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본적 없는 놀이 - Panopticon(Another story)
해본적 2018. 3. 6. 13:54 |아주 튼튼한 탁자위 상자.
내 몸이 겨우 들어갈 만한 구멍이 뚫려있는.
벽에 걸려있는 TV만이 여기가 던젼이 아닌 평범한 거실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들어가.
?????
나의 사고가 나의 궁금함에 답하기도 전에 그녀는 나를 그 상자속으로 집어넣어버렸다.
한평도 되지 않아보이는 상자속은 의외로 푹신했다. 하지만 그 상자는 내 몸 전체가 들어갈 만큼 크지 않았다.
나는 편안함을 느끼는 반면, 공포로 떨고 있다. 내 몸의 반은 상자밖에서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찰칵.
아주 작은 철 재질의 무엇인가의 소리를 시작으로 나의 상반신은 밖과 소통할 수 없었다.
움직여봐.
지금 나의 움직임은 그저 상자의 견고함과 그 상자에서 나의 하반신이 무방비임을 나타낼 뿐이다.
상자속은 눈이 부실정도로 밝았다. 조명이 나의 얼굴쪽을 밝게 비추고 있었기에 적응이 필요할 정도로.
빛에 적응이 될 무렵, 내 눈앞에 아주 작은 까만 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새하얀 상자 속 하나뿐인 것이기에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간다. 하지만 다시금 내가 궁금증에 답하기 전에 그녀의 질문에 대답해야 했다.
편해? 괜찮아?
......네.........
그런데 왜 떨고 있어?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그것이 우리 둘의 마지막 대화였다.
사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을 뿐 다른 누군가가 이 방에 있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었다.
육체적 안정과 심리적 불안정이 혼재한 가운데 그저 눈앞의 까만점 만이 있을 뿐이었다.
이윽고 다리의 자유또한 없어졌다. 그녀는 다리를 벌리도록 바를 이용해 내 다리를 고정시켜 버렸다.
그리고.
으흑?
상자속의 적막함을 깨는 것은 그녀의 케인소리가 아니라 내 신음소리. 그녀의 케인이 내 살갗에 닿았다. 그저 촉각만이 그것이 케인이라고 나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숫자를 세라는 평소의 명령도. 움직이지 말라는 명령도 필요 없다는 듯. 그녀는 계속 케인을 휘둘렀고 나는 상자속에서 거친 숨을 뱉다가, 신음을 흘리다가, 비명을 지르다가, 숨을 삼키기를 반복했다. 내 얼굴을 고통으로 붉어졌을것이며,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을 것이다.
상자속의 까만 점만이 내가 볼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으흐흑...흑...악...흑....으흑..
눈물이 맺혔다. 그리고 울음이 나왔다.
대수를 정하지 않고, 언제 끝나리라는 보장이 없는 이 상황에 절망한다.
그러자 상자 밖의 누군가는 스팽을 멈추었다. 하지만 나의 떨림은 멈추지 않는다.
'해본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본적 없는 고찰 - Feeding and Slaughtering for Dominant (0) | 2018.03.18 |
---|---|
해본적 없는 놀이 - Panopticon 2(Another story) (0) | 2018.03.07 |
해본적 없는 놀이 - Barking Collar (0) | 2018.03.04 |
해본적 없는 고찰 - 펨돔이 원하는 멜섭을 찾는 법(트위터 등을 이용.) (0) | 2018.02.28 |
해본적 없는 고찰 - 천생연분? (0) | 2018.02.28 |