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인 나라면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겠지만.... 나는 충분히 길들여졌다.

사실 나는 너무 싫었다. 자격도 없는 사람, 나를 이해해주지도 못할들에게 내 치부를 보인데다가 이제는 그들의 놀잇감까지 되어야 한다니... 하지만.... 무엇을 당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도 나는 E가 나를 싫어하게 되면 어쩌나를 더 생각하게 되어버렸다. 

E가 원하시면... 상관없어요....

E는 하늘색 캐리어를 가지고 펼쳤다. 소녀들의 눈은 아마 빛이 났을 것이다. 나와의 관계에서 대부분의 도구에 익숙해진 E는 능숙하게 도구들을 다룬다. 정말 이 자리에 나라는 자아는 없는 것 같다. 수치심과 자괴감 뿐이었다. 하지만 내 몸은 모든 자극을 받아들이고 솔직하게 반응해 그들을 즐겁게 할 뿐이었다.

으흑.... 윽.... 으응.......

아마 E는 나와 소녀들을 위해 적절히 수위를 조절한다. E는 나에게 모든 도구들을 시험했다. 나는 바닥에 널부러져있고 그녀들은 나에대한 비웃음을 이어갔다.

똑바로 앉아.

나는 그녀들 앞에 무릎꿇는다. 그녀들은 이제 나에게 묻기 시작했다. 

맞는게 좋아요?

그런건 아니에요. 

그럼 왜해요? 

......... 

좋으니깐 하는거 아니에요?

부인 못하는거봐

그런거 아니에요!

그럼 뭐에요?

나는 어찌 대답해야 할 지를 몰랐다. 그녀들은 마치 준비했다는 듯 나를 몰아부쳤고, 나는 추한 몰골로 말도 안되는 궤변만을 늘어놓고 있었다. 그 중에서 유일하게 강아지의 모습을 하고 E의 명령에 꼼짝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나는 스스로를 변호할 수 없다. 나는 스스로 자폭해버린다.

도와주세요 E.....

소녀들이 더 크게 웃는다. 심지어 자기에 대한 설명을 스스로 못하는 대상이 자신들의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뭘? ...........

심지어 나도 E가 어떻게 도와줬으면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어떻게 도와줘? .............. 대답 안 해? 죄송해요.

나는 고개를 푹 숙인다.

고개 들어. 이야기할 때는 사람을 쳐다봐야지?

네....

쨔악!

이만하면 많이 참았다. 평소의 E였다면 내 이런 모습을 가만히 두었을리 없다. 다만 오늘 세션에서 나는 전시되는 물건이었기에 스팽이 없었던 것일 뿐. 나는 이런 E의 배려마저 이해못하는 섭이었다. 그리고 이 한번의 슬랩과 동시에 소녀들도 조용해졌다.

이게 정말..... 보자보자 하니깐......

이제 E와 나에게 품평회는 없었다. 나를 비웃으며 하대하던 그녀들의 존재는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수치심, 자괴감도 그곳에 없었다. 나는 느꼈다. 지금 느끼는 건 죄책감이라고, 그리고 이 공간에 남은 것은 내가 저지른 잘못과, 처벌 뿐이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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