌 쉬어야 돼. 정산할게 많잖아?
정신이 아찔해지면서.......난 깨달았다....... 아직 세션이 끝나지 않았음을...... 그리고 지금 나에겐 먹을 것을 입에 넣을 자유조차도 없다는 것을...... 무엇보다....... 내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뤄야 한다는 것을....
네. 안녕히 다녀오세요.
물 좀 더 먹어 둬. 조금 있다가 더 힘들테니깐.
네...
그녀들은 방을 나갔다. 나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아니 충격을 먹고 잠시 멍하니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곤 바닥에 있는 물을 모두 핥아먹었다. 그리곤 다시 현관에 가서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자세로 E와 S를 기다린다. 그리고 무릎 앞에는 한자루의 케인이 나와 함께 주인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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