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본적 없는 놀이 - Object 3
해본적 2017. 11. 21. 14:28 |Reprogramming은 점차 수위를 높여가는 것 같다.
또한 얼마나 지속되었는지 알 수 없다. 잠을 자려고 눈을 감아도 귀에서 들리는 주문과 같은 목소리와 아래에 전해지는 자극. 눈을 뜨면 다시 눈앞에 펼쳐지는 처참한 광경.
나는 무서웠다. 내가 원한건 이런게 아닌데... 그저 한 여성을 바라보며 살아가기에 섭이라는 명목이 좋았을 뿐인데... 이건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이었다. E는 나를 정말로 지워버리려 하고있다.
으으읍!읍 읍으응그윽!을느륵!
재갈이 물려 의사표현도 할 수 없는 나는 겁에 질려 벗어나려 몸부림친다. 하지만 내 몸에 달린 구속구들은 나를 옭아매고 있다. 아주작은 링. 가죽을 덧댄 조잡한 수갑. 개목걸이. 인간을 효율적으로 구속하기 위해 인간이 발명한 잔인무도한 작품들. 나는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끄으으응으익!끄으으이!이이이이!익!
주기적으로 오던 전기자극과는 다른 아주 강렬한 자극. 이건 처벌이다. 낙인이다. 그리고 E의 각오이다. 주인되는자로부터의 비음성적 표현, 하지만 당하는 이에게는 벗어나려는 노력이 헛수고이며 어서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절망적 메시지. E는 그저 손가락 하나로 버튼 하나를 누를 뿐일 것이다. 나에게는 방금 행동을 후회할 때까지. 아니. 다시는 생각조차 못할정도의 고통. 고통은 내가 뉘우칠 때 멈추는게 아니기에, 나는 E의 선처를 기다릴 수 밖에 없다.
마침내, E의 처벌이 멈춘다.
고통에 끝에서, 내자신이란건 없음을, E의 소유물일 뿐임을, 나는 벗어날 수 없음에 절망한다. 처음 섭으로 받아들여졌을 때의 기쁨따윈 없다. 쓰여지고 있다는 감각 뿐. 결국 E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나에게 색깔을 입혀버렸다.
나를 강제로 서 있게 만들었던 구속이 풀린다. 나는 힘없이 그자리에 주저앉는다. 근육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극도의 고통은 내 몸에 스트레스를 쌓았고 나는 피로감을 느낀다. VR장비와 이어폰이 벗겨진다. 나는 현실세계로 돌아왔다. 눈앞에는 E가 있다. E의 눈앞에는 눈물과 콧물로 엉망진창이 된 내가 있다. E는 말없이 나를 쳐다본다. 내 몸은 떨고 있다. 추위인지, 피로인지, 아니면 공포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으앙ㅇ응으ㅓ읍으어...
나는 크지 않은 목소리로 읇조린다.
E는 내 재갈을 푼다.
준비 되었어?
내가 대답할 차례이다. 하지만 이것은 충성심으로부터 나오지 않는다. 정말 물건이 되었다는 것에 대한 절망. 더 이상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후회. 마지막으로 내가 내 다짐, E의 각오로 부터 벗어나려고 하면 찾아올 공포. 이 모든 감정이 섞인 한마디.
네. 주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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